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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결혼, 요즘 남편과 '부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

10년 결혼, 요즘 남편과 '부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

10년 결혼, 요즘 남편과 '부부'로 느껴지지 않는 이유 어제 남편이랑 한 대화 "내일 준호 학원 픽업 누가 해?" "내가. 너 투자자 미팅 있잖아." "고마워. 그럼 은서는?" "시어머니한테 부탁했어." "알았어. 참, 주말에 장 좀 봐야 돼." "응. 리스트 공유해줘." 끝이다. 어제 저녁 남편이랑 나눈 대화의 전부다. 아침엔 "다녀와" 했고, 밤엔 "먼저 자" 했다. 그게 다였다. 10년 전 신혼 때 우리가 이런 대화만 하게 될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즘 남편을 볼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이 사람이 내 남편 맞나?' 아니, 남편이긴 한데. 뭐랄까. '부부'라기보단 '동료'같다. 아니, 동료보다 못할 때도 있다. 회사 직원들이랑 점심 먹으면서 더 많이 웃는다. 언제부터였을까 정확히 언제부턴지 모르겠다. 은서 낳고부터? 아니면 내가 회사 세우고부터? 둘 다일 수도 있다. 첫째 낳고 나서 1년은 정신이 없었다. 수유하고 재우고 또 수유하고. 남편이랑 대화? 그럴 시간에 자는 게 먼저였다. "애 울어" "응 내가 볼게" 이런 말만 100번씩 했다. 그래도 그땐 괜찮았다. 힘들어도 '우리 같이 키우는구나' 느낌이 있었다. 새벽 3시에 아기 울음소리에 같이 벌떡 일어나서, 남편이 나한테 물 떠다주고, 나 수유하는 동안 남편이 기저귀 갈고. 그런 게 있었다. 둘째 때는 달랐다. 나는 회사 세운 지 1년차였고, 투자 유치 직전이었다. 남편은 과장으로 승진하면서 야근이 늘었다. 둘 다 바빴다. 너무 바빴다. "나도 힘들어" "나도 힘든데" 이 대화를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른다. 결국 둘 다 힘들다는 결론만 남고, 해결책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대화 자체를 안 하게 됐다. 힘들다고 말하면 또 싸울 것 같아서.우리 부부의 대화 패턴 요즘 우리 대화를 분석해봤다. 웃긴다. 회사에선 데이터 분석하면서 내 결혼 생활은 분석 안 하고 있었네. 80%: 육아 관련학원 픽업 누가 할지 준비물 뭐 사야 하는지 아이 감기약 먹였는지 부모 상담 누가 갈지15%: 집안일 분배장 누가 볼지 청소기 돌렸는지 쓰레기 버렸는지 명절 준비 어떻게 할지5%: 기타회사 일 간단히 "피곤해" "나도" "먼저 자" "응"이게 다다. 10년 결혼 생활의 현주소다. 대화 주제가 아이들 아니면 집안일이다. 우리 둘에 관한 얘기는 없다. "오늘 어땠어?" 이런 질문도 안 한다. 물어봐도 "그냥 그랬지" 이런 대답만 돌아올 거 알아서. 가끔 남편이 회사 일 얘기하려고 하면, 나도 모르게 "그래서 결론이 뭔데?" 이렇게 물어본다. 회사에서 직원들한테 하는 말투로. 남편이 표정 굳는 게 보인다. 그럼 나도 아차 싶지만 이미 늦었다. 나도 회사 얘기 하려다가 관둔다. "투자자가 이런 말을 하더라" 시작하면, 남편 눈에서 '또 회사 얘기야' 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그냥 입 다문다. 스킨십은 언제 사라졌나 손 잡은 게 언제였지. 기억이 안 난다. 결혼 초에는 소파에 앉아서도 붙어있었다. TV 보면서 남편 다리에 내 다리 올려놓고, 남편은 내 머리 쓰다듬고. 그런 거 있었다. 지금은 소파 양 끝에 앉아서 각자 폰 본다. 아이들이 중간에 앉는다. 물리적으로도 사이가 멀어진다. 침대도 마찬가지다. 예전엔 서로 끌어안고 잤다. 지금은 각자 끝으로 간다. 나는 왼쪽 끝, 남편은 오른쪽 끝. 가운데는 텅 비어있다.부부관계는 말할 것도 없다.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솔직히 세지도 않는다. 그것도 일정 맞춰서 하는 느낌이다. '오늘 아이들 일찍 잤네' '내일 주말이네' 이런 타이밍에. 로맨틱함 따윈 없다. 의무 같다. 해야 할 것 같아서 하는. 끝나고 나면 각자 폰 보거나 바로 잔다. 뒤끝? 그런 거 없다. '수고했어' 정도? 이게 정상인가 싶다. 10년차 부부가 다 이런가. 근데 여자 CEO 모임에서 비슷한 얘기 나오면, 다들 웃으면서도 좀 슬퍼 보인다. 남편은 뭘 생각할까 남편도 비슷하게 느낄까. 아니면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할까. 얼마 전에 물어봤다. 용기 내서. "우리... 요즘 좀 멀어진 것 같지 않아?" 남편이 폰에서 눈 떼고 나를 봤다. 잠깐 멈칫하더니 이렇게 말했다. "그런가? 바빠서 그런 거 아냐?" 바빠서. 맞다. 우린 바쁘다. 근데 그게 답일까. "그래도 우리 둘이... 좀 더 애기하고 그러면 안 돼?" "무슨 애기?" "그냥... 우리 애기." "..." 남편이 멈칫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나도 뭘 말하고 싶은지 정확히 몰랐다. 그냥 '우리가 멀어진 것 같다'는 느낌만 있었다. 결국 그날도 "바쁘니까 어쩔 수 없지" 이런 결론으로 끝났다. 남편은 다시 폰 봤고, 나도 노트북 열었다. 동료가 되어버린 부부 요즘 느낌이 뭐냐면. 우리가 '부부'가 아니라 '육아 프로젝트 팀'이 된 것 같다. 공동 목표: 아이들 잘 키우기 역할 분담: 각자 스케줄에 맞춰서 소통 방식: 슬랙처럼 효율적으로 감정: 최소화 실제로 우리 카톡방 이름이 "준호은서 육아방"이다. 남편이랑 단둘이 대화하는 방인데 이름이 아이들 이름이다. 이게 뭔가 싶다. 회사에서 직원들 보면, 우리보다 더 끈끈해 보인다. 점심 먹으면서 서로 고민 상담하고, 힘들 때 격려해주고. 퇴근하면서 "오늘 수고했어요" 진심으로 말하고. 나는 남편한테 "오늘 수고했어" 언제 마지막으로 말했지. 기억이 안 난다. 남편도 나한테 "힘들었지?" 이렇게 안 물어본다. 내가 늦게 들어와도 "회의 어땠어?" 이런 거 안 물어본다. 그냥 "애들 재웠어" 이것만 말한다. 동료보다 못한 관계다. 이게 맞나. 여자 CEO 모임에서 들은 얘기 지난달 여자 CEO 모임에서 비슷한 얘기가 나왔다. 40대 언니가 먼저 꺼냈다. "나 남편이랑 6개월 동안 손 한 번 안 잡은 것 같아." 다들 웃었다. 근데 쓸쓸한 웃음이었다. "우리도 그래요." "저희도요." "요즘 남편 얼굴도 제대로 못 봐요." 비슷한 얘기가 쏟아졌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워킹맘, CEO, 임원. 다들 비슷했다. 한 언니가 이런 말을 했다. "있잖아. 우리 남편이랑 대화 주제가 아이들이랑 돈밖에 없어. 학원비, 생활비, 노후 준비. 이런 거. 그냥 경제 공동체지, 부부는 아닌 것 같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또 다른 언니는 이랬다. "나는 남편한테 회사 일 얘기 안 해. 얘기해도 안 들어. 본인 회사 일도 바쁜데, 내 일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거지. 이해는 가. 근데... 외로워." 외롭다.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남편이 있는데 외롭다. 이상한 말 같지만 정확한 표현이었다. 혼자 우는 밤 지난주 새벽 2시. 남편은 코 골면서 자고 있었다. 나는 잠이 안 와서 거실로 나왔다. 소파에 앉아서 멍하니 있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우리 결혼식 때 사진을 봤다. 남편이 나를 안고 웃고 있었다. 나도 행복해 보였다. 10년 전 우리는 뭘 기대했을까. 아이 둘 낳고, 각자 커리어 쌓고, 강남에 아파트 사고. 이런 거? 다 이뤘다. 근데 행복하냐고 물으면. 글쎄. 그날 밤 혼자 좀 울었다. 소리 안 나게. 눈물만 주르륵. 슬퍼서라기보단. 뭔가 허무해서.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중요한 걸 놓친 것 같아서. 아침에 남편이 물었다. "눈 빨간데. 안 잤어?" "응. 일 때문에." 거짓말이었다. 근데 진짜를 말하면 뭐가 달라질까. 남편도 힘든 거 아는데. 다시 부부가 될 수 있을까 요즘 자꾸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까. 회사에선 문제 생기면 솔루션 찾는다. 매출 떨어지면 마케팅 바꾸고, 이탈률 높으면 UX 개선하고. 그런데 결혼 생활은? 무슨 솔루션이 있을까. '데이트하세요' 이런 조언 많이 들었다. 실제로 해봤다. 한 달에 한 번, 아이들 친정 맡기고 외출. 첫 번째 데이트. 영화 보고 저녁 먹었다. 좋았다. 그런데 대화가 없었다. 영화관에선 말 못 하고, 식당에선 아이들 얘기만 했다.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서먹했다. 두 번째 데이트. 전시회 갔다. 작품 보면서 이런저런 얘기 좀 했다. 근데 중간에 남편 전화 왔다. 회사 일. 30분 통화했다. 나도 슬랙 알림 확인했다. 결국 카페에서 각자 노트북 펼쳤다. 세 번째 데이트는 취소했다. 나는 투자자 미팅, 남편은 회식. 데이트가 답이 아닌 것 같다. 시간만 맞춰놓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작은 시도들 그래도 포기는 하기 싫다. 10년을 같이 살았는데. 아이 둘을 같이 키우는데. 작은 것부터 해보기로 했다.하루에 한 번, 아이들 얘기 말고 질문하기 "오늘 점심 뭐 먹었어?" "회의는 어땠어?"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아?"사소하다. 근데 이것도 안 했었다.잘 때 "사랑해" 말하기첫날 말하려니까 쑥스러웠다. 10년 만에 처음 하는 말 같았다. 남편이 깜짝 놀라면서 "갑자기?" 했다. "그냥. 말해야 할 것 같아서." 남편이 잠깐 멈칫하더니 "나도" 라고 했다. 작은 거였지만 뭔가 달라진 느낌이었다.주말 아침 같이 커피 마시기아이들 깨기 전, 딱 30분. 둘이서만. 대화 안 해도 된다. 그냥 옆에 있기. 첫 주말에 해봤다. 남편이랑 부엌에 나란히 서서 커피 내렸다. 말은 별로 안 했다. 근데 어깨가 스쳤다. 남편이 내 컵에 우유 따라줬다. 내가 좋아하는 비율을 기억하고 있었다. "고마워." "뭐가." 그게 다였다. 근데 좋았다. 변하고 있는 걸까 아직 잘 모르겠다. 우리가 다시 '부부'가 될 수 있을지. 근데 작은 변화는 있는 것 같다. 어제 남편이 퇴근하면서 꽃을 사왔다. 작은 다발. "이거 뭐야?" "그냥. 니가 좋아하는 거." 프리지아였다. 내가 좋아하는 걸 기억하고 있었다. 꽃을 받아들고 울컥했다. 몇 년 만에 받아보는 꽃이었다. "왜 갑자기?" "갑자기는 아니고... 네가 요즘 힘들어 보여서." 남편이 나를 보고 있었다. 제대로 보고 있었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시선이었다. 그날 밤 우리는 오랜만에 제대로 된 대화를 했다. 회사 일도, 아이들 일도 아닌. 우리 얘기를. "너 요즘 행복해?" "글쎄. 넌?" "모르겠어. 바빠서." "나도." 솔직한 대답이었다. 둘 다 모르겠다는 거. 근데 그게 시작인 것 같다. 아직은 모르겠다 우리가 다시 신혼처럼 될 수 있을까. 아마 아니다. 10년이 흘렀고, 아이가 둘이고, 각자 커리어가 있다. 예전처럼 손잡고 데이트하고, 주말마다 여행 가고, 새벽까지 수다 떨고. 그런 거 불가능하다. 근데 새로운 방식은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팀'이 아닌 '부부'로 사는 방법. 서로를 업무 파트너가 아닌 사람으로 보는 것. 효율이 아닌 감정으로 대화하는 것. 쉽지 않다. 나도 모르게 "그래서 결론이 뭔데?" 이렇게 말하게 된다. 남편도 모르게 "일정 공유해줘" 이렇게 말한다. 그래도 해볼 거다. 10년을 같이 살았으면 앞으로 10년도 살 거니까. 아이들이 다 크고, 우리 둘만 남았을 때. 서로 처음 보는 사람처럼 어색하긴 싫다. 그때도 손잡고 있고 싶다. 말 안 해도 편한 사이로.10년 결혼의 무게는 무겁지만, 그만큼 쌓인 것도 있다. 아직 늦지 않았다고 믿는다.

아이 둘, 초등 2학년과 6살 사이의 발달 단계 관리하기

아이 둘, 초등 2학년과 6살 사이의 발달 단계 관리하기

아이 둘, 초등 2학년과 6살 사이의 발달 단계 관리하기 아침 7시, 두 개의 세계 아침이 전쟁터다. 둘째가 "엄마 양말 신겨줘"라고 할 때, 첫째는 "나 혼자 할 수 있어요"라며 방문을 닫는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 완전히 다른 두 명.첫째 하은이는 초등 2학년. "엄마 나 혼자 할 수 있어"가 입버릇이다. 동시에 "엄마 왜 나한테만 안 와줘?"라고도 한다. 둘째 지훈이는 6살. "엄마 같이 해줘"가 기본값이다. 혼자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8년 차이가 아니다. 8살과 6살, 딱 2년 차이인데 세상이 다르다. 출근 준비하면서 깨달았다. 나는 두 개의 언어를 동시에 써야 한다는 것을. 회의실에서 떠오른 생각 오전 10시 투자자 미팅. "내년 목표 수치는요?" 대답하면서 문득 떠올랐다. 어젯밤 하은이가 울먹이던 얼굴. "엄마는 지훈이만 좋아해."미팅 끝나고 화장실에서 5분 울었다. 하은이는 이제 "엄마 사랑해"를 직접 말 안 한다. 대신 "엄마 나 오늘 학교에서 칭찬받았어"라고 말한다. 인정받고 싶어 한다. 지훈이는 아직 "엄마 사랑해" 연발한다. 그리고 24시간 껴안기를 원한다. 같은 사랑인데, 다른 언어다. 점심 먹으면서 남편한테 문자 보냈다. "우리 하은이 요즘 어때 보여?" 답장: "잘 크고 있는 것 같은데. 왜?" 남자들은 모른다. '잘 크고 있다'와 '행복하다'는 다른 말이다. 6시 반, 엄마 출동 퇴근해서 집 문 열면 두 아이가 달려온다. 지훈: "엄마! 유치원에서 미끄럼틀 타다가 넘어졌어!" (포옹 요구) 하은: "엄마, 나 수학 100점 맞았어." (무심한 척하지만 눈빛은 반짝)10초 안에 결정해야 한다. 누구 먼저? 지훈이를 안아주면, 하은이가 방으로 들어간다. 하은이 시험지 먼저 보면, 지훈이가 울음을 터뜨린다. 정답이 없다. 매일 찍기다. 어제는 하은이 먼저 했다. "우와, 100점! 엄마가 제일 자랑스러워." 30초 집중. 그리고 "지훈아, 어디 다쳤어? 엄마가 봐줄게." 하은이는 괜찮다는 표정 지었다. 근데 저녁 먹을 때 말이 없었다. 오늘은 지훈이 먼저 했다. "아이고 우리 아기, 많이 아팠구나." 1분 안아주고. "하은아, 시험지 보여줘. 와, 진짜?" 오버해서 칭찬. 지훈이는 금방 놀러 갔다. 하은이는 웃었다. 근데 눈빛이 복잡했다. 저녁 7시, 각자의 숙제 식탁에 앉았다. 하은이는 수학 문제집. 혼자 푼다. 가끔 "엄마 이거 맞아?"라고 확인만 받는다. 지훈이는 한글 쓰기. 5분마다 "엄마 이거 어떻게 써?" 시간 배분이 안 된다. 지훈이 옆에 붙어있으면, 하은이가 20분 뒤 "엄마 이거 틀렸네"라며 자책한다. 내가 옆에서 봐줬으면 안 틀렸을 거라는 뉘앙스. 하은이 옆에 앉으면, 지훈이가 "엄마~ 나 못 하겠어~" 징징댄다. 남편이 지훈이 봐준다고 하면? 5분 만에 "아빠는 엄마처럼 안 해줘"라며 온다. 이게 매일이다. 회사에서는 15명 직원 관리한다. 각자 업무 분배하고, 피드백하고, 동기부여한다. 집에서는 두 명도 못 한다. 밤 9시, 재우기 전쟁 하은이는 "나 혼자 잘 거야"라고 한다. 근데 불 끄고 나가려면 "엄마 조금만 옆에 있어줘"라고 한다. 지훈이는 "엄마 안 자"라며 버틴다. 결국 안고 누워서 재운다. 30분 걸린다. 문제는 이거다. 지훈이 재우는 30분 동안, 하은이는 혼자 천장 보면서 기다린다. 그걸 알기 때문에 지훈이 재우면서도 마음이 불편하다. "언니 기다리니까 빨리 자야지"라고 재촉하게 된다. 지훈이 입장에서는 억울하다. 자기는 아직 엄마 품이 필요한데, 언니 때문에 빨리 자라는 압박. 하은이 입장에서는 서운하다. 동생은 30분 안아주면서, 자기는 5분만 옆에 있어주고 가니까. 어제 하은이가 물었다. "엄마, 나도 6살로 돌아갈 수 있어?" 칼로 찌르는 기분이었다. 투자자가 물었다 지난주 시리즈A 후속 미팅. "대표님, 직원 관리 노하우가 뭔가요?" 대답했다. "각자 다른 걸 원한다는 걸 인정하는 거요. 똑같은 방식으로 동기부여 안 됩니다." 박수 나왔다. 집에 와서 생각했다. 나는 회사에서는 이걸 아는데, 집에서는 왜 못 할까. 직원 A는 칭찬이 동력이다. 직원 B는 자율성이 동력이다. 직원 C는 명확한 피드백이 동력이다. 그렇게 각자 다르게 대한다. 15명 모두. 그런데 왜 집에서는 "나는 공평하게 해야 해"라고 생각할까. 하은이는 인정이 필요하다. "엄마가 너를 봤어"라는 확인. 지훈이는 스킨십이 필요하다. "엄마가 너를 안아줘"라는 확인. 같은 사랑, 다른 언어다. 공평하게 30분씩 줄 게 아니라, 각자 필요한 걸 줘야 한다. 근데 그게 현실적으로 가능한가. 엄마의 죄책감 공식 계산해봤다. 하루 깨어있는 시간: 17시간 일하는 시간: 10시간 (출퇴근 포함)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4시간 나 혼자 있는 시간: 0.5시간 4시간을 2명이 나눠 갖는다. 1명당 2시간. 근데 2시간으로는 6살도, 8살도 만족 못 한다. 특히 8살은 2시간 중 1.5시간을 동생한테 빼앗긴다고 느낀다. 6살은 2시간이 원래 자기 거였는데, 언니 때문에 줄었다고 느낀다. 결과: 둘 다 불만족. 그리고 나는 둘 다 만족시키지 못 한 죄책감. 이게 워킹맘의 수학이다. 시어머니의 말씀 며칠 전 통화. "하은이가 요즘 표정이 안 좋더라. 엄마가 바빠서 그런가봐." 참았다. "네, 신경 쓰겠습니다." 끊고 울었다. 시어머니는 모른다. 나도 알고 있다는 것을. 매일 미안하다는 것을. 그리고 회사 그만두면 해결될까? 아니다. 집에만 있으면 하은이는 "엄마 나 혼자 있고 싶어"라고 할 거다. 지훈이는 "엄마 놀아줘"라고 할 거다. 시간 문제가 아니다. 타이밍 문제다. 하은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과, 지훈이가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이 겹친다. 그게 문제다. 여성 CEO 모임에서 지난달 모임에서 털어놨다. "나 요즘 회사보다 집이 더 어려워." 5명 중 4명이 고개 끄덕였다. 선배 언니가 말했다. "애들 연령차가 작을수록 힘들어. 각자 다른 세계 살잖아." 맞다. 지훈이는 아직 엄마가 세상의 전부다. 유치원 갔다 와서 제일 먼저 "엄마 어디 있어?" 하은이는 이제 친구들이 중요하다. 학교 갔다 와서 제일 먼저 "친구가 나한테..." 근데 둘 다 저녁 7시에 집에 들어온다. 그 순간부터 9시 재울 때까지 2시간. 2시간 안에 두 세계를 다 케어해야 한다. 불가능하다. 다른 언니가 위로했다. "그래도 넌 잘하고 있어. 완벽한 엄마는 없어." 알고 있다. 근데 위로가 안 된다. 어제 밤, 하은이와의 대화 지훈이 재우고 나왔다. 하은이 방 불이 켜져 있었다. 들어갔다. "왜 안 자?" "엄마 기다렸어." 옆에 누웠다. "엄마, 나 언제 커?" "왜? 빨리 크고 싶어?" "응. 그럼 엄마가 동생만 안 돌봐도 되잖아." 가슴이 뭉클했다. "하은아, 엄마가 미안해. 요즘 네 마음 못 챙겨줘서." "아니야. 엄마 바쁜 거 알아. 근데..." "근데?" "나도 가끔 안아줬으면 좋겠어. 동생처럼." 울컥했다. 8살은 이미 다 안다. 엄마가 바쁜 것도, 동생이 손이 많이 가는 것도. 그래서 참는다. "나는 괜찮아"라고 말한다. 근데 정말 괜찮은 게 아니다. 그날 밤 30분 안아줬다. 아무 말 없이. 하은이가 잠들면서 중얼거렸다. "엄마 좋아." 남편과의 싸움 주말에 터졌다. "당신은 몰라. 애들이 각각 얼마나 다른지." "나도 애 봐줘. 근데 당신이 자꾸 내가 하는 거 못미더워해." "그게 아니라..." 말이 안 나왔다. 남편은 지훈이 옷 입히고, 하은이 숙제 봐주고, 밥도 먹인다. 근데 뭔가 다르다. 지훈이한테 "형아 다 됐어, 너도 빨리 해"라고 한다. 하은이를 기준으로 삼는다. 하은이한테 "동생 먼저 해주고, 네 거 해"라고 한다. 둘째를 우선순위에 둔다. 효율적이다. 근데 공평하지 않다. 그걸 설명하려다 포기했다. "아니야, 미안해. 내가 예민했어." 남편은 이해했다는 표정 지었다. 근데 진짜 이해한 건 아니다. 회사에서 배운 것 직원 면담할 때 쓰는 기법이 있다. 1:1 미팅. 15분씩. 각자 다른 질문. 신입한테는 "어려운 거 있어?" 중급한테는 "어떻게 하면 더 잘할 수 있을까?" 시니어한테는 "네 의견은 뭐야?" 같은 시간, 다른 질문. 각자 필요한 걸 듣는다. 이걸 집에 적용해봤다. 하은이한테는 "오늘 제일 재밌었던 거 뭐야?" 지훈이한테는 "오늘 뭐했어?" 하은이는 생각을 정리해서 말한다. 지훈이는 즉석에서 쏟아낸다. 같은 질문 하면 안 된다. 하은이는 "글쎄..."하고 말 없고, 지훈이는 산만하게 늘어놓는다. 각자 다르게 물어봐야 한다. 회사에서는 당연한데, 집에서는 왜 이렇게 어려울까. 아마 회사는 '업무'고, 집은 '사랑'이라서 그런가. 업무는 효율이지만, 사랑은 공평이어야 한다는 강박. 근데 공평은 불가능하다. 친정엄마의 조언 "네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고 해." 주말에 엄마가 말했다. "둘 다 똑같이 해줄 필요 없어. 어차피 애들은 불만 있어." "그래도 엄마는..." "나도 너하고 동생 다르게 키웠어. 넌 학원 많이 보냈고, 동생은 친구 만나게 해줬고." "공평하지 않게요?" "공평하게 하면 둘 다 안 맞아. 네가 원하는 거 주고, 동생이 원하는 거 줬지." 생각해보니 맞다. 나는 책 좋아했다. 엄마는 책 사줬다. 동생은 밖에 나가고 싶어 했다. 엄마는 놀이터 데려갔다. 같은 사랑, 다른 방식. 그게 공평한 거였다. 새로운 시도 이번 주부터 바꿨다. 월수금: 하은이 집중 데이. 지훈이 재우고, 하은이랑 20분 더 있어준다. 화목: 지훈이 집중 데이. 하은이 먼저 재우고 (혼자 잘 수 있으니까), 지훈이랑 그림책 읽어준다. 주말: 각자 1시간씩 일대일 시간. 하은이한테 설명했다. "엄마가 너랑 동생이랑 각각 시간을 줄게. 똑같이는 아니야. 너한테 필요한 거, 동생한테 필요한 거 다르니까." 하은이가 물었다. "나한테 필요한 게 뭔데?" "음... 엄마가 네 얘기 들어주는 거?" "맞아!" 지훈이한테는 설명 안 했다. 어차피 6살은 이해 못 한다. 그냥 안아주면 된다. 첫날, 효과가 있었다. 하은이가 20분 동안 친구 얘기 쏟아냈다. "엄마 있잖아, 오늘 애들이..." 평소 같으면 "나중에 얘기해줘"라고 했을 시간이다. 지훈이 재우느라. 근데 지훈이 이미 잔 상태. 하은이만 집중. 끝나고 하은이가 말했다. "엄마, 오늘 진짜 좋았어." 완벽하진 않다. 근데 조금 나아졌다. 죄책감은 여전하다 솔직히 말하면, 여전히 미안하다. 하은이한테 월수금만 집중한다는 게 미안하다. 화목은? 주말만으로 충분한가? 지훈이한테 형아처럼 혼자 자라고 할 날이 미안하다. 아직 6살인데. 회사 일 때문에 둘 다 놓칠 때가 미안하다. 근데 깨달았다. 죄책감은 사라지지 않는다. 워킹맘이면 기본 장착. 중요한 건, 죄책감에 압도되지 않는 것. '미안하다'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래서 뭘 할까'로 가는 것. 완벽한 엄마는 없다. 근데 노력하는 엄마는 될 수 있다. 어제 지훈이가 물었다 "엄마, 나도 언니처럼 혼자 잘 수 있어?" "응, 조금 더 크면." "빨리 크고 싶어." "왜?" "그럼 엄마가 덜 힘들잖아." 6살이 이런 말을 한다. 하은이는 "내가 빨리 커서 엄마 도와줄게"라고 한다. 둘 다 엄마를 걱정한다. 나는 애들 걱정하느라 죽겠는데, 애들은 엄마 걱정하고 있다.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내가 힘든 모습 보이는 게, 애들한테 부담 주고 있었다. "엄마 괜찮아"라고 말해줘야 한다. 진짜 괜찮든 아니든. 애들은 엄마가 행복해야 자기들도 편하다. 결론은 없다 이 글 쓰면서도 답은 안 나왔다. 8살과 6살, 어떻게 동시에 키우나요? 모른다. 매일 즉흥연주다. 하은이가 필요로 할 때, 지훈이도 필요로 한다. 지훈이 돌봐주면, 하은이가 서운해한다. 정답은 없다. 최선만 있다. 그리고 최선도 매일 바뀐다. 어제의 최선이 오늘은 최악일 수 있다. 그래도 한다. 왜냐면 나는 엄마니까. 동시에 나는 대표니까. 둘 다 포기 못 한다. 둘 다 내 정체성이다. 힘들다. 근데 계속한다. 이게 워킹맘이다.오늘도 하은이 월요일 집중 데이. 20분 더 있어줘야지.

손익분기점 근처에서 멈춰 있는 이유, 그리고 다음 단계로 가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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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익분기점 근처에서 멈춰 있는 이유, 그리고 다음 단계로 가려면 8000만원이라는 숫자 지난달 매출이 8000만원을 찍었다. 팀원들한테 "우리 드디어 8000 넘었어요!" 했다. 다들 박수 쳤다. 근데 나는 웃으면서 속으로 계산했다. 인건비 4500만원. 마케팅비 2000만원. 사무실, 물류센터, 각종 운영비 1800만원. 남는 거 300만원도 안 된다. 4년 했다. 매출은 계속 올랐다. 작년 이맘때 5000만원이었으니까 확실히 성장은 했다. 근데 적자다. 여전히 적자다. 투자금 15억 받았을 때 투자자가 그랬다. "2년 안에 손익분기점 찍고, 3년차엔 흑자 전환하세요." 지금 4년차다. 손익분기점은 커녕 아직도 월 2000만원씩 까먹는다.CFO가 보낸 엑셀 파일 어제 CFO가 메시지 보냈다. "대표님, 런웨이 정리해봤어요." 엑셀 파일 열었다. 남은 현금 4억 2000만원. 현재 번레이트 월 2000만원. 계산하면 21개월. 2년도 안 남았다. 시리즈B 준비해야 한다는 얘기다. 근데 지금 지표로 어떻게 투자 받나. 작년에 만난 VC가 했던 말 생각났다. "CAC(고객획득비용) 대비 LTV(고객생애가치)가 3배는 넘어야 해요." 우리는 2.1배다. "성장률이 MoM 20%는 되어야죠." 우리는 8%다. 숫자가 모자라다. 아니, 숫자는 나쁘지 않은데 '대박'은 아니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대박'이다. 10배 성장 가능성. 유니콘 스토리. 근데 우리는 착실한 중소기업 같다. 나쁜 건 아닌데, 투자 받기엔 섹시하지 않다. 새벽 3시의 질문 어젯밤에 잠이 안 왔다. 아이들 재우고 노트북 켜서 대시보드 봤다. 매출은 오른다. 고객 수도 늘어난다. 리텐션(재구매율)도 42%로 나쁘지 않다. 그럼 뭐가 문제인가. 마케팅비가 많다. 인스타 광고, 인플루언서 협찬, 구글 애즈. 월 2000만원 쓴다. 이거 끊으면 매출이 반으로 준다. 인건비도 문제다. 15명인데 4500만원. 1인당 300만원. 적은 거 안다. 근데 지금 이것도 빠듯하다. 물류비도 만만찮다. 육아용품은 부피가 크다. 무겁다. 배송비가 평균 4500원. 우리가 부담하는 게 3000원. 하나하나는 합리적이다. 근데 더하면 남는 게 없다. 새벽 3시에 혼자 생각했다. "이거 사업이 맞나?"투자금이냐, 팀이냐, 나냐 남편이랑 얘기했다. "시리즈B 준비해야 할 것 같아." 남편이 물었다. "투자 받으면 뭐 할 건데?" 그러게. 뭘 할까. 마케팅 확대? 지금도 ROAS(광고수익률) 2.5배다. 더 쓰면 효율 떨어진다. 팀 확대? 지금 팀도 바쁜데 일 잘한다. 더 뽑으면 관리 포인트만 늘어난다. 새 사업? 육아용품 외에 뭘 더 한다고? 리소스 분산되면 지금 것도 망한다. 결국 대답 못 했다. "그냥... 필요할 것 같아서." 남편이 조용히 말했다. "투자 받는 게 목적이 되면 안 되지." 맞는 말이다. 근데 돈이 필요하다. 아니면 팀 문제일까. 15명으로 부족한 걸까. 지난주 마케팅 팀장이 그랬다. "대표님, 콘텐츠 제작 인력 한 명만 더 있으면 자체 콘텐츠로 CPA(전환당비용)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요." 운영팀장은 말했다. "CS 담당 한 명만 더 뽑으면 리텐션 50% 넘길 수 있습니다." 개발팀은 항상 부족하다. "추천 알고리즘 고도화하려면 개발자 2명 더 필요해요." 다 맞는 말이다. 다 필요하다. 근데 지금 뽑으면 인건비가 월 5400만원. 매출 8000만원에서 5400만원. 말이 안 된다. 그럼 내 문제인가. 여성 CEO 모임에서 선배가 그랬다. "스케일업 못 하는 건 대표의 한계야." 냉정했다. 근데 맞는 말일 수도 있다. 나는 디테일을 챙긴다. 상품 큐레이션, CS 응대, 마케팅 카피. 다 관여한다. 시스템으로 안 만들고 내가 한다. 팀원들한테 권한을 못 준다. "제가 할게요" 자주 한다. 그게 병목일 수 있다. 손익분기점이라는 착각 CFO가 웃으면서 그랬다. "대표님, 우리 지금 손익분기점 근처 아니에요." "응? 매출 8000에 비용 8200이잖아." "그게 착각이에요. 지금 마케팅비 2000만원은 투자예요. 성장을 위한 투자. 이거 빼면 우리 이미 흑자거든요." "..." "실제 손익분기점은 매출 6000만원이에요. 우리 이미 넘었어요. 지금은 성장을 위해 수익을 재투자하는 단계고요." 관점의 차이였다. 손익분기점을 '살아남기'로 봤다. 근데 그건 '성장 중'이었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마케팅비를 0으로 만들 수는 없다. 그럼 매출도 0이 된다. 근데 마케팅비를 줄이면서 효율을 높일 수는 있다. 지금 ROAS 2.5배를 3.5배로 만들면? 매출 8000만원 유지하면서 마케팅비를 1400만원으로 줄인다. 그럼 600만원 남는다. 흑자다.다음 단계는 효율이다 깨달았다. 다음 단계는 투자금이 아니다. 팀도 아니다. 효율이다. 같은 인력으로 더 많이. 같은 마케팅비로 더 효과적으로. 같은 시간에 더 집중해서. 지난주에 실험했다. 마케팅 채널 10개를 3개로 줄였다. ROAS 낮은 채널 다 끊었다. 매출 10% 떨어졌다. 근데 마케팅비는 40% 줄었다. 순이익은 늘었다. CS 시스템도 바꿨다. 챗봇 도입했다. 단순 문의 80%가 자동 처리된다. CS 담당 2명이 이제 VIP 고객만 집중한다. 리텐션이 42%에서 47%로 올랐다. 새 사람 안 뽑았다. 시스템 바꿨다. 내 일하는 방식도 바꿨다. 매일 하던 상품 체크, 이제 주 2회만 한다. MD팀장한테 권한 넘겼다. 처음엔 불안했다. "내가 안 보면 망하는 거 아냐?" 안 망했다. 오히려 팀장이 더 잘한다. 내가 빠진 시간에 뭐 했나. 투자자 미팅 준비했다. 제대로 된 IR 자료 만들었다. 시리즈B 받을 거다. 근데 지금 당장은 아니다. 6개월 뒤. 매출 1억, 순이익 500만원 만들고. 그때 투자 받는다. 투자자들이 원하는 건 '대박'이라고 했다. 근데 대박의 시작은 탄탄함이다. 엄마와 대표 사이 어제 딸이 물었다. "엄마, 회사 잘돼?" "응, 잘되고 있어." "그럼 이제 집에 일찍 와?" "...아직은 좀 더 시간 필요해." 딸이 아무 말 안 했다. 고개만 끄덕였다. 미안했다. 근데 포기는 못 한다. 4년 했다. 여기서 멈추면 그냥 '해봤던 사람'이다. 나는 '해낸 사람'이 되고 싶다. 여성 창업가로서. 워킹맘으로서. 두 아이 엄마로서. 다 해내는 사람. 무리한 목표일 수 있다. 근데 해보고 싶다. 효율을 높이면 시간이 생긴다. 시간이 생기면 아이들도 보고 회사도 키운다. 이상적인 얘기 같다. 근데 해보려고. 시스템 만들고. 팀 키우고. 내려놓을 건 내려놓고. 그러면서 성장한다. 멈춰 있는 게 아니었다 손익분기점 근처에서 멈춰 있다고 생각했다. 4년 동안 제자리걸음 같았다. 근데 아니었다. 매출 100만원에서 8000만원. 직원 3명에서 15명. 사무실 공유오피스에서 강남 위워크. 많이 왔다.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쉬고 있었다. 다음 점프를 위해. 스타트업은 계단이다. 쭉 올라가는 게 아니라 오르고 쉬고 오르고 쉬고. 지금은 쉬는 구간이다. 힘 모으는 중이다. 다음 계단은 월매출 1억. 그다음은 3억. 천천히 가도 된다. 확실하게 가면 된다. 투자금 받든, 팀 키우든, 내가 바뀌든. 방법은 여러 개다. 중요한 건 멈추지 않는 것. 포기하지 않는 것. 4년 했으면 4년 더 할 수 있다.손익분기점은 목표가 아니라 통과점이었다. 이제 다음으로 간다.

여성 CEO 네트워크가 유일한 힐링인 이유

여성 CEO 네트워크가 유일한 힐링인 이유

여성 CEO 네트워크가 유일한 힐링인 이유 월요일 아침의 슬랙 메시지 월요일 오전 7시 52분. 아이들 등원시키고 출근 중이다. 신호 대기 중에 슬랭 확인했다. "여성 CEO 모임" 채널에 메시지 하나. "오늘 너무 힘들어요. 투자자 미팅에서 또 그 질문 받았어요. '아이 있으시죠? 밤 늦게까지 일할 수 있으세요?' 남자 대표들한테도 물어보나요?" 답장이 실시간으로 올라온다. "나도 어제 똑같은 질문 받았어." "나는 '남편이 육아 도와주시죠?'였어." "'여자가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요?' 이건 진짜." 신호 바뀌었다. 핸드폰 내려놓았다. 근데 가슴이 먹먹하다. 울컥한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처음 만난 날 3년 전이다. 스타트업 행사였다. 남자 대표들 사이에 여자는 나랑 박대표 둘뿐이었다. 네트워킹 시간. 명함 주고받는 시간. "몇 명 데리고 계세요?" "투자 얼마나 받으셨어요?" "매출은요?" 박대표랑 나만 받는 질문이 따로 있었다. "결혼하셨어요?" "애는요?" "시간 관리 어떻게 하세요?" 화장실에서 마주쳤다. 서로 보고 웃었다. "진짜 웃기죠?" "매번 이래요." 그날 카톡 주고받았다. 지금까지 매일 얘기한다. 박대표가 처음이었다. 이 네트워크의 시작.롤모델이 없다는 것 창업 초기에 멘토를 찾았다. 성공한 여성 창업가. 아이 키우면서 회사 키운 사람. 한국에 몇 명 없다. 책도 거의 없다. 인터뷰도 드물다. 있어도 "슈퍼우먼" 스토리다. "새벽 4시 기상해서 운동하고 명상하고 아이들 도시락 싸고 회사 가서 12시간 일하고 저녁에 아이들이랑 놀아주고 밤에 독서합니다." 이건 롤모델이 아니다. 이건 SF다. 남자 CEO들은 다르다. "저는 가족이 있어서 더 열심히 합니다." "아내가 뒷바라지 잘 해줘서 감사합니다." 그 말 할 때 누구도 안 물어본다. "집안일은 누가 해요?" "아이 아프면 누가 병원 가요?" 롤모델 없으면 어떻게 하나. 직접 만드는 거다. 같이. 목요일 밤 10시 줌 2주에 한 번. 목요일 밤 10시. 여성 CEO 모임 줌 미팅이다. 아이들 다 재웠다. 남편은 거실에서 넷플릭스. 나는 방에서 노트북 켰다. 7명이 접속한다. 얼굴 보면 안다. 다들 피곤하다. 다크서클 짙다. 근데 웃는다. "오늘 직원이 '대표님은 애 키우면서 어떻게 해요?' 물었어요. 진짜 어떻게 하는지 나도 모르겠어요." 다들 웃는다. 공감의 웃음. "나는 오늘 아들이 '엄마는 맨날 회사만 가'래요. 찔렸어요." "나는 시어머니가 '사업은 남자들이 하는 거'래요. 2024년에." 말 한마디씩 할 때마다 고개 끄덕인다. 설명 안 해도 된다. 알아서 이해한다. 이게 힐링이다.조언이 아닌 공감 이 모임에서 배운 게 있다. 우리는 서로한테 조언 안 한다. "이렇게 해봐." "너는 이게 문제야." "내가 볼 땐..." 이런 말 안 한다. 대신 이렇게 말한다. "나도 그랬어." "진짜 힘들었겠다." "잘하고 있어." 왜냐면 안다. 우리는 이미 답을 안다. 뭘 해야 하는지 안다. 필요한 건 조언이 아니다. 필요한 건 "너 혼자 아니야" 그 말이다. 작년 11월이었다. 투자 유치 엎어졌다. 3개월 준비한 시리즈A. 마지막에 무산됐다. 이유가 가관이었다. "대표님이 육아 부담이 크실 것 같아서요. 올인 가능하신가 확신이 안 서서요." 남자 공동대표 있었는데 그한테는 안 물었다. 그날 밤 모임에서 울었다. "내가 뭘 잘못했나. 아이 낳은 게 잘못인가." 아무도 "괜찮아" 안 했다. 대신 최대표가 말했다. "잘못 없어. 씨발, 잘못 없어." 그 말이 위로였다. 서로의 롤모델 지난주 김대표가 시리즈B 받았다. 50억. 여성 창업가 최대 규모. 모임에서 축하했다. 근데 김대표가 울었다. "너희가 없었으면 못 했어. 진짜로." 김대표 3년 전 생각난다. 투자 미팅마다 떨어졌다. 이유는 항상 비슷했다. "여성 타겟 시장은 작아요." "감성적 접근보다 데이터가 필요해요." "대표님 너무 부드러우세요. 강한 리더십이..." 모임에서 매번 토해냈다. 우리는 들었다. 그러다 어느 날 김대표가 말했다. "나 여성 투자자 찾아볼래. 이 바닥에 분명 있을 거야." 6개월 걸렸다. 여성 벤처캐피털리스트 찾았다. 한 번에 통과했다. 김대표가 우리 롤모델이다. 우리가 김대표 롤모델이다. 서로한테 배운다. 서로 보면서 간다. 이게 네트워크다. 혼자가 아니라는 것 오늘 오후 3시. 학교에서 전화 왔다. "아이가 열이 나요. 데리러 오셔야 할 것 같아요." 투자자 미팅 30분 전이었다. 패닉했다. 남편은 회의 중. 친정엄마는 병원. 어떡하지. 미팅 취소하나. 근데 이거 두 달 잡은 건데. 슬랙에 "SOS" 쳤다. 3분 만에 답장 5개. "내가 픽업할게. 우리 아이 학교 근처잖아." "끝나고 우리 집에서 재워도 돼." "미팅 파이팅. 걱정하지 마." 박대표가 우리 딸 데리러 갔다. 자기 아들이랑 같이 재웠다. 미팅 잘 끝났다. 15억 투자 확정. 저녁에 아이 데리러 갔다. 박대표한테 고맙다고 백 번 말했다. "우리끼리 이래야지. 누가 우릴 이해하겠어." 맞다. 우리끼리다. 약한 모습 보여도 되는 곳 회사에서는 강해야 한다. 직원들 앞에서 흔들리면 안 된다. 투자자한테는 더 단단해야 한다. 집에서는 엄마다. 아이들한테 의지하면 안 된다. 남편한테도 다 말 못 한다. "또 회사 얘기?" 그 말이 무섭다. 그럼 어디서 약해지나. 이 모임이다. 여기서는 울어도 된다. 화내도 된다. 무너져도 된다. "못 하겠어." 말해도 된다. 왜냐면 다들 안다. 그래도 내일 다시 한다는 거. 약한 모습 보인다고 무시당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도 그래" 돌아온다. 이게 안전한 공간이다. 다음 세대를 위해 요즘 생각한다. 우리가 롤모델 없이 시작했다. 근데 우리 다음은 다를 거다. 지금 20대 여성 예비창업가들이 본다. 우리를. "아이 키우면서도 되는구나." "혼자 아니구나." "나도 할 수 있겠다." 이게 우리가 만드는 거다. 매달 모임에서 나누는 이야기. 슬랙에 올리는 고민. 서로 돕는 그 순간들. 전부 기록이다. 다음 세대한테 주는. 완벽한 롤모델 아니어도 된다. 그냥 계속 가면 된다. 같이. 내일 또 만난다 지난주 모임 끝날 때였다. 신입 멤버가 있었다. 창업 1년차. 30대 초반. "언니들 보니까 용기 나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대표가 웃으면서 말했다. "할 수 있어. 근데 쉽진 않아. 그래도 우리 있잖아." 그 말에 다들 고개 끄덕였다. 쉽진 않다. 맞다. 매일 아침 일어날 때 피곤하다. 캘린더 보면 한숨 나온다. 아이들 미안하다. 남편한테 미안하다. 나한테도 미안하다. 근데 포기는 안 한다. 왜냐면 혼자가 아니니까. 2주 뒤면 또 목요일 밤 10시다. 노트북 켜고 줌 접속한다. 7명의 얼굴 본다. 그걸로 충분하다. 다시 2주 버틴다.혼자면 못 간다. 같이면 간다. 그게 전부다.

직원들에게 '워라밸 중요해요'라고 말하고 밤 10시에 노트북을 켜는 죄책감

직원들에게 '워라밸 중요해요'라고 말하고 밤 10시에 노트북을 켜는 죄책감

직원들에게 '워라밸 중요해요'라고 말하고 밤 10시에 노트북을 켜는 죄책감 오늘 또 거짓말했다 "다들 6시에 퇴근하세요. 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오늘 전체 회의에서 한 말이다. 15명 앞에서 웃으며 말했다.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 시각 밤 10시 32분. 나는 노트북을 켰다.아이들 재우고 설거지 끝내고 빨래 돌리고. 이제야 내 시간이다. 슬랙 확인. 미읽은 메시지 47개. 이메일 83통. 내일 투자자 미팅 준비 덜 됐다. 재무제표 다시 봐야 한다. "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내가 한 말이 귓가에 맴돈다. 거짓말쟁이. 우리 팀은 6시에 퇴근한다 우리 회사는 정말 6시에 퇴근한다. 15명 중 12명이 여성이다. 그중 7명이 엄마다. 다들 6시 되면 가방 챙긴다. "대표님 먼저 갈게요" 인사하고 나간다. 나는 웃으며 손 흔든다. "조심히 가세요." 좋다. 정말 좋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회사다. 여성이 일하기 좋은 곳. 엄마가 죄책감 안 느끼는 곳. 육아 때문에 눈치 안 보는 곳. 우리 회사 복지제도를 자랑하면 다들 부러워한다.육아휴직 1년 보장 재택근무 주 2회 아이 아플 때 당일 연차 가능 학교 행사 참석 적극 권장 생리휴가 눈치 제로정말 지킨다. 하나도 안 빈말이다. 그런데.정작 나는 밤 10시에 노트북을 켠다. 이중잣대일까 "대표님은 왜 그렇게 일하세요?" 두 달 전 MD팀장이 물었다. 밤 11시에 내가 보낸 슬랙 메시지를 보고. "아, 이건 그냥 생각나서 적어둔 거예요. 내일 봐도 돼요." 변명이었다. 그날 밤 나는 3시간 동안 경쟁사 분석했다. 마케팅 전략 수정했다. 다음 달 프로모션 기획 다시 짰다. 왜? 책임감이라고 생각했다. 대표니까. 15명 월급 책임져야 하니까. 투자자한테 믿음 줘야 하니까. 그런데 어제 남편이 말했다. "당신, 직원들한테는 워라밸 강조하면서 본인은 왜 그래. 이중잣대 아니야?" 할 말이 없었다. 맞다. 이중잣대다. 나는 직원들한테는 "6시 퇴근 필수"라고 하면서, 나는 밤 10시부터 3시간씩 일한다. "일 생각 하지 마세요"라고 말하면서, 나는 주말에도 슬랙 확인한다. "휴가 꼭 쓰세요"라고 하면서, 나는 작년에 연차 3일 썼다.거짓말쟁이다. 아니, 위선자다. 그런데 안 하면 밤 10시에 노트북 안 켜면 어떻게 될까. 생각해봤다. 내일 투자자 미팅 준비 덜 된 채로 간다. 질문에 제대로 답 못 한다. 신뢰 떨어진다. 다음 투자 유치 어려워진다. 경쟁사 분석 안 한다. 시장 변화 놓친다. 우리 전략 뒤처진다. 매출 정체된다. 마케팅 기획 안 다듬는다. 완성도 떨어진다. 고객 반응 시들하다. 성과 안 나온다. 그럼? 직원들 월급 줄까. 투자자는 실망할까. 회사는 망할까. 이게 내 머릿속이다. 밤 10시마다. 그래서 켠다. 노트북을. 책임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대표는 달라야 한다? 지난달 여성 CEO 모임에서 이 얘기를 했다. "나만 그래? 직원들한테는 워라밸 강조하면서 본인은 못 지키는 거." 7명 중 5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표는 달라야죠." "우리가 안 하면 누가 해요." "직원들 퇴근시키려면 우리가 더 해야죠." 다들 비슷했다. 그런데 한 선배가 말했다. "그거 오래 못 가요. 나도 그랬어요. 3년 했더니 번아웃 왔어요. 입원했어요." 그 선배는 지금 월 2회 상담 받는다. 우울증 진단받았다. 회사는 잘 되는데 본인은 망가졌다. "직원들 워라밸 지키게 하려면, 대표도 지켜야 해요. 안 그러면 결국 다 무너져요." 그 말이 계속 맴돈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지켜? 오늘도 켰다 밤 10시 32분. 노트북 켰다. 아이들 자는 방 쪽을 본다. 조용하다. 남편도 벌써 잤다. 슬랙 열었다. 메시지 47개. 하나씩 읽는다. MD팀장: "내일 미팅 자료 완성했어요. 먼저 퇴근할게요 :)" 오후 6시 5분 메시지다. 마케팅팀 대리: "프로모션 초안 공유드려요. 내일 아침에 봐주세요!" 오후 5시 58분. 다들 제시간에 퇴근했다. 좋다. 나는 자료를 연다. 하나씩 본다. 수정사항 적는다. 피드백 정리한다. 시계를 본다. 11시 48분. 내일 아침 8시 반 출근이다. 6시간 후다. 커피 한 모금 마신다. 식었다. "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오늘 한 말이 또 떠오른다. 거짓말은 아니다.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직원들한테는. 그럼 나는? 나는? 나한테는 워라밸이 중요하지 않은가. 중요하다. 당연히 중요하다. 아이들이랑 더 놀고 싶다. 남편이랑 대화하고 싶다. 친구들 만나고 싶다. 드라마 보고 싶다. 책 읽고 싶다. 그런데. 대표니까. 15명 책임져야 하니까. 투자자 신뢰 지켜야 하니까. 엄마인데 일한다고 욕먹으니까 더 잘해야 하니까. 여자 대표라고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더 열심히 해야 하니까. 이유는 많다. 핑계도 많다. 그런데 솔직히. 나도 모르겠다. 왜 이렇게 사는지. 직원이 물었다 일주일 전이었다. 신입 디자이너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대표님, 제가 봤을 때요. 대표님이 제일 워라밸 없으세요." 웃으며 넘겼다. "나는 괜찮아. 내가 선택한 거니까." 그 애가 말했다. "그래도요. 저희가 보기엔 대표님도 사람인데. 너무 무리하시는 것 같아요." 가슴이 뜨끔했다. "걱정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하고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그날 밤. 밤 10시에 노트북 켤 때. 그 애 말이 계속 맴돌았다. '대표님도 사람인데.' 맞다. 나도 사람이다. 그럼 나도 워라밸이 필요한 거 아닌가. 이중잣대 아니라 생존전략? 곰곰이 생각해봤다. 이게 정말 이중잣대일까. 아니면 그냥 역할의 차이일까. 대표는 직원과 다르다. 책임이 다르다. 무게가 다르다. 직원들은 맡은 일 하면 된다. 대표는 모든 걸 신경 써야 한다. 직원들은 월급 받는다. 대표는 월급 줘야 한다. 그러니까 대표가 더 일하는 건 당연한 거다. 이중잣대가 아니라 역할의 차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속이 편하다. 그런데. 정말 그런가? 직원들한테는 "건강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럼 내 건강은? 직원들한테는 "번아웃 오기 전에 쉬라"고 한다. 그럼 내 번아웃은? 직원들한테는 "가족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그럼 내 가족은? 질문하면 할수록 답이 안 나온다. 남편의 한마디 어젯밤 남편이 말했다. "당신이 쓰러지면 회사도 끝나는 거 알아?" 화가 났다. "그러니까 안 쓰러지려고 관리하는 거잖아." "그게 관리야? 하루 5시간 자는 게?" 할 말이 없었다. 요즘 수면시간 평균 4시간 반이다. 새벽 5시 기상. 밤 12시 반 취침. 주말엔 조금 더 잔다. 6시간 정도. "직원들한테는 8시간 자라고 하잖아." 남편 말이 맞다. 우리 회사 복지에 '수면권 보장'도 있다. 저녁 9시 이후 업무 연락 금지. 그런데 나는? 나는 밤 11시에 메일 쓴다. "당신, 언젠가 후회할 거야. 아이들 크면." 남편의 마지막 말. 가슴에 박혔다. 딸아이가 그렸다 지난주 딸아이가 그림 그렸다. '우리 가족' 그림. 아빠는 크게 그렸다. 엄마는 작게 그렸다. 뒤에. 노트북 앞에. "엄마는 항상 이렇게 있잖아." 8살 아이 말이다. 웃으며 넘겼다. "엄마 일하는 거야. 우리 00이 먹고살려면." 그런데 그날 밤. 그 그림을 다시 봤다. 작은 엄마. 뒤에. 노트북 앞에. 울었다. 아무한테도 말 못 하고 혼자 울었다. "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오늘 직원들한테 한 말. 정작 내 딸은 엄마를 노트북 뒤 작은 사람으로 기억한다. 변명의 여지 그래도 변명하고 싶다. 나는 내가 선택했다. 창업을. 아무도 강요 안 했다. 내가 하고 싶어서 했다. 대표 하겠다고 한 것도 나다. 15명 책임지겠다고 한 것도 나다. 그러니 당연히 더 일해야 한다. 직원들은 다르다. 그들은 취직했다. 회사가 제공하는 조건에 동의하고 들어왔다. 나는 회사를 만들었다. 책임의 무게가 다르다. 그러니까 이건 이중잣대가 아니라 선택의 결과다. 이렇게 생각하면 또 속이 편하다. 그런데. 이게 진짜 내 생각일까? 아니면 그냥 스스로를 합리화하는 걸까? 투자자가 물었다 두 달 전 시리즈A 투자 미팅에서였다. 50대 남자 투자자가 물었다. "대표님, 아이 둘 키우면서 회사 경영 가능하세요?" 남자 대표들한테는 절대 안 하는 질문이다. 웃으며 답했다. "네. 가능합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서요." "밤에 아이들 돌보시느라 업무에 지장은 없으세요?" 또 웃으며 답했다. "전혀요. 오히려 더 효율적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거짓말이었다. 지장 있다. 많이 있다. 효율적? 천만에. 늘 시간 부족하다. 그런데 솔직하게 말하면 투자 못 받는다. '여자는 역시 안 되네' 소리 듣는다. 그래서 거짓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 투자 받은 15억을 생각하며 노트북을 켰다. 밤 10시에. 이게 여자 대표의 현실이다. 롤모델이 없다 가끔 찾아본다. '여성 대표 워라밸' '엄마 CEO 일과' '여자 창업가 육아' 검색해도 별로 안 나온다. 나오는 건 다 성공 스토리다. "아이 셋 키우면서 100억 매출" "육아와 경영 모두 잡은 슈퍼우먼" "완벽한 워라밸, ○○ 대표의 비결" 다 거짓말 같다. 아니, 진짜일 수도 있다. 그런데 과정은 안 나온다. 밤 10시에 노트북 켜는 얘기는 없다. 아이 재우고 우는 얘기는 없다. 시어머니한테 뭐라 들은 얘기는 없다. 다들 성공한 후의 말만 한다. 나는 그 과정이 궁금한데. 어떻게 버텼는지. 어떻게 안 무너졌는지. 그 얘기는 아무도 안 한다. 결국 답은 밤 10시 32분. 오늘도 노트북을 켰다. 이게 이중잣대인지, 책임감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직원들한테는 '워라밸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나는 못 지킨다. 거짓말쟁이 같다. 위선자 같다. 그런데. 안 하면 회사가 어떻게 될까. 15명은 어떻게 될까. 그 생각하면 또 켜게 된다. 노트북을. 어쩌면 이게 답인지도 모르겠다. 대표는 다르다. 선택한 길이 다르다. 책임이 다르다. 직원들은 워라밸 지키게 해주고, 나는 그 뒤에서 더 일한다. 이게 내가 선택한 방식이다. 좋은 방식인지는 모르겠다. 오래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후회할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지금은. 지금은 이게 최선이다. 직원들은 6시에 퇴근한다. 나는 밤 10시에 일한다. 이중잣대라고 해도 할 말 없다. 그래도 이렇게 산다. 오늘도, 내일도."워라밸이 가장 중요해요." 오늘도 이 말을 했다. 그리고 밤 10시에 노트북을 켰다. 언젠가는 바뀔까. 모르겠다. 지금은 이게 내 방식이다.

시어머니의 '회사 그만두고 애나 봐'라는 말 뒤에서 우는 날들

시어머니의 '회사 그만두고 애나 봐'라는 말 뒤에서 우는 날들

새벽 5시, 어제 밤 통화가 떠올랐다 눈을 뜨자마자 어젯밤이 생각났다. 시어머니 전화. "딸이 학예회 연습한대. 엄마가 안 봐주면 누가 봐." 그 뒤에 나온 말. "회사 그만두고 애나 봐. 돈은 아들이 벌면 되지."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10분. 남편은 코 골며 잔다. 저번 주에 '엄마한테 내가 말할게'라고 했던 사람. 아직도 말 안 했다.커피 내렸다. 첫 잔. 사랑이라는 이름의 칼 시어머니는 나쁜 사람이 아니다. 진짜로. 명절 때 반찬 10가지 싸주신다. "바쁠 텐데 챙겨 먹어라." 아이들 옷도 사주신다. 좋은 거. 딸 학원비도 대주신 적 있다. "손주 교육은 내가." 근데 그 뒤에 항상 붙는다. "그렇게 애들 놔두고 회사 다니는 게 낫니?" "초등학생 엄마가 어디 있어. 애 혼자 집에." "너 없으면 애들이 얼마나 외로운데." 사랑인 거 안다. 손주 걱정. 아들 걱정. 그것도 안다. 근데 왜 이렇게 아프지.작년 시리즈A 투자 받았을 때. 15억. 기사도 났다. 네이버 메인 떴다. 시어머니가 전화하셨다. "축하한다"가 아니라 "이제 그만하고 애들 봐도 되겠네." 그날 밤에 혼자 울었다. 남편 몰래. 화장실에서. 오늘 할 일: 아프지 않은 척 7시 반. 아이들 깨웠다. 딸이 눈 비비며 물었다. "엄마, 금요일 학예회 오지?" "응, 당연하지." 거짓말이다. 그날 투자자 미팅이 있다. 3개월 잡은 미팅. 못 간다. 아들 급식비 입금했다. 준비물 챙겼다. 딸 숙제 확인했다. 둘 다 껴안았다. 조금 더 오래. 등원 시키고 차에 탔다. 백미러로 내 얼굴 봤다. 다크서클. 어제 밤 운 흔적. 파운데이션 덧발랐다.사무실 도착. 8시 40분. "대표님 좀 밝아 보이는데요?" 직원이 웃으며 말했다. "응, 주말 잘 쉬었어." 또 거짓말. 선택과 희생 사이 어디쯤 점심 먹으면서 여성 CEO 모임 단톡 봤다. 언니 한 분이 썼다. "시댁에서 또 '애 키우는 게 일'이래. 5년 전에도 들었는데." 공감 이모티콘 15개. 우리 다 안다. 이게 사랑에서 나온 말이란 걸. 손주 사랑. 며느리 걱정. 아들 걱정. 다 안다. 근데 왜 '회사 그만두고'가 답일까. 남자 CEO들한테 누가 물어? "자녀분 있으시죠? 회사 그만두실 생각 없으세요?" 아무도 안 물어. 내 남편한테도 시어머니 안 물어보신다. "회사 그만두고 애 봐라." 안 하신다. 왜? 아들이니까. 3시. 팀 회의. 마케팅 팀장이 보고했다. "이번 달 매출 9200만. 목표 달성했습니다." 박수 쳤다. 진심으로 기뻤다. 회의 끝나고 팀장이 물었다. "대표님, 제가 육아휴직 쓰려는데 괜찮을까요?" "당연하지. 언제부터?" "다음 달요. 둘째 낳거든요." 축하했다. 복귀 날짜 함께 잡았다. 인수인계 계획 세웠다. 그 순간 생각했다. 나도 이런 배려 받고 싶다. 시댁에서. 저녁 7시, 다시 엄마가 되어 퇴근했다. 아이들 데리러 갔다. 학원, 어린이집. 딸이 차 타자마자 울었다. "오늘 친구가 '너네 엄마는 맨날 안 와'라고 했어." 심장이 찢어지는 줄 알았다. "미안해. 엄마가... 금요일에 못 갈 것 같아. 그 대신 토요일에 놀이공원 갈까?" 딸이 고개 돌렸다. 집 도착. 저녁 차렸다. 냉장고에 시어머니가 해주신 반찬. 데웠다. 아이들이 물었다. "할머니 언제 와?" "이번 주말." "할머니한테 엄마 얘기할 거야. 맨날 없다고." 숨이 막혔다. 밤 10시, 혼자만의 시간 아이들 재웠다. 남편은 야근. 노트북 켰다. 내일 미팅 자료. 다음 주 투자 보고서. 채용 공고. 그러다 멈췄다. 웹서핑했다. '워킹맘 죄책감'. '시댁 갈등'. '일 그만둘까'. 검색했다. 글들을 읽었다. 다들 비슷했다. "나만 이런 게 아니구나." 시어머니한테 전화하고 싶었다. 말하고 싶었다. "저도 아이들 사랑해요. 제가 일하는 건 저를 위해서만이 아니에요. 아이들한테 보여주고 싶어요. 엄마도 꿈이 있다는 걸. 엄마도 일할 수 있다는 걸." 근데 안 했다. 왜냐면 알아. 시어머니는 이해 못 하신다. 그 세대는 그랬으니까. 아이 키우는 게 여자 일이었으니까.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거다. 그걸 이해시키기엔 난 너무 지쳤다. 이건 선택이다, 희생이 아니라 새벽 12시.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생각했다. 내가 회사 그만두면 어떨까. 진짜로. 아이들 매일 챙길 수 있다. 학예회 다 갈 수 있다. 시어머니 잔소리 안 들을 수 있다. 남편이랑 싸울 일도 줄어든다. 근데. 내가 4년 동안 만든 것들. 15명의 직원들. 투자자들. 고객들. 다음 달 론칭 예정인 신규 서비스. 그리고 무엇보다. 거울 앞에 선 나. 명함 내미는 나. 미팅에서 발표하는 나. "이번 분기 목표 달성했습니다"라고 말하는 나. 그 나를 포기할 수 없었다. 이건 선택이다. 희생이 아니다. 나는 일하는 엄마를 선택했다. 아이들을 버리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일 둘 다 선택한 거다. 힘들다. 맞다. 죄책감 든다. 맞다. 시댁 눈치 보인다. 맞다. 근데 후회하냐. 아니다. 딸이 크면 알 거다. 엄마가 왜 이렇게 살았는지. 아들도 알 거다. 여자도 일할 수 있다는 걸. 시어머니는 평생 모르실 수도 있다. 괜찮다. 이해받으려고 사는 게 아니니까. 내일 아침 5시 알람이 울릴 거다. 일어날 거다. 커피 내릴 거다. 노트북 열 거다. 아이들 깨울 거다. 아침 먹일 거다. 등원시킬 거다. 미팅 갈 거다. 직원들 만날 거다. 결정할 거다. 퇴근할 거다. 아이들 안을 거다. "미안해" 말할 거다. 또 울 거다. 밤에. 혼자. 그리고 내일도 일어날 거다. 왜냐면. 이게 내 인생이니까.시어머니의 말은 사랑이다. 근데 내 선택도 사랑이다. 다른 종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