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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에게 '워라밸 중요해요'라고 말하고 밤 10시에 노트북을 켜는 죄책감

직원들에게 '워라밸 중요해요'라고 말하고 밤 10시에 노트북을 켜는 죄책감

직원들에게 '워라밸 중요해요'라고 말하고 밤 10시에 노트북을 켜는 죄책감 오늘 또 거짓말했다 "다들 6시에 퇴근하세요. 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오늘 전체 회의에서 한 말이다. 15명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 시각 밤 10시 32분. 나는 노트북을 켰다.아이들 재우고 설거지 끝내고 빨래 돌리고. 이제야 내 시간이다. 슬랙 확인. 미읽은 메시지 47개. 이메일 83통. 내일 투자자 미팅 준비 덜 됐다. 재무제표 다시 봐야 한다. "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내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돈다. 거짓말쟁이. 우리 팀은 6시에 퇴근한다 우리 회사는 정말 6시에 퇴근한다. 15명 중 12명이 여성이다. 그중 7명이 엄마다. 다들 6시 되면 가방 챙긴다. "대표님 먼저 갈게요" 인사하고 나간다. 나는 웃으며 손 흔든다. "조심히 가세요." 좋다. 정말 좋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회사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곳. 엄마가 죄책감 안 느끼는 곳. 육아 때문에 눈치 안 보는 곳. 우리 회사 복지제도를 자랑하면 다들 부러워한다.육아휴직 1년 보장 재택근무 주 2회 아이 아플 때 당일 연차 가능 학교 행사 참석 적극 권장 생리휴가 눈치 제로정말 지킨다. 하나도 안 빈말이다. 그런데.정작 나는 밤 10시에 노트북을 켠다. 이중잣대일까 "대표님은 왜 그렇게 일하세요?" 두 달 전 MD팀장이 물었다. 밤 11시에 내가 보낸 슬랙 메시지를 보고. "아, 이건 그냥 생각나서 적어둔 거예요. 내일 봐도 돼요." 변명이었다. 그날 밤 나는 3시간 동안 경쟁사 분석했다. 마케팅 전략 수정했다. 다음 달 프로모션 기획 다시 짰다. 왜?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다. 대표니까. 15명 월급 책임져야 하니까. 투자자한테 믿음 줘야 하니까. 그런데 어제 남편이 말했다. "당신, 직원들한테는 워라밸 강조하면서 본인은 왜 그래. 이중잣대 아니야?" 할 말이 없었다. 맞다. 이중잣대다. 나는 직원들한테는 "6시 퇴근 필수"라고 하면서, 나는 밤 10시부터 3시간씩 일한다. "일 생각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 나는 주말에도 슬랙 확인한다. "휴가 꼭 쓰세요"라고 하면서, 나는 작년에 연차 3일 썼다.거짓말쟁이다. 아니, 위선자다. 그런데 안 하면 밤 10시에 노트북 안 켜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다. 내일 투자자 미팅 준비 덜 된 채로 간다. 질문에 제대로 답 못 한다. 신뢰 떨어진다. 다음 투자 유치 어려워진다. 경쟁사 분석 안 한다. 시장 변화 놓친다. 우리 전략 뒤처진다. 매출 정체된다. 마케팅 기획 안 다듬는다. 완성도 떨어진다. 고객 반응 시들하다. 성과 안 나온다. 그럼? 직원들 월급 줄까. 투자자는 실망할까. 회사는 망할까. 이게 내 머릿속이다. 밤 10시마다. 그래서 켠다. 노트북을. 책임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표는 달라야 한다? 지난달 여성 CEO 모임에서 이 얘기를 했다. "나만 그래? 직원들한테는 워라밸 강조하면서 본인은 못 지키는 거." 7명 중 5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는 달라야죠."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해요." "직원들 퇴근시키려면 우리가 더 해야죠." 다들 비슷했다. 그런데 한 선배가 말했다. "그거 오래 못 가요. 나도 그랬어요. 3년 했더니 번아웃 왔어요. 입원했어요." 그 선배는 지금 월 2회 상담 받는다. 우울증 진단받았다. 회사는 잘 되는데 본인은 망가졌다. "직원들 워라밸 지키게 하려면, 대표도 지켜야 해요. 안 그러면 결국 다 무너져요." 그 말이 계속 맴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지켜? 오늘도 켰다 밤 10시 32분. 노트북 켰다. 아이들 자는 방 쪽을 본다. 조용하다. 남편도 벌써 잤다. 슬랙 열었다. 메시지 47개. 하나씩 읽는다. MD팀장: "내일 미팅 자료 완성했어요. 먼저 퇴근할게요 :)" 오후 6시 5분 메시지다. 마케팅팀 대리: "프로모션 초안 공유드려요. 내일 아침에 봐주세요!" 오후 5시 58분. 다들 제시간에 퇴근했다. 좋다. 나는 자료를 연다. 하나씩 본다. 수정사항 적는다. 피드백 정리한다. 시계를 본다. 11시 48분. 내일 아침 8시 반 출근이다. 6시간 후다. 커피 한 모금 마신다. 식었다. "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오늘 한 말이 또 떠오른다. 거짓말은 아니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한테는. 그럼 나는? 나는? 나한테는 워라밸이 중요하지 않은가. 중요하다. 당연히 중요하다. 아이들이랑 더 놀고 싶다. 남편이랑 대화하고 싶다. 친구들 만나고 싶다. 드라마 보고 싶다. 책 읽고 싶다. 그런데. 대표니까. 15명 책임져야 하니까. 투자자 신뢰 지켜야 하니까. 엄마인데 일한다고 욕먹으니까 더 잘해야 하니까. 여자 대표라고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하니까. 이유는 많다. 핑계도 많다. 그런데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사는지. 직원이 물었다 일주일 전이었다. 신입 디자이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제가 봤을 때요. 대표님이 제일 워라밸 없으세요." 웃으며 넘겼다. "나는 괜찮아. 내가 선택한 거니까." 그 애가 말했다. "그래도요. 저희가 보기엔 대표님도 사람인데.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아요." 가슴이 뜨끔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그날 밤. 밤 10시에 노트북 켤 때. 그 애 말이 계속 맴돌았다. '대표님도 사람인데.' 맞다. 나도 사람이다. 그럼 나도 워라밸이 필요한 거 아닌가. 이중잣대 아니라 생존전략?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게 정말 이중잣대일까. 아니면 그냥 역할의 차이일까. 대표는 직원과 다르다. 책임이 다르다. 무게가 다르다. 직원들은 맡은 일 하면 된다. 대표는 모든 걸 신경 써야 한다. 직원들은 월급 받는다. 대표는 월급 줘야 한다. 그러니까 대표가 더 일하는 건 당연한 거다. 이중잣대가 아니라 역할의 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속이 편하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직원들한테는 "건강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럼 내 건강은? 직원들한테는 "번아웃 오기 전에 쉬라"고 한다. 그럼 내 번아웃은? 직원들한테는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럼 내 가족은? 질문하면 할수록 답이 안 나온다. 남편의 한마디 어젯밤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쓰러지면 회사도 끝나는 거 알아?" 화가 났다. "그러니까 안 쓰러지려고 관리하는 거잖아." "그게 관리야? 하루 5시간 자는 게?" 할 말이 없었다. 요즘 수면시간 평균 4시간 반이다. 새벽 5시 기상. 밤 12시 반 취침. 주말엔 조금 더 잔다. 6시간 정도. "직원들한테는 8시간 자라고 하잖아." 남편 말이 맞다. 우리 회사 복지에 '수면권 보장'도 있다. 저녁 9시 이후 업무 연락 금지. 그런데 나는? 나는 밤 11시에 메일 쓴다. "당신, 언젠가 후회할 거야. 아이들 크면." 남편의 마지막 말. 가슴에 박혔다. 딸아이가 그렸다 지난주 딸아이가 그림 그렸다. '우리 가족' 그림. 아빠는 크게 그렸다. 엄마는 작게 그렸다. 뒤에. 노트북 앞에. "엄마는 항상 이렇게 있잖아." 8살 아이 말이다. 웃으며 넘겼다. "엄마 일하는 거야. 우리 00이 먹고살려면." 그런데 그날 밤. 그 그림을 다시 봤다. 작은 엄마. 뒤에. 노트북 앞에. 울었다. 아무한테도 말 못 하고 혼자 울었다. "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오늘 직원들한테 한 말. 정작 내 딸은 엄마를 노트북 뒤 작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변명의 여지 그래도 변명하고 싶다. 나는 내가 선택했다. 창업을. 아무도 강요 안 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했다. 대표 하겠다고 한 것도 나다. 15명 책임지겠다고 한 것도 나다. 그러니 당연히 더 일해야 한다. 직원들은 다르다. 그들은 취직했다. 회사가 제공하는 조건에 동의하고 들어왔다. 나는 회사를 만들었다.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그러니까 이건 이중잣대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이렇게 생각하면 또 속이 편하다. 그런데. 이게 진짜 내 생각일까? 아니면 그냥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걸까? 투자자가 물었다 두 달 전 시리즈A 투자 미팅에서였다. 50대 남자 투자자가 물었다. "대표님, 아이 둘 키우면서 회사 경영 가능하세요?" 남자 대표들한테는 절대 안 하는 질문이다. 웃으며 답했다. "네. 가능합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요." "밤에 아이들 돌보시느라 업무에 지장은 없으세요?" 또 웃으며 답했다. "전혀요.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지장 있다. 많이 있다. 효율적? 천만에. 늘 시간 부족하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면 투자 못 받는다. '여자는 역시 안 되네' 소리 듣는다. 그래서 거짓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투자 받은 15억을 생각하며 노트북을 켰다. 밤 10시에. 이게 여자 대표의 현실이다. 롤모델이 없다 가끔 찾아본다. '여성 대표 워라밸' '엄마 CEO 일과' '여자 창업가 육아' 검색해도 별로 안 나온다. 나오는 건 다 성공 스토리다. "아이 셋 키우면서 100억 매출" "육아와 경영 모두 잡은 슈퍼우먼" "완벽한 워라밸, ○○ 대표의 비결" 다 거짓말 같다. 아니, 진짜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과정은 안 나온다. 밤 10시에 노트북 켜는 얘기는 없다. 아이 재우고 우는 얘기는 없다. 시어머니한테 뭐라 들은 얘기는 없다. 다들 성공한 후의 말만 한다. 나는 그 과정이 궁금한데. 어떻게 버텼는지. 어떻게 안 무너졌는지. 그 얘기는 아무도 안 한다. 결국 답은 밤 10시 32분. 오늘도 노트북을 켰다. 이게 이중잣대인지, 책임감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직원들한테는 '워라밸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나는 못 지킨다. 거짓말쟁이 같다. 위선자 같다. 그런데. 안 하면 회사가 어떻게 될까. 15명은 어떻게 될까. 그 생각하면 또 켜게 된다. 노트북을. 어쩌면 이게 답인지도 모르겠다. 대표는 다르다. 선택한 길이 다르다. 책임이 다르다. 직원들은 워라밸 지키게 해주고, 나는 그 뒤에서 더 일한다. 이게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좋은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오래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직원들은 6시에 퇴근한다. 나는 밤 10시에 일한다. 이중잣대라고 해도 할 말 없다. 그래도 이렇게 산다. 오늘도, 내일도."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오늘도 이 말을 했다. 그리고 밤 10시에 노트북을 켰다. 언젠가는 바뀔까. 모르겠다. 지금은 이게 내 방식이다.

시어머니의 '회사 그만두고 애나 봐'라는 말 뒤에서 우는 날들

시어머니의 '회사 그만두고 애나 봐'라는 말 뒤에서 우는 날들

새벽 5시, 어제 밤 통화가 떠올랐다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이 생각났다. 시어머니 전화. "딸이 학예회 연습한대. 엄마가 안 봐주면 누가 봐." 그 뒤에 나온 말. "회사 그만두고 애나 봐. 돈은 아들이 벌면 되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10분. 남편은 코 골며 잔다. 저번 주에 '엄마한테 내가 말할게'라고 했던 사람. 아직도 말 안 했다.커피 내렸다. 첫 잔. 사랑이라는 이름의 칼 시어머니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진짜로. 명절 때 반찬 10가지 싸주신다. "바쁠 텐데 챙겨 먹어라." 아이들 옷도 사주신다. 좋은 거. 딸 학원비도 대주신 적 있다. "손주 교육은 내가." 근데 그 뒤에 항상 붙는다. "그렇게 애들 놔두고 회사 다니는 게 낫니?" "초등학생 엄마가 어디 있어. 애 혼자 집에." "너 없으면 애들이 얼마나 외로운데." 사랑인 거 안다. 손주 걱정. 아들 걱정. 그것도 안다. 근데 왜 이렇게 아프지.작년 시리즈A 투자 받았을 때. 15억. 기사도 났다. 네이버 메인 떴다. 시어머니가 전화하셨다. "축하한다"가 아니라 "이제 그만하고 애들 봐도 되겠네." 그날 밤에 혼자 울었다. 남편 몰래. 화장실에서. 오늘 할 일: 아프지 않은 척 7시 반. 아이들 깨웠다. 딸이 눈 비비며 물었다. "엄마, 금요일 학예회 오지?" "응, 당연하지." 거짓말이다. 그날 투자자 미팅이 있다. 3개월 잡은 미팅. 못 간다. 아들 급식비 입금했다. 준비물 챙겼다. 딸 숙제 확인했다. 둘 다 껴안았다. 조금 더 오래. 등원 시키고 차에 탔다. 백미러로 내 얼굴 봤다. 다크서클. 어제 밤 운 흔적. 파운데이션 덧발랐다.사무실 도착. 8시 40분. "대표님 좀 밝아 보이는데요?"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응, 주말 잘 쉬었어." 또 거짓말. 선택과 희생 사이 어디쯤 점심 먹으면서 여성 CEO 모임 단톡 봤다. 언니 한 분이 썼다. "시댁에서 또 '애 키우는 게 일'이래. 5년 전에도 들었는데." 공감 이모티콘 15개. 우리 다 안다. 이게 사랑에서 나온 말이란 걸. 손주 사랑. 며느리 걱정. 아들 걱정. 다 안다. 근데 왜 '회사 그만두고'가 답일까. 남자 CEO들한테 누가 물어? "자녀분 있으시죠? 회사 그만두실 생각 없으세요?" 아무도 안 물어. 내 남편한테도 시어머니 안 물어보신다. "회사 그만두고 애 봐라." 안 하신다. 왜? 아들이니까. 3시. 팀 회의. 마케팅 팀장이 보고했다. "이번 달 매출 9200만. 목표 달성했습니다." 박수 쳤다. 진심으로 기뻤다. 회의 끝나고 팀장이 물었다. "대표님, 제가 육아휴직 쓰려는데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언제부터?" "다음 달요. 둘째 낳거든요." 축하했다. 복귀 날짜 함께 잡았다. 인수인계 계획 세웠다. 그 순간 생각했다. 나도 이런 배려 받고 싶다. 시댁에서. 저녁 7시, 다시 엄마가 되어 퇴근했다. 아이들 데리러 갔다. 학원, 어린이집. 딸이 차 타자마자 울었다. "오늘 친구가 '너네 엄마는 맨날 안 와'라고 했어." 심장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미안해. 엄마가... 금요일에 못 갈 것 같아. 그 대신 토요일에 놀이공원 갈까?" 딸이 고개 돌렸다. 집 도착. 저녁 차렸다. 냉장고에 시어머니가 해주신 반찬. 데웠다. 아이들이 물었다. "할머니 언제 와?" "이번 주말." "할머니한테 엄마 얘기할 거야. 맨날 없다고." 숨이 막혔다. 밤 10시, 혼자만의 시간 아이들 재웠다. 남편은 야근. 노트북 켰다. 내일 미팅 자료. 다음 주 투자 보고서. 채용 공고. 그러다 멈췄다. 웹서핑했다. '워킹맘 죄책감'. '시댁 갈등'. '일 그만둘까'. 검색했다. 글들을 읽었다. 다들 비슷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시어머니한테 전화하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다. "저도 아이들 사랑해요. 제가 일하는 건 저를 위해서만이 아니에요.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엄마도 꿈이 있다는 걸. 엄마도 일할 수 있다는 걸." 근데 안 했다. 왜냐면 알아. 시어머니는 이해 못 하신다. 그 세대는 그랬으니까. 아이 키우는 게 여자 일이었으니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그걸 이해시키기엔 난 너무 지쳤다. 이건 선택이다, 희생이 아니라 새벽 12시.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생각했다. 내가 회사 그만두면 어떨까. 진짜로. 아이들 매일 챙길 수 있다. 학예회 다 갈 수 있다. 시어머니 잔소리 안 들을 수 있다. 남편이랑 싸울 일도 줄어든다. 근데. 내가 4년 동안 만든 것들. 15명의 직원들. 투자자들. 고객들. 다음 달 론칭 예정인 신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거울 앞에 선 나. 명함 내미는 나. 미팅에서 발표하는 나. "이번 분기 목표 달성했습니다"라고 말하는 나. 그 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건 선택이다. 희생이 아니다. 나는 일하는 엄마를 선택했다. 아이들을 버리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일 둘 다 선택한 거다. 힘들다. 맞다. 죄책감 든다. 맞다. 시댁 눈치 보인다. 맞다. 근데 후회하냐. 아니다. 딸이 크면 알 거다. 엄마가 왜 이렇게 살았는지. 아들도 알 거다. 여자도 일할 수 있다는 걸. 시어머니는 평생 모르실 수도 있다. 괜찮다. 이해받으려고 사는 게 아니니까. 내일 아침 5시 알람이 울릴 거다. 일어날 거다. 커피 내릴 거다. 노트북 열 거다. 아이들 깨울 거다. 아침 먹일 거다. 등원시킬 거다. 미팅 갈 거다. 직원들 만날 거다. 결정할 거다. 퇴근할 거다. 아이들 안을 거다. "미안해" 말할 거다. 또 울 거다. 밤에. 혼자. 그리고 내일도 일어날 거다. 왜냐면. 이게 내 인생이니까.시어머니의 말은 사랑이다. 근데 내 선택도 사랑이다. 다른 종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