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 미팅에서 나를 보지 않고 '아이 있는 여자'를 본다는 생각

투자자 미팅에서 나를 보지 않고 '아이 있는 여자'를 본다는 생각

투자자 미팅에서 나를 보지 않고 ‘아이 있는 여자’를 본다는 생각

그 질문이 시작되는 순간

“아이 있으시죠?”

투자자가 웃으며 물었다. 미팅 시작 5분.

우리 서비스 설명도 안 끝났다. 숫자도 안 보여줬다.

“네, 둘 있습니다.”

“아, 그럼… 시간 관리가 좀 어려우시겠네요?”

옆에 앉은 공동창업자한테는 안 물었다. 그도 초등학생 아들 있다.

지난주 다른 VC 미팅. 똑같은 질문 나왔다.

“육아하면서 회사 운영이 가능하세요?”

가능하니까 4년째 하고 있다. 월 매출 8000만원 찍고 있다.

근데 그 말은 안 나왔다. 그냥 웃었다.

“네, 괜찮습니다.”

집에 와서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남자 대표들은 받지 않는 질문

작년에 시리즈A 15억 받았다.

투자 미팅 12번 다녔다. 8번은 아이 얘기가 먼저 나왔다.

숫자보다 먼저. 팀보다 먼저.

“결혼하셨어요?” “애 몇 살이에요?” “남편 분은 뭐 하세요?”

같은 업계 남자 대표 친구가 있다. 그도 아이 둘이다.

걔한테 물어봤다. “투자 미팅에서 육아 질문 받아?”

“응? 한 번도.”

그 친구가 말했다. “오히려 ‘가정도 잘 챙기시는구나’ 이러던데?”

같은 상황인데 다른 평가.

남자는 ‘균형잡힌 리더’. 여자는 ‘집중 못 하는 엄마’.

이게 2024년이다.

의심과 싸우는 에너지

투자자들이 궁금한 건 안다.

‘이 사람이 회사에 올인할 수 있나?’

정당한 질문이다.

근데 남자한테는 안 물으면서 나한테만 묻는 건 뭐냐.

아이 있는 남자는 책임감 있는 거고, 아이 있는 여자는 위험부담인 건가.

작년 여름, 어떤 VC 대표가 말했다.

“김대표님, 솔직히 여자 창업가는 출산하면 회사가 흔들리잖아요.”

나 이미 둘 낳았다. 그 사이에 회사 키웠다.

근데 그 사람 눈엔 안 보인다. 내가 한 일이.

보이는 건 ‘여자’, ‘엄마’, ‘리스크’.

그날 미팅 끝나고 화장실 가서 10분 있었다.

울지는 않았다. 그냥 서 있었다.

‘내가 뭘 더 증명해야 하나.‘

숫자로 말해도 안 보이는 것들

우리 회사 재구매율 68%. 업계 평균 42%.

고객 만족도 4.8점. NPS 72점.

직원 이직률 5%. 스타트업 평균의 절반.

다 숫자다. 감정 아니다. 팩트다.

근데 투자자가 보는 건 내 결혼반지.

“남편 분이 도와주시나요?”

도와준다. 근데 그게 왜 중요하냐.

남자 대표한테 “부인 분이 도와주세요?” 안 묻잖아.

작년에 만난 여성 투자자가 달랐다.

“팀 구성 좋네요. 여성 비율이 경쟁력이겠어요.”

“재구매율 이 정도면 PMF 확실한데, 다음 마일스톤은요?”

질문이 달랐다. 사업을 봤다. 나를 봤다.

엄마를 본 게 아니라.

그 사람한테서 투자 받았다. 5억.

피곤하다는 말 못 하는 이유

요즘 체력이 한계다.

새벽 5시 기상. 밤 12시 취침. 7시간 자면 다행.

지난주 몸살났다. 열 38도.

약 먹고 미팅 나갔다. 7시간 동안 5곳.

남편이 말했다. “쉬면 안 돼?”

쉬고 싶다. 근데 못 쉰다.

쉬면 ‘역시 여자는’ 소리 들을까봐.

남자 창업가 친구들 보면 편하게 말한다.

“어제 술 먹어서 죽겠네.” “주말에 골프 쳤더니 피곤해.”

나는 못 한다. “아이가 아파서” 말도 조심스럽다.

‘애 핑계 대네’ 소리 들을까봐.

작년에 딸 독감 걸려서 미팅 한 번 미뤘다.

상대 대표가 이해한다고 했는데, 어조가 달랐다.

‘역시 아이 있으면 이래서…’ 그 뉘앙스.

다음부터는 그냥 ‘개인 사정’이라고 했다.

완벽해야만 믿는 세상

남자는 70% 해도 잠재력 보고 투자한다.

여자는 120% 해도 의심부터 한다.

이게 내가 4년 느낀 거다.

남자 대표 피칭 보면 비전 얘기한다. 꿈 얘기한다.

“10년 후엔 이렇게 될 겁니다.”

박수 나온다. “패기 있네요.”

내가 똑같이 말하면 다르다.

“구체적 실행 계획은요?” “리스크 관리는 어떻게?”

꿈 얘기하면 ‘현실감 없다’. 숫자 얘기하면 ‘비전이 작다’.

그래서 나는 완벽하게 준비한다.

피칭 자료 50장. 예상 질문 100개. 다 외운다.

근데 그것도 지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여성 창업가 선배가 말했다.

“우리는 2배 잘해야 동등하게 평가받아.”

맞다. 근데 공평하지 않다.

아이를 숨기고 싶지 않다

딸이 어제 물었다.

“엄마는 왜 맨날 일해?”

“엄마가 회사 대표거든. 책임이 있어.”

“그럼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엄마이면서 대표다. 둘 다 나다.

근데 세상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라고 한다.

엄마면 대표 못 하고, 대표면 엄마 자격 없고.

왜 남자는 둘 다 해도 되는데 나는 안 되냐.

예전에는 미팅 갈 때 아이 얘기 안 했다.

사무실에 아이 사진도 안 뒀다.

‘엄마’ 티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근데 요즘은 당당하게 말한다.

“네, 아이 둘 있습니다. 그래서 시간 관리 더 잘합니다.”

“육아 경험이 우리 서비스 인사이트가 됐어요.”

“우리 타겟이 워킹맘인데, 제가 바로 그 고객이죠.”

의심하는 투자자도 있다. 근데 믿어주는 곳도 있다.

그 곳에 집중한다.

바뀌지 않는 질문들

이번 주도 미팅 3개 있다.

또 물을 거다. “아이 있으세요?”

이제는 대답이 준비돼 있다.

“네, 초등 2학년, 6살 있습니다. 둘 다 건강하고요, 저도 건강합니다. 우리 회사도 건강합니다. 숫자 보시죠.”

웃으면서 말한다. 근데 속으론 피곤하다.

언제까지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하나.

언제쯤 내 사업을 먼저 볼까.

언제쯤 나를 ‘대표’로 먼저 볼까.

남편이 어제 말했다.

“당신 충분히 잘하고 있어.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마.”

고맙다. 근데 이해는 못 할 거다.

남자니까. 그 질문 안 받아봤으니까.

여성 CEO 모임에서 언니들 만나면 다들 안다.

말 안 해도 안다. 다 겪었으니까.

“오늘도 그 질문 받았어?”

“받았지.”

웃는다. 근데 웃음이 씁쓸하다.

증명은 끝이 없다

월 매출 8000만원 찍었을 때 좋았다.

‘이제 인정받겠지.’

근데 다음 질문이 나왔다.

“스케일업 계획은? 더 키울 수 있어요?”

남자 대표는 ‘성장 가능성’ 본다. 나는 ‘한계’ 묻는다.

손익분기점 넘었을 때도 마찬가지.

“지속가능한가요? 아이 키우면서 이 속도 유지 가능해요?”

뭘 해도 부족하다.

완벽해도 의심한다.

근데 포기는 못 한다.

내 뒤에 후배들이 있다. 나를 보고 있다.

“김대표님처럼 저도 창업하고 싶어요.”

“아이 있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셔서 감사해요.”

그 말 들으면 힘난다. 그래서 계속한다.

결국 내가 증명할 것

5년 후에는 달라질까.

10년 후에는?

모르겠다. 근데 일단 나는 한다.

회사 키운다. 매출 올린다. 직원 행복하게 한다.

아이들도 잘 키운다. 둘 다 한다.

누가 뭐래도 한다.

투자자 미팅에서 나를 안 볼 수도 있다.

‘아이 있는 여자’만 볼 수도 있다.

근데 숫자는 거짓말 안 한다.

고객은 내 성별 안 본다. 서비스를 본다.

직원들도 내 육아 안 본다. 리더십을 본다.

결국 증명되는 건 사업이다.

나는 그걸 믿는다.

오늘도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아이들 깨우고, 밥 먹이고, 웃으면서 안아준다.

그리고 회사 간다.

미팅 간다. 또 그 질문 받는다.

대답한다. 웃으면서.

속으로는 센다. 몇 번째 질문인지.

100번째 되면 책 쓸까 싶다.

‘투자자들이 여성 창업가에게 묻는 100가지 질문’

팔릴 것 같다. 공감할 사람 많을 거다.


오늘도 증명한다. 나는 할 수 있다고. 하고 있다고. 계속할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