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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창업
- 23 Dec, 2025
여성이 스타트업 대표라는 것, 뉘앙스가 다르다
여성이 스타트업 대표라는 것, 뉘앙스가 다르다 같은 말인데 다르게 들린다 어제 전략회의를 했다. 마케팅 예산 증액 건. 15% 늘리자는 안건이었다. "팀원들 의견 들어보고 결정하죠." 나는 이렇게 말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현장에서 직접 돌리는 사람들이 더 잘 안다. 회의 끝나고 한 시간 뒤. 투자사 대표님한테 전화 왔다. "김대표님, 너무 직원들 눈치 보시는 거 아니에요? 리더는 결단력이 있어야죠." 가만 있었다. 전화 끊고 멍했다. 지난주에 남자 동기 창업가 만났을 때 생각났다. 걔도 똑같이 말했었다. "팀원들이랑 상의해서 결정할게요." 그땐 누가 뭐래? "민주적 리더십이시네요. 요즘 그게 맞죠." 같은 말이다. 정확히 같은 행동이다. 근데 나한테는 '우유부단', 걔한테는 '민주적'.단호하면 '공격적', 부드러우면 '약하다' 직원 한 명이 3주 연속 지각했다. 경고했다.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다음엔 인사조치 들어갑니다." 명확하게 말했다. 원칙이 있어야 하니까. 다음 날 그 친구가 다른 팀원한테 말했다더라. "대표님 무섭다. 칼같으시다." 슬랙에 떴다. "여자 대표가 저러면 안 되는데..." 남자 대표가 똑같이 말하면? "원칙이 확실하시네." 반대로 부드럽게 말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안다. 6개월 전 얘기다. 한 팀원이 실수로 중요 거래처 미팅 날짜 잘못 잡았다. "괜찮아요. 다음엔 더 확인하면 되죠. 다시 연락해봐요." 그랬더니 한 달 뒤 투자 미팅에서 들었다. "팀 관리가 좀... 느슨한 거 아닙니까? 대표님이 좀 더 강하게 잡으셔야죠." 그래서 강하게 잡으면 '공격적'이고, 배려하면 '약하다'는 건가. 남자 대표들은 이런 줄다리기 안 한다. 걔네는 그냥 '리더십'이면 된다.회의 때 목소리 톤까지 신경 쓴다 회의할 때가 제일 피곤하다. 말투 하나하나 계산해야 하니까. 목소리 너무 높으면? "감정적이시네요." 너무 낮추고 차분하게? "자신감이 없으신가?" 웃으면서 말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시는 건가요?" 표정 없이 말하면? "좀 무섭네요." 투자 미팅은 더하다. 저번 주 시리즈B 투자 미팅. 30대 후반 남자 파트너. 질문이 시작됐다. "대표님, 지분율 낮아지는 거 남편분은 뭐래요?" 남편? 왜 남편이 나와? "남편은 상관없습니다. 제 회사니까요." 이렇게 말했다. 또렷하게. 분위기 싸해졌다. "예민하시네." 이 말이 들릴 듯 말 듯 들렸다. 같은 자리 있던 남자 CEO한테 저런 질문 나왔나? 안 나왔다. "와이프는 뭐래요?" 이런 거 들은 남자 창업가 본 적 있나? 없다. 그 미팅 끝나고 화장실에서 울었다. 5분. 그리고 다시 화장 고쳤다. 다음 미팅까지 30분 남았으니까.'엄마 CEO'는 별종 취급받는다 아이 둘 있다는 걸 미팅에서 말하면 분위기가 미묘하게 바뀐다. "아, 애기 있으세요? 힘드시겠어요." 동정? 걱정? 둘 다 아니다. '제대로 못 하겠네' 이 눈빛이다. 실제로 들었다. 작년 투자 미팅에서. "육아하시면서 회사 운영하시기 힘드시죠? 시간 분배가..." 내가 뭐라고 대답했는지 기억난다. "남자 대표님들도 다들 가정 있으시잖아요. 저도 똑같이 일합니다." 그랬더니 웃었다. 그 VC 대표가. "그래도 엄마는 다르죠. 아무래도..." 다르다는 게 뭔데. 아이 아프면 병원 가는 게? 학교 행사 참석하는 게? 남자 대표들도 아이 있으면 그런다. 근데 걔네는 '가족 사랑하는 CEO'다. 나는? '일에 집중 못 하는 워킹맘'. 같은 행동이다. 정확히 같은 상황이다. 근데 읽히는 게 다르다. 작년에 딸 학예회 때문에 미팅 시간 조정 요청했다. "아이가 있어서요. 오후 3시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답장 왔다. "역시 여자 대표님들은 시간 조율이 힘드시죠." 그 사람 링크드인 봤다. 아들 둘 있다더라. 근데 걔는 미팅 시간 조정해도 아무도 뭐라 안 한다. 배려는 '리더십 부족'으로 읽힌다 우리 팀 여직원 비율 80%. 의도한 건 아니다. 그냥 뽑다 보니 그렇게 됐다. 육아용품 큐레이션이니까 워킹맘들이 많이 지원했다. 그래서 우리 회사는 재택 자유롭다. 아이 아프면 당연히 쉰다. 학교 행사 가라고 한다. 내가 필요했던 것들이니까. 내가 못 받았던 배려니까. 그게 문제래. 지난달 IR 자료 검토하던 투자사 파트너가 물었다. "재택 많이 하시네요? 생산성은 괜찮으세요?" 생산성? 매출 8000만 원에 YoY 200% 성장인데? "네, 문제없습니다. 실적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래도 대표님이 좀 더 강하게 관리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성 직원들 많으시니까..." 여성 직원 많으면 뭐가 문제인데. 그 파트너는 자기 회사 '유연근무제 도입'으로 언론에 났었다. 근데 우리 회사가 하면 '관리 부족'. 남자 CEO가 직원 배려하면? '좋은 기업문화'. 여자 CEO가 직원 배려하면? '리더십 약하다'. 이게 현실이다. 감정 표현하면 '프로답지 못하다' 작년 시리즈A 투자 유치했을 때다. 15억. 4년 동안 달려왔다. 계약서 사인하는 날, 울었다. 기뻐서. 떨려서. 같이 투자 들어온 다른 창업가 있었다. 남자였다. 걔도 울었다. 기사 났다. 우리 둘 다. 그 남자 창업가 기사 제목: "꿈 이룬 창업가의 눈물, 열정이 만든 결실" 내 기사 제목: "여성 CEO의 감격, 감정적 순간 포착" '열정'과 '감정적'. 같은 눈물인데 다른 단어다. 회의에서 목소리 높이면? "왜 화내세요?" 남자 대표가 목소리 높이면? "열정적이시네요." 짜증 내면? "예민하신가 봐요." 남자 대표가 짜증 내면? "스트레스 많으시겠어요." 웃으면? "가볍게 보시는 거 아니에요?" 남자 대표가 웃으면? "여유로우시네요." 그래서 지금은 표정 관리한다. 딱 중간 지점. 너무 웃지도, 너무 굳지도 않게. 목소리 톤 중간. 너무 높지도, 너무 낮지도. 피곤하다. 진짜 피곤하다. 내 의견 말하는 데 이렇게 에너지 쓰는 게 맞나. 네트워킹도 다르게 작동한다 남자 CEO들끼리는 골프 친다. 술 마신다. 사우나 간다. 나는? 그 자리에 없다. "김대표님도 오시죠." 초대받아도 어색하다. 골프? 배워야 한다는 압박감. 술? 2차 가면 새벽 2시다. 아이들은? 사우나? 당연히 못 간다. 그래서 여자 CEO 모임 따로 만들어졌다. 우리끼리. 좋다. 편하다. 공감한다. 근데 문제는, 진짜 투자 결정하는 사람들은 저 골프장에 있다는 거다. 저번에 한 선배가 말했다. 20년차 여성 창업가. "우리가 아무리 모여도 소용없어. 돈 쥔 사람들이 저기 있는데." 맞다. 투자사 대표들, 대기업 임원들, 정책 만드는 사람들. 다 남자들끼리 만난다. 우리는 '따로' 만난다. 그게 차이다. 어떤 남자 VC가 그러더라. "여성 창업가들 네트워크 대단하던데요." 대단한 게 아니다. 안 섞어주니까 우리끼리 만드는 거다. 질문 자체가 다르다 투자 미팅 때마다 받는 질문들이 있다. "창업하시게 된 계기가 뭐예요?" - 남자 CEO한테도 물어본다. "육아랑 병행 가능하세요?" - 남자 CEO한테는 안 물어본다. "남편분은 응원해주세요?" - 남자 CEO한테는 절대 안 물어본다. "임신 계획 있으세요?" - 이건... 진짜 들었다. 3년 전 투자 미팅에서. 그때 어이없어서 대답도 못 했다. 그냥 웃었다. 지금이라면 뭐라고 대답할까. 아마 못 할 거다. 그 자리에서 투자 날아가니까. 여자 창업가들끼리 만나면 이런 질문 리스트 공유한다. "이런 거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 "나도 받았어. 그냥 웃고 넘겼어." "근데 그러면 '진지하지 않다'고 하더라." "그럼 뭐라고 해야 돼?" 답이 없다. 어떻게 대답해도 꼬인다. 남자 창업가들은 이런 회의 안 한다. 필요가 없으니까. 성공해도 프레임이 다르다 우리 회사 작년 매출 200% 성장했다. 올해도 잘 나가고 있다. 기사 났다. "여성 CEO의 성공 스토리" 같은 시기 남자 동기 창업가도 성장했다. 비슷한 수치. 기사 제목? "젊은 창업가의 혁신, 시장 평정" '여성 CEO'와 '젊은 창업가'. 차이가 보이나. 나는 카테고리다. '여성'이라는. 걔는 그냥 창업가다. 인터뷰 요청 들어온다. 많이 들어온다. "여성 창업가의 어려움에 대해..." "워킹맘으로서의 창업기..." "육아와 사업의 양립..." 사업 얘기는? 시장 분석은? 성장 전략은? 그건 안 물어본다. 나한테는. 남자 창업가 인터뷰는 다르다. 본 적 있다. "시장 진입 전략", "투자 유치 비결", "차별화 포인트" 왜 나한테는 안 물어보는데. 내가 '여성'이기 전에 'CEO'인데. 어떤 행사에서 소개받았다. "여성 창업가 김OO 대표님입니다." 옆에 남자 대표는? "OO 플랫폼 박OO 대표님입니다." 회사 이름으로 소개받는 거랑 성별로 소개받는 거. 다르다. 롤모델이 없다는 것 20대 때 창업 생각하면서 찾아봤다. 여성 창업가. 몇 명 안 나왔다. 지금도 비슷하다. 있긴 하다. 근데 '여성 창업가'로 카테고라이징 된다. 그냥 '성공한 창업가' 리스트엔 안 들어간다. 후배들이 물어본다. "선배님, 어떻게 하셨어요?" 솔직히 말한다. "일단 버텨. 그리고 증명해. 계속." 이게 답이 되나. 근데 다른 답이 없다. 남자 후배들한테는? "좋은 아이템 찾고, 팀 잘 꾸리고, 투자 받아." 왜 나는 '버텨'부터 말해야 하는데. 선배 여성 창업가 한 분이 말했다. 조언 구했을 때. "그냥 해. 10번 중 7번은 성별 때문에 걸릴 거야. 근데 나머지 3번으로 성공하는 거야." 7번 걸린다는 게 정상인가. 남자들은 10번 다 기회인데. 계속하는 이유 그럼 왜 하냐고? 가끔 나도 모르겠다. 새벽에 혼자 울 때, 투자 미팅에서 이상한 질문 들을 때, '여성'이라서 평가절하 될 때. 그만둘까 생각한다. 진짜로. 근데 안 한다. 못 한다. 우리 회사 직원들 본다. 80%가 여자다. 워킹맘이다. 얘네들은 우리 회사 다니면서 처음으로 눈치 안 보고 재택한다고 한다. 아이 아프다고 말할 때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게 당연한 건데, 여기서만 가능하다고. 그 말 들으면 계속하게 된다. 그리고 10년 뒤, 20년 뒤에는 이런 글 안 써도 되는 날이 오겠지. '여성 CEO'가 아니라 그냥 'CEO'로 평가받는 날. 같은 말이 같은 의미로 읽히는 날. 질문이 다르지 않은 날. 그날까지는 증명해야 한다. 계속. 피곤하다. 근데 한다.같은 행동인데 다르게 읽힌다. 그게 여성 CEO의 현실이다. 그래도 계속 간다. 달라질 때까지.
- 12 Dec, 2025
새벽에 혼자 우는 밤, 아무도 모르게
새벽에 혼자 우는 밤, 아무도 모르게 새벽 2시 17분 울었다. 아무도 모르게. 한 손으론 키보드 치고, 한 손으론 눈물 닦았다. 투자자한테 보내는 주간 리포트. "이번 주 목표 달성률 92%, 고객 만족도 상승 중입니다." 타이핑하면서 눈물 떨어졌다. 키보드에 눈물 떨어지면 안 된다. 15만원짜리 기계식이다. 이런 거 생각하니까 웃겼다. 웃으면서 또 울었다.거실 바닥엔 레고가 널려 있다. 아까 준우가 "엄마랑 만들자"고 가져온 거다. "엄마 지금 일 있어. 내일 할게." 했다. 내일은 언제인가. 내일도 똑같을 건데. 강한 척하는 것도 일이다 오늘 오후 3시. 시리즈B 투자 미팅. VC 파트너가 물었다. "아이들 있으시죠? 시간 관리 괜찮으세요?" 남자 대표들한테도 이런 질문 하나. 궁금해서 물어봤다. 안 한대. "네, 괜찮습니다. 시스템이 잘 잡혀 있어서요." 웃으면서 대답했다. 시스템.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저녁 10시까지 버티는 게 시스템이다. 친정엄마한테 "미안해" 스무 번 말하는 게 시스템이다. 아이들 재우고 다시 노트북 여는 게 시스템이다. 그 파트너는 40대 남자다. 아이 셋 있다고 했다. 미팅 끝나고 "애들이랑 저녁 먹으러 가봐야죠" 했다. 6시에. 나는 9시에 들어갔다. 준우는 이미 자고 있었다.누구한테 말하나 남편한테? 남편도 힘들다. "나도 회사 다니고 육아 분담하잖아." 맞다. 한다. 근데 다르다. 남편이 야근하면 "일 열심히 하네" 소리 듣는다. 나는 "애 좀 보지" 소리 듣는다. 시어머니한테? 지난주에 또 그랬다. "며느리가 집에 좀 있어야 애들이 안정적이지." 친정엄마한테? 엄마는 나 때문에 매주 서울 올라온다. 부산에서 KTX로. "괜찮아, 손주들 보는 재미로 산다." 고맙지만 미안하다. 직원들한테? "대표님 힘드시죠? 저희도 도와드릴게요." 고마운데 말 못 한다. 나는 대표다. 버텨야 한다. 여성 CEO 모임에서? 거기서도 조심스럽다. 다들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만 무너지는 것 같다. 그래서 새벽에 운다. 혼자서. 오늘 울게 된 이유 특별한 일은 없었다. 아침에 지윤이가 그랬다. "엄마, 오늘 학교 참관 수업인데." 모른다. 알림장에 있었나. 확인 못 했다. "엄마 일 있어서 못 가. 미안해." "다른 애들 엄마는 다 온대." 가슴이 찢어졌다. 근데 오늘 투자 미팅이 있다. 15억 들어오면 직원 15명이 월급 받는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답이 없다. 점심에 MD팀장이 말했다. "대표님, 리뷰 응대 가이드 확인해주세요." 확인했다. "수고했어요. 이대로 진행해요." 팀장이 웃었다. "대표님 항상 긍정적이셔서 좋아요." 긍정적인 게 아니다. 무너질 시간이 없는 거다. 저녁에 남편이 물었다. "요즘 네 얼굴 왜 그래?" "피곤해서." "좀 쉬지 그래." 쉬면 회사가 멈춘다. 그럼 직원들이 어떻게 되나. 고객들은. 투자자들은. 아이들은. 모든 게 내 어깨에 있다.강한 여자가 되라고 어렸을 때부터 들었다. "여자는 강해야 해." 대학 때도. "여자가 사회 나오려면 남자보다 두 배는 해야지." 회사 다닐 때도. "여자 임원 별로 없잖아. 네가 해봐." 창업할 때도. "여성 창업가 롤모델이 되세요." 출산 후에도. "워킹맘들 희망이 되는 거예요." 강하다는 게 뭔가. 안 우는 거? 안 힘든 거? 다 해내는 거? 나는 강하지 않다. 그냥 버티는 거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버틴다. 아이들 밥 먹이고 버틴다. 출근해서 버틴다. 미팅하면서 버틴다. 직원들 앞에서 버틴다. 투자자 앞에서 버틴다. 시어머니 앞에서 버틴다. 그리고 새벽에 무너진다. 혼자서. 그래도 키보드를 친다 리포트는 보내야 한다. 내일 아침 9시까지. "Q2 목표: 월 매출 1억 돌파" "핵심 지표 개선 현황" "다음 주 액션 플랜" 타이핑한다. 눈물은 멈췄다. 컴퓨터 시계가 새벽 3시를 넘었다. 2시간 후면 일어나야 한다. 거실을 본다. 준우 레고가 보인다. "내일 같이 만들자"던 그거. 내일은 토요일이다. 오전엔 준우랑 레고 만들 거다. 오후엔 지윤이 학원 데려다줄 거다. 저녁엔 가족이랑 외식할 거다. 그리고 밤엔 다시 노트북 열 거다. 월요일 준비해야 하니까. 이게 내 삶이다. 선택했다. 후회는 안 한다. 근데 힘들다. 말할 수 없이. 누가 나를 이해하나 여자들끼리도 다르다. 전업주부 친구들은 말한다. "나는 경력 단절이야. 넌 좋겠다." 직장 다니는 친구들은 말한다. "창업? 대단하다. 나는 못 해." 남자 동기들은 말한다. "애 둘 키우면서 창업? 미쳤다." 시어머니는 말한다. "애들이 불쌍하다." 친정엄마는 말한다. "네가 하고 싶은 거 해." 남편은 말한다. "힘들면 그만둬." 그만두면 뭐가 되나. 4년 쌓은 게 날아간다. 직원 15명이 어떻게 되나. 나를 믿고 투자한 사람들은. 우리 제품 쓰는 엄마들은. 그리고 내 꿈은. 못 그만둔다. 그만두고 싶지도 않다. 근데 버티기만 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새벽의 진실 이 시간만 솔직해진다. 나는 완벽하지 않다. 좋은 엄마도 아니다. 훌륭한 대표도 아니다. 학교 행사 못 간다. 아이들이랑 시간 부족하다. 회사 숫자도 목표보다 낮다. 투자자들 기대에 못 미친다. 직원들한테 미안하다. 모든 게 부족하다. 근데 최선이다. 지금 이게 내 최선이다. 더 잘하고 싶다. 근데 방법을 모르겠다. 시간은 24시간이고. 몸은 하나고. 에너지는 한계가 있다. 슈퍼우먼은 없다. 그냥 버티는 여자들만 있다. 그래도 일어난다 알람이 울릴 거다. 5시에. 일어날 거다. 씻을 거다. 커피 내릴 거다. 아이들 깨울 거다. 웃으면서. "좋은 아침!" 준우가 물을 거다. "엄마 잤어?" "응, 잤어." 거짓말이다. 근데 사실이기도 하다. 1시간은 잤으니까. 회사 갈 거다. 직원들 만날 거다. 웃을 거다. "오늘도 화이팅!" 힘들다는 말 안 할 거다. 대표니까. 투자자 미팅 들어갈 거다. 자신감 있게. "저희 이번 달 성과 보고드립니다." 떨리는 목소리 안 나올 거다. 연습했으니까. 저녁에 집 갈 거다. 아이들 안을 거다. "엄마 보고 싶었어?" "응!" 미안하다는 말 대신 안을 거다. 더 세게. 말하지 못하는 것들 누군가 물으면 말할 거다. "힘들지 않으세요?" "괜찮아요. 재밌어요." "후회 안 하세요?" "아니요. 잘한 선택이에요." "어떻게 해내세요?" "시스템이요. 시스템." 다 진실이다. 근데 전부는 아니다. 말 못 하는 게 있다. 매일 아침 거울 보면서 스스로 다독인다. "오늘도 할 수 있어." 출근길에 운전하면서 눈물 흘린다. 아무도 모르게. 점심시간에 화장실 칸에서 숨 고른다. 무너지지 않으려고. 밤에 아이들 재우고 또 운다. 소리 안 나게. 새벽에 키보드 친다. 눈물 닦으면서. 이게 내 진짜 일상이다. 누구도 모르는. 혼자가 아니길 어딘가에 나 같은 사람이 있을 거다. 지금 이 시간에도. 새벽에 눈물 닦으면서 노트북 켜는 여자. 엄마이면서 대표인. 아내이면서 리더인. 딸이면서 롤모델인. 모든 걸 다 해내야 하는. 근데 아무것도 완벽하지 못한. 버티면서도 무너지는. 강한 척하지만 약한. 그 사람에게 말하고 싶다.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다. 나도 그렇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우리는 보이지 않지만 여기 있다. 새벽에 우는 우리. 아무도 모르게. 근데 계속 일어나는 우리. 매일 아침. 내일도 리포트 보냈다. 새벽 3시 47분. 침대로 간다. 1시간 13분 잘 수 있다. 남편이 자고 있다. 아이들 방에서 준우 코 고는 소리. 이 순간만큼은 평화롭다. 눈 감는다. 내일도 똑같을 거다. 버티고 무너지고 또 일어나고. 그래도 괜찮다. 이게 내가 선택한 삶이니까. 완벽하지 않아도. 힘들어도. 혼자 울어도. 나는 계속 간다.새벽 눈물은 약함이 아니다. 버티기 위한 준비 운동이다.
- 10 Dec, 2025
38세 여성 스타트업 대표, 이 나이가 좋고 나쁜 이유
38세 여성 스타트업 대표, 이 나이가 좋고 나쁜 이유 투자자 미팅에서 "대표님, 혹시 나이가...?" 투자자가 물었다. 이력서에 다 나와 있다. 38세. 그래도 직접 확인하고 싶은 거다. "38입니다." "아, 그럼 결혼은? 아이는?" 남자 대표들한테는 안 물어본다. 작년에 27세 남자 창업가 만났을 때 그 질문 안 했다. 나만 받는다. "둘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랑 유치원생." 투자자 표정이 미묘하게 변한다. '시간 괜찮으시겠어요?' 같은 걱정. 아니, 걱정이 아니라 의심이다. 이 나이, 여자, 엄마. 세 가지가 겹치면 신뢰도가 떨어진다. 스타트업판에서.20대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 팀 평균 나이는 28세다. 나를 빼면 26세. 회의하면서 느낀다. 에너지 차이. 저들은 밤새도 다음날 멀쩡하다. 나는 10시만 넘으면 머리가 안 돌아간다. "대표님, 이번 주말에 팀 번개 어때요?" 미안하지만 주말은 아이들 거다. 토요일 딸 발레 학원, 일요일 아들 축구. "나는 패스, 너희들끼리 가." 표정을 본다. '역시 나이 드신 분은...' 같은 느낌. 말은 안 하지만 안다. 인스타그램 스토리 본다. 토요일 밤 홍대 클럽. 다들 신난다. 나는 그 시간에 아이들 재우고 엑셀 정리한다. 격차가 느껴진다. 문화적으로. 근데 또 다른 면도 있다. 회의에서 20대 직원이 말한다. "대표님, 이거 하면 대박 날 것 같은데요!" "근거는?" "느낌이요!" 10년 전 나도 그랬다. 느낌으로 일했다. 지금은 안다. 느낌은 데이터가 아니라는 걸. "느낌 말고 숫자로 보여줘. 시장 규모, 경쟁사 분석." 차갑게 들릴 수 있다. 근데 이게 38세의 장점이다. 경험.창업가 네트워크에서 서울 스타트업 위크 갔다. 창업가들 모였다. 대부분 20대 후반, 30대 초반. "저는 25살에 창업했어요. 지금 3년 차고요." "저는 올해 30인데, 작년에 시작했습니다." 다들 젊다. 실패해도 다시 할 시간이 있다. 나는 없다. 38세에 창업 4년 차면 이제 42세다. 만약 지금 망하면? 다시 시작할 때 40대 중반이다. 무섭다. 솔직히. 20대 창업가는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 듣는다. '경험이다', '배움이다'. 나는 못 듣는다. '나이도 있는데 왜 그렇게 모험을 해' 소리 듣는다. 더 조심스러워진다. 공격적으로 못 간다. 시리즈B 투자 받으려고 하는데 망설여진다. 빚이 무섭다. 젊은 창업가들은 100억 투자받고 싶어 한다. 나는 생존이 먼저다. 이게 나쁜 건가? 좋은 건가? 모르겠다. 근데 네트워킹 끝나고 몇 명이 다가온다. 여성 창업가들. 나랑 비슷한 나이. "언니, 저도 37인데요. 진짜 공감돼요." "저 40인데, 언니 보면 힘 나요." 우리끼리는 통한다. 똑같은 고민. 아이, 집안일, 나이, 투자, 편견. 20대 남자 창업가는 모른다. 이 감정을.집에서 밤 11시. 아이들 잤다. 남편은 TV 본다. 나는 다시 노트북 연다. 투자 제안서 수정. 내일 미팅. 남편이 말한다. "또 일해? 좀 쉬지." 쉬고 싶다. 근데 못 쉰다. "나 지금 38이야. 40 넘으면 더 힘들어." "그럼 왜 시작했어, 그때." 34세에 창업했다. 늦은 나이였다. 근데 11번가 MD 7년 하고 나니까 하고 싶었다. 내 사업. 후회는 안 한다. 근데 가끔 생각한다. 27세에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지금쯤 시리즈C 받고 있지 않았을까. 100명 회사 만들지 않았을까. 근데 또 생각한다. 27세 나는 준비 안 됐었다. 경험도 없었고, 네트워크도 없었고, 돈도 없었다. 34세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들. 투자자 설득, 직원 관리, 위기 대응. MD 경험 7년이 전부 지금 써먹고 있다. 상품 선정, 가격 정책, 마케팅 전략. 27세 나는 이걸 못 했다. 38세라서 잃은 것도 있고, 얻은 것도 있다. 투자 받은 날 시리즈A 15억. 작년 일이다. VC 대표가 말했다. "대표님 경험이 좋았어요. 11번가 MD 출신이시고, 시장 이해도 높으시고." 나이 때문에 떨어질 줄 알았다. 근데 경험이 플러스였다. 38세의 역설이다. 젊음은 없지만 커리어가 있다. 20대 창업가는 열정을 판다. 나는 경험을 판다. "이 시장은 2019년부터 봤습니다. MD로 3년, 창업자로 4년. 총 7년 데이터 있습니다." 투자자가 고개 끄덕인다. 숫자가 있으니까. 근거가 있으니까. 이게 38세의 무기다. 근데 시리즈B는 다르다. 더 큰 돈이다. 30억, 50억. 그때는 '성장 가능성' 본다. 미래를 본다. 38세 대표의 미래. 투자자들이 믿을까? '5년 후 이 회사는?' 5년 후 나는 43세다. 스타트업 대표로 43세. 드물다. 이게 불안하다. 직원들한테 "대표님은 어떻게 일이랑 육아 병행하세요?" 26세 여직원이 물었다. 결혼 앞둔 상태. "잘 못 해. 솔직히." "그래도 다 하시잖아요." "다 하는 게 아니라 다 놓치는 거야." 회사에서는 엄마 역할 못 한다. 집에서는 대표 역할 완벽하게 못 한다. 둘 다 70점. 100점은 없다. "근데 언니, 그래도 멋있어요. 38세에 창업하고, 아이도 키우고." 멋있다는 말 들으면 좋다. 근데 속은 다르다. 매일 미안하다. 아이들한테. 직원들한테. 투자자한테. 남편한테. '더 젊었으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이 생각 맴돈다. 근데 또 생각한다. '더 젊었으면 지금 여기까지 못 왔어.' 38세의 단단함. 쉽게 안 무너진다. 20대처럼 감정적이지 않다. 직원이 그만둔다고 해도 이제 안 운다. 투자 거절당해도 다음 찾는다. 이게 나이의 힘이다. 시어머니랑 통화 "며느리, 그 일 언제까지 할 거야?" 매번 이 질문. "아직 계속할 거예요." "나이도 있는데, 이제 애들한테 집중해야지." 나이 있다는 말. 38세니까 늙었다는 뜻이다. "저 아직 젊어요." "38이 젊어? 40도 곧이야." 전화 끊고 거울 본다. 눈가 주름. 흰머리 몇 개. 38세. 젊지 않다. 인정한다. 근데 늙지도 않았다. 20대의 무모함은 없다. 50대의 지혜도 없다. 딱 중간. 애매하다. 이 애매함이 싫을 때도 있다. 좋을 때도 있다. 투자자는 젊은 대표 좋아한다. 근데 고객은 경험 있는 대표 신뢰한다. 직원은 에너제틱한 리더 좋아한다. 근데 위기 때는 침착한 리더 찾는다. 38세는 둘 다 조금씩 있다. 완벽하게 젊지도, 완전히 성숙하지도 않다. 그냥 중간. 애매한 중간. 여성 CEO 모임에서 월 1회 모인다. 여성 창업가 5명. 다들 30대 후반, 40대 초반. "언니들, 나 요즘 힘들어." 털어놓는다. 다들 안다. "나도 그래. 투자자가 물어봐. 폐경 언제냐고." "진짜? 미쳤네." "아들이 엄마 왜 맨날 없냐고 물어봐. 울었어." "나도 딸이 학예회 왔으면 좋겠다고. 못 갔어." 다들 비슷하다. 나이, 성별, 육아. 세 개가 겹치면 이렇다. 남자 창업가는 모른다. 이 무게를. "근데 언니들, 우리 그래도 여기까지 왔잖아." 맞다. 여기까지 왔다. 38세 여자가 스타트업 대표. 쉽지 않다. 포기하고 싶었던 날 많았다. 그만두고 싶었다. 근데 안 했다. 버텼다. 이게 38세의 힘이다. 끈기. 20대는 열정으로 달린다. 30대 후반은 끈기로 버틴다. 더 멋있는 건 후자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새벽 5시 오늘도 일어났다. 아이들 깨기 2시간 전. 이 시간이 내 시간이다. 조용하다. 커피 내린다. 노트북 연다. 38세 여자 스타트업 대표의 새벽. 이메일 확인. 슬랙 확인. 오늘 일정 확인. 10시 투자자 미팅. 2시 직원 면접. 4시 협력사 미팅. 6시 아이들 학원 픽업. 빡빡하다. 늘 빡빡하다. 젊었으면 더 쉬웠을까?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27세였으면 지금처럼 못 했다. 육아 경험 없었으면 육아용품 사업 못 했다. MD 경험 없었으면 상품 선정 못 했다. 38세라서 가능했다. 나이가 핸디캡이면서 무기다. 모순이다. 근데 이게 현실이다. 창 밖 본다. 아직 어둡다. 곧 해 뜬다. 38세. 중간이다. 젊음의 끝자락, 성숙의 시작점. 여기가 내 위치다. 불안하다. 근데 괜찮다. 이 나이에, 여자로, 엄마로, 대표로 살아간다. 완벽하지 않다. 근데 최선이다. 그걸로 됐다. 지금은. 손익분기점 넘은 날 지난달. 드디어 넘었다. 4년 만에. 월 매출 8500만원. 지출 8200만원. 300만원 남았다. 처음으로. 팀원들 불렀다. "회식 가자." 다들 좋아한다. 나도 좋다. 근데 집 가는 길에 생각했다. 300만원. 4년 걸렸다. 20대 창업가는 1년 만에 손익분기점 넘는다는 기사 봤다. 부럽다. 나는 4년. 느리다. 나이 때문일까? 조심스러워서? 공격적이지 못해서? 모르겠다. 근데 또 생각한다. 살아남았다. 4년 버텼다. 스타트업 70%가 3년 안에 문 닫는다. 나는 안 닫았다. 느려도 살아남았다. 이게 중요하다. 38세의 전략. 빠르게가 아니라 오래. 20대는 단거리 달리기. 나는 마라톤. 결승선이 어딘지 모르겠다. 근데 뛰고 있다. 그걸로 됐다. 딸아이가 물었다 "엄마, 왜 맨날 바빠?" 초등학교 2학년. 이제 안다. 엄마가 다른 엄마랑 다르다는 걸. "엄마가 회사 하잖아." "친구 엄마는 안 해." "그 엄마는 다른 일 하시는 거야." "엄마는 언제 집에만 있어?" 찔린다. "미안해. 엄마가 좀 바빠서." "괜찮아. 근데 가끔은 같이 있으면 좋겠어." 울컥한다. 참는다. 38세에 창업한 이유. 아이들 위해서였다. '내 사업 하면 시간 자유로울 거야. 아이들이랑 더 있을 수 있어.' 착각이었다. 더 바빠졌다. 고용인일 때는 6시 퇴근이었다. 지금은 밤 10시도 일한다. 아이러니하다. 근데 또 다르다. 딸이 말한다. "엄마, 나도 커서 엄마처럼 회사 하고 싶어." "진짜?" "응. 멋있어." 이 한마디. 이것 때문에 한다. 딸에게 보여주고 싶다. 여자도 할 수 있다는 걸. 38세 엄마도 할 수 있다는 걸.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걸. 경쟁사 대표 만났다 같은 업계. 남자. 32세. 작년에 창업했다. 벌써 시리즈B 받았다. 50억. "대표님, 저희랑 협업 어떠세요?" 미팅했다. 젊다. 에너지 넘친다. "저희는 빠르게 갈 겁니다. 3년 안에 IPO 목표고요." 3년. 그때 나는 41세다. "저희는 천천히 가려고요." "아, 그러시구나. 저는 빨리 해야 할 것 같아서요." '빨리'라는 단어. 나는 못 쓴다. 아이 둘, 집안일, 나이. 빨리 갈 수 없다. 근데 또 생각한다. 빠르다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작년에 빠르게 성장한 스타트업 5개 중 3개 망했다. 번아웃, 팀 붕괴, 자금 부족. 천천히 가는 게 때로는 답이다. 32세 대표는 모른다. 아직. 나는 안다. 38세니까. 미팅 끝나고 나왔다. 부럽다. 젊음이. 근데 안 바꾸고 싶다. 내 경험이랑. 이게 38세다. 부러우면서도 만족한다. 요즘 생각 38세 여자 스타트업 대표. 이 나이가 좋은가, 나쁜가? 둘 다다. 나쁜 점:투자자가 의심한다. 나이, 성별, 육아. 체력 떨어진다. 밤샘 못 한다. 시간 없다. 아이들, 집안일, 회사. 롤모델 없다. 여성 CEO 드물다. 다시 시작하기 무섭다. 실패하면 40대다.좋은 점:경험 있다. 7년 MD 커리어. 침착하다. 위기에 안 흔들린다. 네트워크 있다. 업계 사람들 안다. 고객 이해한다. 육아 경험이 사업 된다. 끈기 있다. 쉽게 안 포기한다.계산하면 비슷하다. 나쁜 것만큼 좋다. 좋은 것만큼 나쁘다. 그래서 뭐냐고? 그냥 간다. 계속. 38세가 핸디캡이면 어쩌냐. 이게 내 나이다. 여자라서 불리하면 어쩌냐. 이게 나다. 엄마라서 시간 없으면 어쩌냐. 이게 내 삶이다. 불평하고 앉아있을 시간 없다. 그 시간에 한 줄이라도 더 쓴다. 이메일 한 통이라도 더 보낸다. 이게 38세 여자 대표의 전략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멈추지 않는다.38세. 애매하다. 근데 괜찮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걸 한다. 그게 전부다.
- 08 Dec, 2025
월 매출 8000만원, 이제 이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알겠어
월 매출 8000만원, 이제 이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알겠어 8000만원이라는 숫자 작년 12월이었다. 처음으로 월 매출 8000만원을 찍었다. 팀원들이 박수쳤다. 나도 웃었다. 투자자한테 카톡 보냈다. "8000 찍었습니다!" 답장 왔다. "축하합니다. 손익은요?" 그때 알았다. 나 아무것도 몰랐구나.3년 전 창업했을 때. 내가 꿈꿨던 건 "큰 숫자"였다. 매출 1억. 10억. 100억. 숫자가 크면 성공한 거라고 믿었다. 벤처캐피탈 미팅 갈 때도. "저희 목표는 연 매출 50억입니다"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고개 끄덕였다. 나는 뿌듯했다. 바보였다. 15명의 급여명세서 지난주 금요일 오후 3시. 경리 박대리가 내 책상에 서류 쌓았다. "대표님, 이번 달 급여 확인 부탁드려요." 15장. 직원 15명 급여명세서. 한 장씩 넘겼다. 김주임 세전 320만원. 이과장 세전 450만원. 최대리 육아휴직 복귀, 단축근무, 세전 280만원. 계산했다. 인건비 합계 5200만원. 4대보험 회사 부담분 900만원. 6100만원. 매출 8000만원에서 6100만원. 남는 건 1900만원.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무실 월세 550만원. 강남 위워크, 처음엔 멋있어 보였다. 지금은 그냥 비싼 공간이다. 재고 관리 창고비 200만원. 물류비 300만원. 마케팅비 400만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 세무·법무 자문료 150만원. 각종 SaaS 구독료 80만원. 계산기 두드렸다. 1900만원에서 1680만원. 남은 돈 220만원. 월 매출 8000만원의 정체다. 220만원. 나의 월급은 어디에 최대리가 물었다. 작년 말에. "대표님은 월급 얼마 받으세요?" 웃었다. "나? 나는 남는 거 받지." 그가 눈 커졌다. "그럼 이번 달은요?" "220만원? 그냥 회사 통장에 놔둬야지." "왜요?" "다음 달에 뭐 터질지 모르잖아." 그는 아무 말 안 했다. 미안한 표정이었다. 내가 괜히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는 대표니까."집에 와서 남편한테 말했다. "이번 달도 월급 못 받았어." 그가 한숨 쉬었다. "그럼 이번 달 생활비는?" "당신 급여로." "다음 달은?" "모르지. 매출 더 나오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손익분기점까지." "그게 언제인데." "곧." 둘 다 알고 있었다. '곧'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걸. 성장의 함정 시리즈A 투자 받을 때. 투자심사역이 물었다. "매출 성장률이 좋네요. 분기별로 20% 이상." "네.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유가?" "성장을 위한 투자입니다." 그는 고개 끄덕였다. 나는 통과했다고 생각했다. 15억 투자 받았다. 기뻤다. 팀원들 데리고 회식했다. "우리 이제 제대로 할 수 있어!" 6개월 뒤. 통장 잔액 9억. 6억이 어디 갔나. 사람 뽑았다. 5명. 개발자 3명, 마케터 1명, 디자이너 1명. 인건비 월 2000만원 증가. 사무실 확장했다. 위워크 더 큰 곳으로. 월세 550만원에서 850만원. 재고 늘렸다. 신제품 론칭. 초기 재고 구매비 1억 2000만원. 계산 안 했다. "투자금 있으니까" 이 생각만 했다. 3개월 전. CFO 역할 하는 공동창업자가 말했다. "대표님, 이러다가 1년 안에 돈 떨어져요." "매출 올리면 되지." "매출 올려도 마진이 너무 낮아요. 지금 구조로는." "그럼 어떻게?" "인건비 줄이거나, 마케팅비 줄이거나, 마진 높이거나." 세 개 다 불가능해 보였다. 사람은 이미 부족했고. 마케팅 안 하면 매출 떨어지고. 마진 높이면 고객이 떠나간다. 그날 밤. 처음으로 알았다. 성장이 곧 성공이 아니라는 걸. 빠르게 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직원들의 얼굴 작년 가을. 김주임이 사표 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그냥 다른 기회가 생겨서." 거짓말이었다. 나중에 다른 팀원한테 들었다. "회사가 불안하대요. 계속 적자라고." 가슴이 철렁했다. 다음 날 전체 미팅 소집했다. "우리 회사 상황 투명하게 말할게." 매출 수치 보여줬다. 비용 구조 설명했다. 현금 흐름 공유했다. "우리 아직 적자야. 하지만 손익분기점 가까워지고 있어. 3분기엔 흑자 전환 목표야." 다들 조용히 들었다. 회의 끝나고. 최대리가 내 방에 왔다. "대표님." "응." "저희 급여는 계속 나오는 거죠?" "당연하지." "대표님 급여는요?" "...나는 괜찮아." 그가 나갔다. 혼자 남았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책임진 건 숫자가 아니구나. 15명의 생계구나. 피로도라는 숫자 새벽 5시 알람. 일어났다. 아이들 깨기 전 2시간. 노트북 켰다. 슬랙 확인. 메시지 42개. 이메일 확인. 읽지 않음 67개. 커피 내렸다. 첫 모금. 손목 시계 봤다. 만보기 기능. 어제 걸음 수 3200걸음. 권장량의 절반도 안 된다. 운동? 올해 헬스장 두 번 갔다. 거울 봤다. 다크서클. 흰머리 또 늘었다. 38세. 50세처럼 보인다. 체중계 올라갔다. 54kg. 결혼 전 48kg. 살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 빠지고 뱃살 붙는 거다. 지난달 건강검진. 의사가 물었다. "스트레스 많으세요?" "네." "수면 시간은?" "5시간?" "운동은?" "...못 하고 있어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간수치 높고, 혈압 경계선이에요. 30대인데." 처방전 받았다. 영양제 3종. 수면제 1종. 약국에서 계산했다. 월 6만원. 웃겼다. 직원들 건강검진비는 회사가 내면서. 내 건강은 뒷전이었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 어제 저녁. 7살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뭐 하는 사람이야?" "회사 대표지." "대표가 뭔데?" "음... 일을 만드는 사람?" "재밌어?" "...응. 재밌어." 거짓말이었다. 재밌는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다. 근데 또 거짓말만은 아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고객 한 명이 메일 보냈다. "대표님 회사 덕분에 애 키우는 게 조금 덜 힘들어졌어요. 큐레이션 해주시는 제품들 다 좋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그날 울었다. 사무실에서. 혼자. 지난주 화요일. 최대리가 말했다. "대표님, 저 여기 와서 일하는 게 처음으로 의미 있게 느껴져요. 전 직장에서는 그냥 부품 같았거든요." 그날도 울었다. 화장실에서. 혼자. 이런 순간들. 8000만원이 의미하는 진짜 이유. 계산법이 바뀌었다 요즘은 계산기 두드릴 때. 순서가 바뀌었다. 예전: 매출 - 비용 = 이익 지금: 매출 - 인건비 - 나의 건강 - 가족 시간 = ? 답이 안 나온다. 계산이 안 된다. 근데 이게 맞는 것 같다. 이번 달 매출 8500만원 찍었다. 예전 같으면 좋아했을 거다. 근데 어제 계산했다. 인건비 6100만원. 고정비 1700만원. 남은 돈 700만원. 예전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이번 달 내가 받은 것:수면 시간: 하루 5시간 아이들과 시간: 주말 4시간 남편이랑 대화: 주 2회 30분 나를 위한 시간: 0계산이 맞나? 700만원이 이걸 보상하나? 모르겠다. 손익분기점이라는 착각 투자자들은 묻는다. "손익분기점 언제 돌파하시겠어요?" 나는 답한다. "3분기 목표입니다." 그들은 고개 끄덕인다. 근데 나는 안다. 손익분기점 돌파해도. 내 손익분기점은 안 돌파한다는 걸. 회사가 흑자 나는 순간. 나는 여전히 적자다. 건강 적자. 가족 적자. 나 자신 적자. 지난주 여성 CEO 모임. 10명 모였다. 한 언니가 물었다. "다들 본인 월급 받고 있어?" 7명이 손 안 들었다. "건강검진 제대로 받은 사람?" 4명만 손 들었다. "가족들이 이해해줘?" 침묵. 우리 다 알고 있었다. 성공의 대가를. 숫자 뒤의 숫자를.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오늘 아침. 딸이 학교 가면서 말했다. "엄마, 우리 반 친구가 그러는데 엄마가 회사 대표래. 진짜야?" "응." "멋있다!" 그 한마디에. 지난 4년이 의미 있어졌다. 계산이 안 맞는다. 숫자가 안 맞는다. 손익이 안 맞는다. 그래도 한다. 왜? 잘 모르겠다. 아마도. 8000만원이라는 숫자 뒤에. 15명의 월급날 웃음이 있고. 고객들의 감사 메일이 있고. 딸의 "멋있다" 한마디가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서. "여자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엄마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를. 새로운 계산법 요즘 내 계산법: 월 매출 8000만원 = 직원 15명의 안정 = 나의 피로도 120% = 가족의 이해와 희생 = 내일에 대한 불안 60% =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100% 답은 여전히 안 나온다. 근데 이제 알겠다. 답이 안 나오는 게 정상이라는 걸. 모든 창업자가 이 계산을 한다는 걸.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걸. 다음 달 목표. 매출 9000만원. 근데 그것보다. 내 진짜 목표.주 1회 아이들 등교 같이하기 남편이랑 데이트 1회 나를 위한 시간 주 2시간 직원들 얼굴 더 자주 보기 커피 대신 물 마시기숫자로 안 되는 것들. 근데 이게 더 중요한 것들. 이제 알겠다. 8000만원이 뭘 의미하는지. 성공의 숫자가 아니라. 과정의 숫자라는 걸. 끝이 아니라 중간이라는 걸. 그리고 이 중간을 버티는 게. 진짜 경영이라는 걸.계산기를 덮었다. 내일 또 두드리겠지만,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