여성이 스타트업 대표라는 것, 뉘앙스가 다르다

여성이 스타트업 대표라는 것, 뉘앙스가 다르다

여성이 스타트업 대표라는 것, 뉘앙스가 다르다 같은 말인데 다르게 들린다 어제 전략회의를 했다. 마케팅 예산 증액 건. 15% 늘리자는 안건이었다. "팀원들 의견 들어보고 결정하죠." 나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현장에서 직접 돌리는 사람들이 더 잘 안다. 회의 끝나고 한 시간 뒤. 투자사 대표님한테 전화 왔다. "김대표님, 너무 직원들 눈치 보시는 거 아니에요? 리더는 결단력이 있어야죠." 가만 있었다. 전화 끊고 멍했다. 지난주에 남자 동기 창업가 만났을 때 생각났다. 걔도 똑같이 말했었다. "팀원들이랑 상의해서 결정할게요." 그땐 누가 뭐래? "민주적 리더십이시네요. 요즘 그게 맞죠." 같은 말이다. 정확히 같은 행동이다. 근데 나한테는 '우유부단', 걔한테는 '민주적'.단호하면 '공격적', 부드러우면 '약하다' 직원 한 명이 3주 연속 지각했다. 경고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음엔 인사조치 들어갑니다." 명확하게 말했다. 원칙이 있어야 하니까. 다음 날 그 친구가 다른 팀원한테 말했다더라. "대표님 무섭다. 칼같으시다." 슬랙에 떴다. "여자 대표가 저러면 안 되는데..." 남자 대표가 똑같이 말하면? "원칙이 확실하시네." 반대로 부드럽게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안다. 6개월 전 얘기다. 한 팀원이 실수로 중요 거래처 미팅 날짜 잘못 잡았다. "괜찮아요. 다음엔 더 확인하면 되죠. 다시 연락해봐요." 그랬더니 한 달 뒤 투자 미팅에서 들었다. "팀 관리가 좀... 느슨한 거 아닙니까? 대표님이 좀 더 강하게 잡으셔야죠." 그래서 강하게 잡으면 '공격적'이고, 배려하면 '약하다'는 건가. 남자 대표들은 이런 줄다리기 안 한다. 걔네는 그냥 '리더십'이면 된다.회의 때 목소리 톤까지 신경 쓴다 회의할 때가 제일 피곤하다. 말투 하나하나 계산해야 하니까. 목소리 너무 높으면? "감정적이시네요." 너무 낮추고 차분하게? "자신감이 없으신가?" 웃으면서 말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는 건가요?" 표정 없이 말하면? "좀 무섭네요." 투자 미팅은 더하다. 저번 주 시리즈B 투자 미팅. 30대 후반 남자 파트너. 질문이 시작됐다. "대표님, 지분율 낮아지는 거 남편분은 뭐래요?" 남편? 왜 남편이 나와? "남편은 상관없습니다. 제 회사니까요." 이렇게 말했다. 또렷하게. 분위기 싸해졌다. "예민하시네." 이 말이 들릴 듯 말 듯 들렸다. 같은 자리 있던 남자 CEO한테 저런 질문 나왔나? 안 나왔다. "와이프는 뭐래요?" 이런 거 들은 남자 창업가 본 적 있나? 없다. 그 미팅 끝나고 화장실에서 울었다. 5분. 그리고 다시 화장 고쳤다. 다음 미팅까지 30분 남았으니까.'엄마 CEO'는 별종 취급받는다 아이 둘 있다는 걸 미팅에서 말하면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뀐다. "아, 애기 있으세요? 힘드시겠어요." 동정? 걱정? 둘 다 아니다. '제대로 못 하겠네' 이 눈빛이다. 실제로 들었다. 작년 투자 미팅에서. "육아하시면서 회사 운영하시기 힘드시죠? 시간 분배가..."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난다. "남자 대표님들도 다들 가정 있으시잖아요. 저도 똑같이 일합니다." 그랬더니 웃었다. 그 VC 대표가. "그래도 엄마는 다르죠. 아무래도..." 다르다는 게 뭔데. 아이 아프면 병원 가는 게? 학교 행사 참석하는 게? 남자 대표들도 아이 있으면 그런다. 근데 걔네는 '가족 사랑하는 CEO'다. 나는? '일에 집중 못 하는 워킹맘'. 같은 행동이다. 정확히 같은 상황이다. 근데 읽히는 게 다르다. 작년에 딸 학예회 때문에 미팅 시간 조정 요청했다. "아이가 있어서요. 오후 3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답장 왔다. "역시 여자 대표님들은 시간 조율이 힘드시죠." 그 사람 링크드인 봤다. 아들 둘 있다더라. 근데 걔는 미팅 시간 조정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배려는 '리더십 부족'으로 읽힌다 우리 팀 여직원 비율 80%. 의도한 건 아니다. 그냥 뽑다 보니 그렇게 됐다. 육아용품 큐레이션이니까 워킹맘들이 많이 지원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재택 자유롭다. 아이 아프면 당연히 쉰다. 학교 행사 가라고 한다. 내가 필요했던 것들이니까. 내가 못 받았던 배려니까. 그게 문제래. 지난달 IR 자료 검토하던 투자사 파트너가 물었다. "재택 많이 하시네요? 생산성은 괜찮으세요?" 생산성? 매출 8000만 원에 YoY 200% 성장인데? "네, 문제없습니다. 실적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래도 대표님이 좀 더 강하게 관리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성 직원들 많으시니까..." 여성 직원 많으면 뭐가 문제인데. 그 파트너는 자기 회사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언론에 났었다. 근데 우리 회사가 하면 '관리 부족'. 남자 CEO가 직원 배려하면? '좋은 기업문화'. 여자 CEO가 직원 배려하면? '리더십 약하다'. 이게 현실이다. 감정 표현하면 '프로답지 못하다' 작년 시리즈A 투자 유치했을 때다. 15억. 4년 동안 달려왔다. 계약서 사인하는 날, 울었다. 기뻐서. 떨려서. 같이 투자 들어온 다른 창업가 있었다. 남자였다. 걔도 울었다. 기사 났다. 우리 둘 다. 그 남자 창업가 기사 제목: "꿈 이룬 창업가의 눈물, 열정이 만든 결실" 내 기사 제목: "여성 CEO의 감격, 감정적 순간 포착" '열정'과 '감정적'. 같은 눈물인데 다른 단어다. 회의에서 목소리 높이면? "왜 화내세요?" 남자 대표가 목소리 높이면? "열정적이시네요." 짜증 내면? "예민하신가 봐요." 남자 대표가 짜증 내면? "스트레스 많으시겠어요." 웃으면? "가볍게 보시는 거 아니에요?" 남자 대표가 웃으면? "여유로우시네요." 그래서 지금은 표정 관리한다. 딱 중간 지점. 너무 웃지도, 너무 굳지도 않게. 목소리 톤 중간.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피곤하다. 진짜 피곤하다. 내 의견 말하는 데 이렇게 에너지 쓰는 게 맞나. 네트워킹도 다르게 작동한다 남자 CEO들끼리는 골프 친다. 술 마신다. 사우나 간다. 나는? 그 자리에 없다. "김대표님도 오시죠." 초대받아도 어색하다. 골프?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 술? 2차 가면 새벽 2시다. 아이들은? 사우나? 당연히 못 간다. 그래서 여자 CEO 모임 따로 만들어졌다. 우리끼리. 좋다. 편하다. 공감한다. 근데 문제는, 진짜 투자 결정하는 사람들은 저 골프장에 있다는 거다. 저번에 한 선배가 말했다. 20년차 여성 창업가. "우리가 아무리 모여도 소용없어. 돈 쥔 사람들이 저기 있는데." 맞다. 투자사 대표들, 대기업 임원들, 정책 만드는 사람들. 다 남자들끼리 만난다. 우리는 '따로' 만난다. 그게 차이다. 어떤 남자 VC가 그러더라. "여성 창업가들 네트워크 대단하던데요." 대단한 게 아니다. 안 섞어주니까 우리끼리 만드는 거다. 질문 자체가 다르다 투자 미팅 때마다 받는 질문들이 있다. "창업하시게 된 계기가 뭐예요?" - 남자 CEO한테도 물어본다. "육아랑 병행 가능하세요?" - 남자 CEO한테는 안 물어본다. "남편분은 응원해주세요?" - 남자 CEO한테는 절대 안 물어본다. "임신 계획 있으세요?" - 이건... 진짜 들었다. 3년 전 투자 미팅에서. 그때 어이없어서 대답도 못 했다. 그냥 웃었다. 지금이라면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 못 할 거다. 그 자리에서 투자 날아가니까. 여자 창업가들끼리 만나면 이런 질문 리스트 공유한다. "이런 거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 "나도 받았어. 그냥 웃고 넘겼어." "근데 그러면 '진지하지 않다'고 하더라." "그럼 뭐라고 해야 돼?" 답이 없다. 어떻게 대답해도 꼬인다. 남자 창업가들은 이런 회의 안 한다. 필요가 없으니까. 성공해도 프레임이 다르다 우리 회사 작년 매출 200% 성장했다. 올해도 잘 나가고 있다. 기사 났다. "여성 CEO의 성공 스토리" 같은 시기 남자 동기 창업가도 성장했다. 비슷한 수치. 기사 제목? "젊은 창업가의 혁신, 시장 평정" '여성 CEO'와 '젊은 창업가'. 차이가 보이나. 나는 카테고리다. '여성'이라는. 걔는 그냥 창업가다. 인터뷰 요청 들어온다. 많이 들어온다. "여성 창업가의 어려움에 대해..." "워킹맘으로서의 창업기..." "육아와 사업의 양립..." 사업 얘기는? 시장 분석은? 성장 전략은? 그건 안 물어본다. 나한테는. 남자 창업가 인터뷰는 다르다. 본 적 있다. "시장 진입 전략", "투자 유치 비결", "차별화 포인트" 왜 나한테는 안 물어보는데. 내가 '여성'이기 전에 'CEO'인데. 어떤 행사에서 소개받았다. "여성 창업가 김OO 대표님입니다." 옆에 남자 대표는? "OO 플랫폼 박OO 대표님입니다." 회사 이름으로 소개받는 거랑 성별로 소개받는 거. 다르다. 롤모델이 없다는 것 20대 때 창업 생각하면서 찾아봤다. 여성 창업가. 몇 명 안 나왔다. 지금도 비슷하다. 있긴 하다. 근데 '여성 창업가'로 카테고라이징 된다. 그냥 '성공한 창업가' 리스트엔 안 들어간다. 후배들이 물어본다. "선배님, 어떻게 하셨어요?" 솔직히 말한다. "일단 버텨. 그리고 증명해. 계속." 이게 답이 되나. 근데 다른 답이 없다. 남자 후배들한테는? "좋은 아이템 찾고, 팀 잘 꾸리고, 투자 받아." 왜 나는 '버텨'부터 말해야 하는데. 선배 여성 창업가 한 분이 말했다. 조언 구했을 때. "그냥 해. 10번 중 7번은 성별 때문에 걸릴 거야. 근데 나머지 3번으로 성공하는 거야." 7번 걸린다는 게 정상인가. 남자들은 10번 다 기회인데. 계속하는 이유 그럼 왜 하냐고? 가끔 나도 모르겠다. 새벽에 혼자 울 때, 투자 미팅에서 이상한 질문 들을 때, '여성'이라서 평가절하 될 때. 그만둘까 생각한다. 진짜로. 근데 안 한다. 못 한다. 우리 회사 직원들 본다. 80%가 여자다. 워킹맘이다. 얘네들은 우리 회사 다니면서 처음으로 눈치 안 보고 재택한다고 한다. 아이 아프다고 말할 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게 당연한 건데, 여기서만 가능하다고. 그 말 들으면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10년 뒤, 20년 뒤에는 이런 글 안 써도 되는 날이 오겠지. '여성 CEO'가 아니라 그냥 'CEO'로 평가받는 날. 같은 말이 같은 의미로 읽히는 날. 질문이 다르지 않은 날. 그날까지는 증명해야 한다. 계속. 피곤하다. 근데 한다.같은 행동인데 다르게 읽힌다. 그게 여성 CEO의 현실이다. 그래도 계속 간다. 달라질 때까지.

손익분기점 근처에서 멈춰 있는 이유, 그리고 다음 단계로 가려면

손익분기점 근처에서 멈춰 있는 이유, 그리고 다음 단계로 가려면

손익분기점 근처에서 멈춰 있는 이유, 그리고 다음 단계로 가려면 8000만원이라는 숫자 지난달 매출이 8000만원을 찍었다. 팀원들한테 "우리 드디어 8000 넘었어요!" 했다. 다들 박수 쳤다. 근데 나는 웃으면서 속으로 계산했다. 인건비 4500만원. 마케팅비 2000만원. 사무실, 물류센터, 각종 운영비 1800만원. 남는 거 300만원도 안 된다. 4년 했다. 매출은 계속 올랐다. 작년 이맘때 5000만원이었으니까 확실히 성장은 했다. 근데 적자다. 여전히 적자다. 투자금 15억 받았을 때 투자자가 그랬다. "2년 안에 손익분기점 찍고, 3년차엔 흑자 전환하세요." 지금 4년차다. 손익분기점은 커녕 아직도 월 2000만원씩 까먹는다.CFO가 보낸 엑셀 파일 어제 CFO가 메시지 보냈다. "대표님, 런웨이 정리해봤어요." 엑셀 파일 열었다. 남은 현금 4억 2000만원. 현재 번레이트 월 2000만원. 계산하면 21개월. 2년도 안 남았다. 시리즈B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근데 지금 지표로 어떻게 투자 받나. 작년에 만난 VC가 했던 말 생각났다.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LTV(고객생애가치)가 3배는 넘어야 해요." 우리는 2.1배다. "성장률이 MoM 20%는 되어야죠." 우리는 8%다. 숫자가 모자라다. 아니, 숫자는 나쁘지 않은데 '대박'은 아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대박'이다. 10배 성장 가능성. 유니콘 스토리. 근데 우리는 착실한 중소기업 같다. 나쁜 건 아닌데, 투자 받기엔 섹시하지 않다. 새벽 3시의 질문 어젯밤에 잠이 안 왔다. 아이들 재우고 노트북 켜서 대시보드 봤다. 매출은 오른다. 고객 수도 늘어난다. 리텐션(재구매율)도 42%로 나쁘지 않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마케팅비가 많다. 인스타 광고, 인플루언서 협찬, 구글 애즈. 월 2000만원 쓴다. 이거 끊으면 매출이 반으로 준다. 인건비도 문제다. 15명인데 4500만원. 1인당 300만원. 적은 거 안다. 근데 지금 이것도 빠듯하다. 물류비도 만만찮다. 육아용품은 부피가 크다. 무겁다. 배송비가 평균 4500원. 우리가 부담하는 게 3000원. 하나하나는 합리적이다. 근데 더하면 남는 게 없다. 새벽 3시에 혼자 생각했다. "이거 사업이 맞나?"투자금이냐, 팀이냐, 나냐 남편이랑 얘기했다. "시리즈B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남편이 물었다. "투자 받으면 뭐 할 건데?" 그러게. 뭘 할까. 마케팅 확대? 지금도 ROAS(광고수익률) 2.5배다. 더 쓰면 효율 떨어진다. 팀 확대? 지금 팀도 바쁜데 일 잘한다. 더 뽑으면 관리 포인트만 늘어난다. 새 사업? 육아용품 외에 뭘 더 한다고? 리소스 분산되면 지금 것도 망한다. 결국 대답 못 했다. "그냥... 필요할 것 같아서."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투자 받는 게 목적이 되면 안 되지." 맞는 말이다. 근데 돈이 필요하다. 아니면 팀 문제일까. 15명으로 부족한 걸까. 지난주 마케팅 팀장이 그랬다. "대표님, 콘텐츠 제작 인력 한 명만 더 있으면 자체 콘텐츠로 CPA(전환당비용)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요." 운영팀장은 말했다. "CS 담당 한 명만 더 뽑으면 리텐션 50% 넘길 수 있습니다." 개발팀은 항상 부족하다.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하려면 개발자 2명 더 필요해요." 다 맞는 말이다. 다 필요하다. 근데 지금 뽑으면 인건비가 월 5400만원. 매출 8000만원에서 5400만원. 말이 안 된다. 그럼 내 문제인가. 여성 CEO 모임에서 선배가 그랬다. "스케일업 못 하는 건 대표의 한계야." 냉정했다. 근데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나는 디테일을 챙긴다. 상품 큐레이션, CS 응대, 마케팅 카피. 다 관여한다. 시스템으로 안 만들고 내가 한다. 팀원들한테 권한을 못 준다. "제가 할게요" 자주 한다. 그게 병목일 수 있다. 손익분기점이라는 착각 CFO가 웃으면서 그랬다. "대표님, 우리 지금 손익분기점 근처 아니에요." "응? 매출 8000에 비용 8200이잖아." "그게 착각이에요. 지금 마케팅비 2000만원은 투자예요. 성장을 위한 투자. 이거 빼면 우리 이미 흑자거든요." "..." "실제 손익분기점은 매출 6000만원이에요. 우리 이미 넘었어요. 지금은 성장을 위해 수익을 재투자하는 단계고요." 관점의 차이였다. 손익분기점을 '살아남기'로 봤다. 근데 그건 '성장 중'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마케팅비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럼 매출도 0이 된다. 근데 마케팅비를 줄이면서 효율을 높일 수는 있다. 지금 ROAS 2.5배를 3.5배로 만들면? 매출 8000만원 유지하면서 마케팅비를 1400만원으로 줄인다. 그럼 600만원 남는다. 흑자다.다음 단계는 효율이다 깨달았다. 다음 단계는 투자금이 아니다. 팀도 아니다. 효율이다.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이. 같은 마케팅비로 더 효과적으로. 같은 시간에 더 집중해서. 지난주에 실험했다. 마케팅 채널 10개를 3개로 줄였다. ROAS 낮은 채널 다 끊었다. 매출 10% 떨어졌다. 근데 마케팅비는 40% 줄었다. 순이익은 늘었다. CS 시스템도 바꿨다. 챗봇 도입했다. 단순 문의 80%가 자동 처리된다. CS 담당 2명이 이제 VIP 고객만 집중한다. 리텐션이 42%에서 47%로 올랐다. 새 사람 안 뽑았다. 시스템 바꿨다. 내 일하는 방식도 바꿨다. 매일 하던 상품 체크, 이제 주 2회만 한다. MD팀장한테 권한 넘겼다. 처음엔 불안했다. "내가 안 보면 망하는 거 아냐?" 안 망했다. 오히려 팀장이 더 잘한다. 내가 빠진 시간에 뭐 했나. 투자자 미팅 준비했다. 제대로 된 IR 자료 만들었다. 시리즈B 받을 거다. 근데 지금 당장은 아니다. 6개월 뒤. 매출 1억, 순이익 500만원 만들고. 그때 투자 받는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대박'이라고 했다. 근데 대박의 시작은 탄탄함이다. 엄마와 대표 사이 어제 딸이 물었다. "엄마, 회사 잘돼?" "응, 잘되고 있어." "그럼 이제 집에 일찍 와?" "...아직은 좀 더 시간 필요해." 딸이 아무 말 안 했다. 고개만 끄덕였다. 미안했다. 근데 포기는 못 한다. 4년 했다. 여기서 멈추면 그냥 '해봤던 사람'이다. 나는 '해낸 사람'이 되고 싶다. 여성 창업가로서. 워킹맘으로서. 두 아이 엄마로서. 다 해내는 사람. 무리한 목표일 수 있다. 근데 해보고 싶다. 효율을 높이면 시간이 생긴다. 시간이 생기면 아이들도 보고 회사도 키운다. 이상적인 얘기 같다. 근데 해보려고. 시스템 만들고. 팀 키우고.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그러면서 성장한다. 멈춰 있는 게 아니었다 손익분기점 근처에서 멈춰 있다고 생각했다. 4년 동안 제자리걸음 같았다. 근데 아니었다. 매출 100만원에서 8000만원. 직원 3명에서 15명. 사무실 공유오피스에서 강남 위워크. 많이 왔다.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쉬고 있었다. 다음 점프를 위해. 스타트업은 계단이다. 쭉 올라가는 게 아니라 오르고 쉬고 오르고 쉬고. 지금은 쉬는 구간이다. 힘 모으는 중이다. 다음 계단은 월매출 1억. 그다음은 3억. 천천히 가도 된다. 확실하게 가면 된다. 투자금 받든, 팀 키우든, 내가 바뀌든. 방법은 여러 개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4년 했으면 4년 더 할 수 있다.손익분기점은 목표가 아니라 통과점이었다. 이제 다음으로 간다.

투자자 미팅에서 나를 보지 않고 '아이 있는 여자'를 본다는 생각

투자자 미팅에서 나를 보지 않고 '아이 있는 여자'를 본다는 생각

투자자 미팅에서 나를 보지 않고 '아이 있는 여자'를 본다는 생각 그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아이 있으시죠?" 투자자가 웃으며 물었다. 미팅 시작 5분. 우리 서비스 설명도 안 끝났다. 숫자도 안 보여줬다. "네, 둘 있습니다." "아, 그럼... 시간 관리가 좀 어려우시겠네요?"옆에 앉은 공동창업자한테는 안 물었다. 그도 초등학생 아들 있다. 지난주 다른 VC 미팅. 똑같은 질문 나왔다. "육아하면서 회사 운영이 가능하세요?" 가능하니까 4년째 하고 있다. 월 매출 8000만원 찍고 있다. 근데 그 말은 안 나왔다. 그냥 웃었다. "네, 괜찮습니다." 집에 와서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남자 대표들은 받지 않는 질문 작년에 시리즈A 15억 받았다. 투자 미팅 12번 다녔다. 8번은 아이 얘기가 먼저 나왔다. 숫자보다 먼저. 팀보다 먼저. "결혼하셨어요?" "애 몇 살이에요?" "남편 분은 뭐 하세요?" 같은 업계 남자 대표 친구가 있다. 그도 아이 둘이다. 걔한테 물어봤다. "투자 미팅에서 육아 질문 받아?" "응? 한 번도."그 친구가 말했다. "오히려 '가정도 잘 챙기시는구나' 이러던데?" 같은 상황인데 다른 평가. 남자는 '균형잡힌 리더'. 여자는 '집중 못 하는 엄마'. 이게 2024년이다. 의심과 싸우는 에너지 투자자들이 궁금한 건 안다. '이 사람이 회사에 올인할 수 있나?' 정당한 질문이다. 근데 남자한테는 안 물으면서 나한테만 묻는 건 뭐냐. 아이 있는 남자는 책임감 있는 거고, 아이 있는 여자는 위험부담인 건가. 작년 여름, 어떤 VC 대표가 말했다. "김대표님, 솔직히 여자 창업가는 출산하면 회사가 흔들리잖아요." 나 이미 둘 낳았다. 그 사이에 회사 키웠다. 근데 그 사람 눈엔 안 보인다. 내가 한 일이. 보이는 건 '여자', '엄마', '리스크'.그날 미팅 끝나고 화장실 가서 10분 있었다. 울지는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내가 뭘 더 증명해야 하나.' 숫자로 말해도 안 보이는 것들 우리 회사 재구매율 68%. 업계 평균 42%. 고객 만족도 4.8점. NPS 72점. 직원 이직률 5%. 스타트업 평균의 절반. 다 숫자다. 감정 아니다. 팩트다. 근데 투자자가 보는 건 내 결혼반지. "남편 분이 도와주시나요?" 도와준다. 근데 그게 왜 중요하냐. 남자 대표한테 "부인 분이 도와주세요?" 안 묻잖아. 작년에 만난 여성 투자자가 달랐다. "팀 구성 좋네요. 여성 비율이 경쟁력이겠어요." "재구매율 이 정도면 PMF 확실한데, 다음 마일스톤은요?" 질문이 달랐다. 사업을 봤다. 나를 봤다. 엄마를 본 게 아니라. 그 사람한테서 투자 받았다. 5억. 피곤하다는 말 못 하는 이유 요즘 체력이 한계다. 새벽 5시 기상. 밤 12시 취침. 7시간 자면 다행. 지난주 몸살났다. 열 38도. 약 먹고 미팅 나갔다. 7시간 동안 5곳. 남편이 말했다. "쉬면 안 돼?" 쉬고 싶다. 근데 못 쉰다. 쉬면 '역시 여자는' 소리 들을까봐. 남자 창업가 친구들 보면 편하게 말한다. "어제 술 먹어서 죽겠네." "주말에 골프 쳤더니 피곤해." 나는 못 한다. "아이가 아파서" 말도 조심스럽다. '애 핑계 대네' 소리 들을까봐. 작년에 딸 독감 걸려서 미팅 한 번 미뤘다. 상대 대표가 이해한다고 했는데, 어조가 달랐다. '역시 아이 있으면 이래서...' 그 뉘앙스. 다음부터는 그냥 '개인 사정'이라고 했다. 완벽해야만 믿는 세상 남자는 70% 해도 잠재력 보고 투자한다. 여자는 120% 해도 의심부터 한다. 이게 내가 4년 느낀 거다. 남자 대표 피칭 보면 비전 얘기한다. 꿈 얘기한다. "10년 후엔 이렇게 될 겁니다." 박수 나온다. "패기 있네요." 내가 똑같이 말하면 다르다. "구체적 실행 계획은요?"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꿈 얘기하면 '현실감 없다'. 숫자 얘기하면 '비전이 작다'. 그래서 나는 완벽하게 준비한다. 피칭 자료 50장. 예상 질문 100개. 다 외운다. 근데 그것도 지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여성 창업가 선배가 말했다. "우리는 2배 잘해야 동등하게 평가받아." 맞다. 근데 공평하지 않다. 아이를 숨기고 싶지 않다 딸이 어제 물었다. "엄마는 왜 맨날 일해?" "엄마가 회사 대표거든. 책임이 있어." "그럼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엄마이면서 대표다. 둘 다 나다. 근데 세상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 엄마면 대표 못 하고, 대표면 엄마 자격 없고. 왜 남자는 둘 다 해도 되는데 나는 안 되냐. 예전에는 미팅 갈 때 아이 얘기 안 했다. 사무실에 아이 사진도 안 뒀다. '엄마' 티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근데 요즘은 당당하게 말한다. "네, 아이 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 관리 더 잘합니다." "육아 경험이 우리 서비스 인사이트가 됐어요." "우리 타겟이 워킹맘인데, 제가 바로 그 고객이죠." 의심하는 투자자도 있다. 근데 믿어주는 곳도 있다. 그 곳에 집중한다. 바뀌지 않는 질문들 이번 주도 미팅 3개 있다. 또 물을 거다. "아이 있으세요?" 이제는 대답이 준비돼 있다. "네, 초등 2학년, 6살 있습니다. 둘 다 건강하고요, 저도 건강합니다. 우리 회사도 건강합니다. 숫자 보시죠." 웃으면서 말한다. 근데 속으론 피곤하다. 언제까지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하나. 언제쯤 내 사업을 먼저 볼까. 언제쯤 나를 '대표'로 먼저 볼까. 남편이 어제 말했다. "당신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고맙다. 근데 이해는 못 할 거다. 남자니까. 그 질문 안 받아봤으니까. 여성 CEO 모임에서 언니들 만나면 다들 안다. 말 안 해도 안다. 다 겪었으니까. "오늘도 그 질문 받았어?" "받았지." 웃는다. 근데 웃음이 씁쓸하다. 증명은 끝이 없다 월 매출 8000만원 찍었을 때 좋았다. '이제 인정받겠지.' 근데 다음 질문이 나왔다. "스케일업 계획은? 더 키울 수 있어요?" 남자 대표는 '성장 가능성' 본다. 나는 '한계' 묻는다. 손익분기점 넘었을 때도 마찬가지. "지속가능한가요? 아이 키우면서 이 속도 유지 가능해요?" 뭘 해도 부족하다. 완벽해도 의심한다. 근데 포기는 못 한다. 내 뒤에 후배들이 있다. 나를 보고 있다. "김대표님처럼 저도 창업하고 싶어요." "아이 있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그 말 들으면 힘난다. 그래서 계속한다. 결국 내가 증명할 것 5년 후에는 달라질까. 10년 후에는? 모르겠다. 근데 일단 나는 한다. 회사 키운다. 매출 올린다. 직원 행복하게 한다. 아이들도 잘 키운다. 둘 다 한다. 누가 뭐래도 한다. 투자자 미팅에서 나를 안 볼 수도 있다. '아이 있는 여자'만 볼 수도 있다. 근데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고객은 내 성별 안 본다. 서비스를 본다. 직원들도 내 육아 안 본다. 리더십을 본다. 결국 증명되는 건 사업이다. 나는 그걸 믿는다.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아이들 깨우고, 밥 먹이고, 웃으면서 안아준다. 그리고 회사 간다. 미팅 간다. 또 그 질문 받는다. 대답한다. 웃으면서. 속으로는 센다. 몇 번째 질문인지. 100번째 되면 책 쓸까 싶다. '투자자들이 여성 창업가에게 묻는 100가지 질문' 팔릴 것 같다. 공감할 사람 많을 거다.오늘도 증명한다. 나는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고. 계속할 거라고.

육아용품 이커머스라는 선택, 엄마로서의 경험이 경쟁력이 되다

육아용품 이커머스라는 선택, 엄마로서의 경험이 경쟁력이 되다

육아용품 이커머스라는 선택, 엄마로서의 경험이 경쟁력이 되다 시작은 아기 물티슈였다 둘째를 낳고 3개월쯤 됐을 때다. 새벽 2시에 기저귀를 갈다가 물티슈가 떨어졌다. 예비로 사둔 게 있었는데, 뜯어보니 완전히 다른 제품이었다. 향이 너무 강했다. 아기 엉덩이에 닿자마자 빨갛게 올라왔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산 게 뭔지도 모르고 샀다는 걸.새벽에 검색했다. "물티슈 추천", "아기 물티슈 순위", "민감성 피부 물티슈". 나온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블로그는 광고 같고, 커뮤니티는 의견이 너무 많고, 쇼핑몰은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고. 그냥 포기하고 샀다. 제일 비싼 걸로. 다음날 남편한테 물었다. "이거 뭐 보고 샀어?" 남편도 몰랐다. 그냥 급해서 샀다고. 우리는 한 달에 물티슈만 8만원어치를 쓰고 있었다. 뭘 쓰는지도 모르고. 11번가 MD 시절의 의문 나는 11번가에서 5년간 MD를 했다. 생활용품 카테고리였다. 육아용품도 담당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카테고리인지. 데이터만 봤다. 판매량, 클릭률, 전환율. 숫자로만 제품을 평가했다. "이 제품이 왜 팔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팔리면 그만이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았다. 엄마들이 뭘 원하는지. 단순히 "좋은 제품"이 아니었다. "내 아이에게 맞는 제품"이었다. 그 차이는 엄청났다.11번가에서 제일 많이 팔린 물티슈가 있었다. 한 달에 15만 개씩 나갔다. 나도 그걸 샀다. 둘째한테 써봤다. 피부에 안 맞았다. 그제야 의문이 들었다. "이게 제일 잘 팔리는데, 왜 내 아이한테는 안 맞지?" 답은 간단했다. 모든 아이가 다르니까. 근데 이커머스는 그걸 반영 못 했다. 그냥 "베스트셀러" 배지만 달아놨다. 엄마들은 그걸 믿고 샀다. 나처럼. 퇴사를 결심한 건 그 순간이었다. 2019년 8월 23일. 둘째가 돌 지나고 복직한 지 3개월째. 회사 화장실에서 울면서 사표를 썼다. 엄마 100명을 만났다 창업하기 전에 3개월간 엄마들을 만났다. 카페에서, 놀이터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100명 넘게 인터뷰했다. 질문은 하나였다. "육아용품 살 때 제일 어려운 게 뭐예요?" 답은 비슷했다.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보가 너무 많아요." "광고인지 진짜 후기인지 구분이 안 돼요." 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내 아이랑 비슷한 아이 키우는 엄마가 추천해주면 좋겠어요. 딱 우리 애 상황에 맞는 거요." 그게 답이었다. 나는 노트에 정리했다. "개인화된 큐레이션. 아이 개월 수, 피부 타입, 알레르기 여부에 따라 다른 추천."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건데, 당시엔 아무도 안 하고 있었다.인터뷰하면서 깨달은 게 또 있다. 엄마들은 엄청 똑똑했다. 성분표를 외우고, 제조사를 비교하고, 해외 직구까지 했다. 그 노력이 너무 아까웠다. 이걸 한 곳에 모으면 되겠다 싶었다. "엄마들의 경험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자." 첫 번째 MVP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였다. 엄마들이 쓴 제품 리뷰를 수작업으로 정리했다. 개월 수별로, 피부 타입별로, 가격대별로. 밤새 작업했다. 아이들 재우고 새벽 3시까지. 한 달 만에 300개 제품 정보가 쌓였다. 지인 엄마들한테 공유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이거 돈 내고 쓰고 싶어요." 그 말이 확신을 줬다. 투자자들의 질문 시드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였다. 20곳 넘게 미팅했다. 대부분 남자였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질문이 비슷했다. "이거 왜 필요해요? 그냥 쿠팡에서 사면 되지 않나요?" 설명했다. 쿠팡은 빠르지만 선택을 안 도와준다고. 엄마들은 빠른 배송보다 정확한 선택을 원한다고. 특히 아이 피부에 닿는 건. "아, 그렇군요. 근데 시장이 작지 않나요?" 작지 않다. 한국 육아용품 시장 규모가 8조다. 이커머스 비중이 40%고 계속 늘어난다. 숫자를 댔다. "아, 네. 그런데... 대표님, 아이 키우면서 회사 운영 가능하세요?" 그 질문이 제일 많았다. 20곳 중 15곳에서 물었다. 남자 창업자한테는 안 물어본다는 거 안다. 근데 나한테는 물었다. 처음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시간 관리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열 번째쯤 되니까 화가 났다. "대표님은 아이 있으세요? 있으시면 제게 그런 질문 안 하셨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곳에서 투자가 들어왔다. 아이러니했다. 그 파트너도 나중에 말했다. "솔직함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 화가 진심이 느껴졌어요." 시드로 3억 받았다. 2020년 2월. 코로나 터지기 직전이었다. 코로나가 준 기회 코로나는 재앙이었다. 근데 우리한테는 기회였다.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 엄마들이 아이 데리고 백화점 가기 힘들어졌다. 온라인으로 다 해결해야 했다. 우리 가입자가 폭증했다. 한 달에 1000명씩 늘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물량이었다. 공급사들이 재고를 안 줬다. 큰 플랫폼한테만 줬다. 우리는 작았으니까. 직접 발로 뛰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물티슈 공장을 찾아갔다. 대표님을 만났다. 60대 남자분이었다. "저희한테 물량 좀 주세요. 조금만이라도요." "당신네 회사는 작잖아. 왜 줘야 하는데?" 설명했다. 우리 플랫폼에 있는 엄마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제품을 고르는지. 한 번 좋다고 하면 계속 산다고. 그게 브랜드한테 얼마나 가치 있는 충성 고객인지. "내 딸도 애 키워. 힘들어해. 당신 말 이해간다." 그분이 물량을 줬다. 작은 거래처보다 더 많이. 그게 첫 번째 브랜드 파트너십이었다. 지금도 거래한다. 엄마 직원들과의 약속 직원을 뽑기 시작했다. 첫 조건은 "육아 경험"이었다. 엄마가 아니어도 됐다. 조카를 키운 경험, 동생을 돌본 경험, 뭐든 좋았다. 육아를 이해하는 사람. 지금 15명 중 12명이 엄마다. 워킹맘이다. 나를 포함해서. 첫 팀 미팅 때 약속했다. "학교 행사는 무조건 간다. 누구도 눈치 안 준다. 나도 간다." 실천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다. 근데 노력한다. 지난주에 우리 팀 디자이너가 아이 학예회 때문에 오후 2시에 조퇴했다. 아무도 뭐라 안 했다. 당연한 거니까. 그 대신 일할 때는 집중한다. 회의는 30분 넘기지 않는다. 슬랙 메시지는 핵심만 쓴다. 야근은 절대 미덕이 아니다. 효율이 올라갔다. 남자 직원들도 좋아한다. "여기는 일과 삶이 확실히 분리돼요." 그 말이 제일 뿌듯하다. 데이터로 본 엄마의 선택 지금 우리 플랫폼에 2만 명이 있다. 월 거래액이 8000만원이다. 작다. 근데 의미 있는 숫자가 있다. 재구매율 78%. 고객이 한 번 사면 평균 5.3번 더 산다. 이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큰 플랫폼은 30%도 안 된다. 왜 다시 올까. 데이터를 분석했다. 답은 간단했다. "맞았으니까." 우리는 아이 정보를 받는다. 개월 수, 피부 타입, 알레르기, 이전에 쓴 제품. 그걸 바탕으로 추천한다. 엄마들이 후기를 남긴다. "정말 우리 애한테 딱 맞아요." 그 후기가 다른 엄마한테 간다. 비슷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한테. "우리 애랑 똑같네요. 저도 사봐야겠어요." 선순환이다. 지난달에 제일 많이 팔린 제품은 대형 브랜드가 아니었다. 소규모 제조사의 무향 물티슈였다. 알레르기 있는 아이 엄마들이 찾았다. 광고 하나 안 했는데 500개가 팔렸다. 그 제조사 대표님이 전화를 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주문이 몰려서..." 설명했다. 우리 플랫폼의 가치를. "좋은 제품은 알아서 팔립니다. 엄마들이 찾아내니까요." 실패도 있었다 다 좋은 얘기만 있는 건 아니다. 작년에 AI 추천 시스템을 도입했다. 6개월 개발했다. 2억 들어갔다. 론칭했다. 망했다. 왜? 엄마들이 안 믿었다. "이게 진짜 내 아이한테 맞는 거예요?" 알고리즘이 뭔지 설명해도 안 믿었다. "다른 엄마가 추천해주는 게 더 좋아요." 깨달았다. 기술이 답이 아니었다. 공감이 답이었다. 엄마들은 데이터보다 경험을 믿었다. "나도 그랬어요"라는 말이 알고리즘보다 강했다. AI 시스템 버렸다. 대신 "엄마 매칭" 기능을 만들었다. 비슷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끼리 연결해주는 거. 서로 제품을 추천하고 경험을 나눈다. 이게 먹혔다. 체류 시간이 3배 늘었다. 실패가 방향을 알려줬다. 우리는 기술 회사가 아니었다. 커뮤니티 회사였다. 딸아이의 질문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딸아이 학교 공개 수업이 있었다. 참석하기로 했다. 캘린더에 블록해뒀다. 근데 당일 아침에 투자자 미팅 요청이 왔다. 그날 점심밖에 시간이 없다고. 시리즈B 리드 투자자였다. 거절하기 어려웠다. 딸한테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딸이 물었다. "엄마 회사가 애기 키우는 엄마들 도와주는 거 아니에요?" 할 말이 없었다. 미팅을 거절했다. 학교에 갔다. 딸이 손을 잡았다. "엄마가 오니까 좋아요." 그 말에 울컥했다. 회사로 돌아와서 생각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엄마들을 돕겠다면서 정작 내 딸한테는 못 해주고 있는 건 아닌지. 답은 아직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있다. 이 고민 자체가 나의 경쟁력이다. 이걸 이해하는 사람만이 이 사업을 할 수 있다. 시리즈A 투자 후 올해 초에 시리즈A를 받았다. 15억이었다. 밸류는 80억. 투자 설명회에서 한 말이 있다. "우리는 육아용품을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엄마들의 경험을 유통하는 회사입니다." 어떤 투자자가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엄마로 산다는 건 매일 선택의 연속입니다. 뭘 먹일지, 뭘 입힐지, 뭘 발라줄지. 그 선택이 아이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근데 정보는 너무 많고 시간은 없습니다.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한 엄마들의 선택을 보여줍니다. 그게 가장 정확한 추천입니다." 투자가 결정됐다. 리드 투자자가 말했다. "대표님의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단순한 이커머스가 아니에요." 맞다. 이건 단순한 이커머스가 아니다. 내 삶이다. 지금 이 순간 새벽 5시다. 아직 어둡다. 커피를 내렸다. 노트북을 켰다. 어제 못 본 슬랙 메시지가 37개다.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객 후기였다. "제 아기가 아토피가 심했는데, 여기서 추천받은 로션 쓰고 좋아졌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잘하고 있다고. 힘들지만 의미 있다고. 창 밖이 밝아온다. 6시가 됐다. 딸아이가 일어날 시간이다. 노트북을 덮는다. 아침을 준비한다. 엄마로서의 삶과 대표로서의 삶. 둘을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다. 근데 그게 내 강점이다. 두 삶이 겹치는 곳에서 비즈니스가 나왔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엄마이자 대표로서. 완벽하지 않지만 진심을 담아서.육아 경험이 경쟁력이 될 줄 몰랐다. 근데 됐다. 이게 내 무기다.

11번가 MD 경력, 그것이 자산이 되고 때론 족쇄가 되는 이유

11번가 MD 경력, 그것이 자산이 되고 때론 족쇄가 되는 이유

11번가 MD 경력, 그것이 자산이 되고 때론 족쇄가 되는 이유 명함 때문에 받는 첫 미팅 "11번가 MD 출신이시라고요?" 투자자 미팅마다 듣는 말이다. 눈빛이 달라진다. 기대가 올라간다. "그럼 숫자는 잘 보시겠네요." "바이어 관리 경험 많으시죠?" "대기업 시스템 아시니까 우리도 그렇게 하시면 되죠?" 그럴 때마다 대답한다. "네, 그렇죠." 웃으면서. 속으로는 안다. 이 기대가 독이 될 거라는 걸.11번가에서 배운 것들 6년 했다. 육아용품 카테고리 MD. 월 매출 50억 관리했다. 바이어 200개 사 담당했다. 프로모션 기획하고, 수수료 협상하고, 재고 관리하고. 잘했다. 승진도 빨랐다. 팀장 달고 나올 뻔했는데 창업했다. 그때 배운 것들:데이터 보는 법 바이어 설득하는 법 프로모션 시즌 감 잡는 법 대량 거래 협상 노하우 시스템으로 관리하는 법지금도 쓴다. 매일 쓴다. 근데 그게 다가 아니더라.자산이 되는 순간들 시리즈A 투자 받을 때였다. "김대표님, 이 conversion rate가 왜 떨어졌죠?" "재구매율이 작년 대비 어떻게 되나요?" "카테고리별 수익률 구조 설명 가능하세요?" 다 대답했다. 숫자로. 근거 대면서. 투자자가 고개 끄덕였다. "역시 경력자는 다르네요." 그날 15억 받았다. 직원 뽑을 때도 도움된다. 이력서 볼 때, 면접 볼 때, '실무'가 뭔지 아니까. 허상 거르는 게 빠르다. 바이어 미팅도 마찬가지. "11번가에서 일하셨다고요? 그럼 얘기가 빠르겠네요." 신뢰가 올라간다. 경력이 문 여는 열쇠일 때가 있다. 분명히 있다. 족쇄가 되는 순간들 그런데. "11번가 출신인데 왜 이렇게 밖에 안 돼요?" 시리즈B 준비하면서 들은 말이다. 다른 VC였다. "월 매출 8000만원이요? 이 정도면... 좀 아쉬운데요." "대기업 출신이면 네트워크가 있을 텐데, 왜 입점 브랜드가 이것밖에 안 되죠?" "시스템도 아직 이 정도예요? 11번가 계셨으면 훨씬 체계적일 줄 알았는데." 할 말이 없었다. 11번가는 직원 수천 명에 인프라 다 깔려 있는 곳이었다. 나는 MD 한 명이었을 뿐이다. 지금은 대표고, 직원 15명이고, 돈 없고, 시스템 없고, 모든 걸 직접 해야 한다. 비교 자체가 말이 안 되는데, 사람들은 비교한다. 경력 때문에.실패의 무게가 다르다 작년 크리스마스 프로모션 망했다. 광고비 2000만원 썼는데 매출 3500만원 나왔다. 마진 거의 없다. 손해다. 그냥 망한 거다. 스타트업에서 흔한 일이다. 근데 투자자 보고할 때: "김대표님, 11번가에서 프로모션 많이 하셨잖아요. 이건 좀 실망이네요." 직원들 앞에서도: "대표님 경력으로 이 정도는 피하셨어야죠." 남편한테도 들었다: "여보, 11번가 다닐 때는 이런 실수 안 했잖아." 경력이 없는 대표들은 '배우는 과정'이라고 포장된다. 나는 '실수'가 된다. 기준이 다르다. 관대함이 없다.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 새벽 5시에 일어나는 이유. 아이들 깨기 전에 일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더 큰 이유는 다르다. '경력자인데 이것도 못 하냐'는 소리 듣기 싫어서다. 경쟁사 대표는 나보다 어리다. 경력 없다. 근데 우리보다 빠르게 큰다. 사람들은 말한다. "김대표님은 경력이 있으니까 곧 따라잡으시겠죠?" 압박이다. 기대가 압박이 된다. 매일 더 해야 한다. 경력값을 해야 한다. 증명해야 한다. 지친다. 11번가 동기들과의 거리 작년에 동기 만났다. 11번가 동기. 얘는 아직 거기 있다. 이제 팀장이다. 연봉 8500만원. "너 회사 어때? 잘 돼?" "응, 그럭저럭." 거짓말이다. 잘 안 된다. 힘들다. 근데 말 못 한다. "11번가 그만두고 창업했는데 잘 안 돼"라고 하면, 그게 곧 '실패'가 되니까. 동기는 묻는다. "그래도 재밌지? 자유롭고?" "응, 재밌어." 이것도 반쯤 거짓말이다. 재밌긴 한데, 자유롭진 않다. 책임이 무겁다. 동기는 정시 퇴근한다. 나는 밤 10시에 노트북 연다. 동기는 월급 나온다. 나는 3개월째 내 월급 못 받았다. "그래도 네가 부러워. 네 사업이잖아." 고맙다. 근데 부담된다. 경력이 만드는 이상한 기대들 미팅 가면 사람들이 예상한다. "11번가 출신이면 네트워크 엄청나시겠네요." 실제로는: 6년 전 명함이다. 연락 끊긴 사람 더 많다. "대기업 시스템 그대로 적용하면 되겠네요." 실제로는: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그 시스템 못 돌린다. "투자 받기 쉬우셨겠어요." 실제로는: 100군데 넘게 돌아다녔다. 거절도 수없이 들었다. 경력이 만능 키처럼 보인다. 근데 아니다. 스타트업은 대기업 미니어처가 아니다. 완전히 다른 게임이다. 그래도 후회는 안 한다 솔직히 털어놓으면. 11번가 그만둔 거 후회한 적 있다. 여러 번 있다. 특히 투자 안 받고, 매출 안 나오고, 직원 월급 걱정될 때. '그냥 다닐 걸' 싶었다. 근데 다시 생각하면, 안 한다. 대기업은 편했다. 시스템 있고, 돈 있고, 안정적이고. 근데 내 선택이 아니었다. 내 카테고리도 아니었다. 내 숫자도 아니었다. 지금은 다 내 거다. 망하든 되든 내 거다. 무겁다. 힘들다. 근데 내 것이다. 경력이 자산인지 족쇄인지 묻는다면, 대답은 '둘 다'다. 그리고 나는 이 족쇄를 스스로 찼다. 후회 없다. 경력자 창업의 진짜 어려움 요즘 깨닫는 것. 경력 없는 대표들은 '몰라서' 부딪힌다. 그게 오히려 자유다. 나는 '알아서' 조심한다. 그게 오히려 족쇄다. "이건 11번가에서 안 먹혔는데..." "대기업에서는 이렇게 안 하는데..." 자꾸 비교한다. 과거가 기준이 된다. 그리고 사람들도 비교한다. 나를 과거의 나랑 비교한다. "11번가 MD 출신이면 더 잘할 줄 알았어요." 이 말이 가장 아프다. 잘하고 싶다. 경력값 하고 싶다. 근데 대기업 MD랑 스타트업 대표는 다른 직업이다. 그걸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 나조차도 가끔 헷갈린다. 그럼에도 쓸 수 있는 것들 불평만 한 것 같다. 그건 아니다. 11번가 경력이 도움 되는 순간들:데이터 볼 때. 숫자 뒤의 패턴 읽는 법. 바이어 협상할 때. 딜 구조 짜는 법. 직원 교육할 때. 실무 구조 알려주는 법. 위기 올 때. '이 정도는 아니야' 하는 경험.무엇보다 중요한 건, '실무'를 안다는 것. 많은 창업가들이 이상만 말한다. 비전만 말한다. 나는 실행을 말한다. 숫자를 말한다. 어떻게 굴러가는지 안다. 그게 경력의 진짜 가치다. 요즘 하는 생각 밤 11시. 아이들 재우고 노트북 켰다. 슬랙에 메시지 100개. '내일은 투자자 미팅이다. 또 물어볼 거다. "11번가 출신인데 왜..."' 한숨 나온다. 근데 웃긴 건, 나도 나한테 묻는다는 거다. '11번가 6년 했는데, 왜 이것밖에 못 하지?' 스스로가 가장 가혹하다. 커피 한 모금. 네 번째다. 내일도 증명해야 한다. 경력값을 해야 한다. 자산이면서 족쇄인 이 경력을 끌고, 오늘도 간다.경력은 날개인데, 왜 이렇게 무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