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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
- 05 Jan, 2026
직원들의 업무 문제를 해결할 때보다 개인 문제를 들을 때의 부담감
업무 문제는 쉽다 오전 10시. 마케팅팀 수진이가 들어왔다. "대표님, 광고 집행 건으로 말씀드릴 게 있어요." 이런 건 편하다. 숫자 보고, 데이터 확인하고, 방향 정하면 된다. 30분이면 끝난다. "ROI가 2.3에서 1.8로 떨어졌어요. 타겟을 다시 잡아볼까요?" "그래, 25-34세 구간 세분화해봐. 육아 키워드 조합도 테스트하고." 깔끔하다. 업무는 정답이 있다. 아니면 최선이라도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대표님, 시간 좀 괜찮으세요" 수진이가 나가지 않았다. 문 앞에서 망설였다. "대표님... 개인적인 얘기인데,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심장이 쿵했다. 이 말이 나오면 준비해야 한다. 30분이 아니라는 거다. "응, 앉아." "사실은요... 남자친구랑 헤어졌어요. 3년 사귄 사람이었는데." 숨 한 번 들이쉬었다. "결혼 얘기 나오다가, 제가 야근 많이 한다고. 승진하려고 너무 일만 한다고. 그래서..." 눈물이 글썽였다. "일주일 전부터 집중이 안 돼요. 광고 성과도 그래서..." 아. 숫자 뒤에 이런 게 있었구나. 휴지 건네고, 물 따라줬다. 업무 문제였으면 해결책을 말했을 텐데. 지금은 그냥 들었다. 20분 들었다. 아니, 들어줬다. "힘들었겠다. 이번 주는 일찍 가도 돼. 리프레시 필요하면 말하고." 수진이가 나가고, 나는 혼자 남았다. 무겁다. 여성 팀원이 많다는 것 우리 회사 직원 15명 중 12명이 여자다. 의도한 건 아니었다. 이커머스, 특히 육아용품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여성 지원자가 많았다.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복잡하다. 남자 대표였으면 달랐을까. 아니, 달랐을 거다. 여자 대표니까 말하는 거다. 생리통, 임신 계획, 육아 문제, 연애 고민, 가족 갈등. "대표님은 이해해주실 것 같아서요." 이 말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른다. 고맙다. 진심으로. 나를 믿어주는 거니까. 그런데 동시에 무겁다.대표인가 언니인가 지난달. 디자인팀 예린이가 임신 소식을 알렸다. "대표님, 제가... 임신했어요." "진짜? 축하해!" 기뻤다. 진심으로. "그런데 걱정돼요. 제가 지금 메인 프로젝트 맡고 있잖아요. 출산휴가 들어가면..." "그건 우리가 조정하면 돼. 너는 몸 챙겨." "입덧이 심해서 오전에 집중이 안 되는데, 재택 가능할까요?" "당연하지. 조정해." 그날 저녁. 집에서 캘린더 다시 짰다. 예린이 빠지면 디자인 일정 3주 밀린다. 외주 쓰면 비용 300만원 추가. 시리즈B 준비하는 타이밍에 이건 부담이다. 근데 말 못 한다. 예린이한테도, 다른 팀원한테도. "대표님은 여자라서 이해해주시니까 좋아요." 이 말이 칭찬인지 무게인지 모르겠다. 둘 다인 것 같다. 상담자가 되는 순간들 화요일 점심. 개발팀 민지. "대표님, 부모님이 결혼 압박이 심해요. 서른 다섯인데 아직도 회사만 다닌다고." 목요일 오후. 마케팅팀 지은. "육아휴직 쓰고 싶은데, 복직하면 제 자리 없을까 봐 걱정돼요." 금요일 저녁. 운영팀 수빈. "생리통이 너무 심한데, 병원 가려면 반차 써야 하잖아요. 눈치 보여요." 다 들었다. 한 명 한 명. 업무 문제였으면 답 주면 된다. "이렇게 하자", "저렇게 바꾸자". 근데 이건 답이 없다. "힘들겠다", "이해한다", "우리가 조정해보자". 이게 내가 줄 수 있는 전부다. 그리고 그 무게를 혼자 안는다.남자 대표들은 이런 거 안 듣는다 지난주. 남편이랑 술 마셨다. "요즘 힘들어 보여." "응... 팀원들 얘기 들어주다 보면 나도 지쳐." "무슨 얘기?" "개인적인 거. 연애, 결혼, 임신, 육아..." 남편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 거까지 대표가 들어줘야 해?" 순간 말문이 막혔다. 아. 남자들은 모르는구나. 여자 대표라서 듣는 거다. 여자 팀원이 많아서 생기는 일이다. 남자 대표였으면 이런 얘기 안 올라온다. "개인사는 개인이 해결하세요" 하면 끝이다. 근데 나는 못 한다. 왜냐면 나도 겪었으니까.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일하면서, 시어머니 눈치 보고, 학교 행사 못 가서 미안하고. 그래서 듣는다. 그래서 무겁다. 책임감이라는 이름의 무게 여성 비율이 높은 팀. 이게 자랑스러울 때도 있다. "우리는 여성 친화적 회사예요" 하면 반응이 좋다. 투자자 미팅에서도 플러스다. "워라밸 보장, 출산휴가 자유, 생리휴가 눈치 없음." 실제로 우리 회사 이직률 낮다. 6개월 평균 재직률 92%. 그런데. 그 뒤에 내가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른다. 팀원들의 개인 문제 들어주고, 일정 조정하고, 감정 케어하고. "대표님은 여자라서 이해해주시니까." 이 말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남자 대표였으면 이해 안 해줘도 되는 건가. 여자 대표니까 이해해줘야 하는 건가. 그리고 이해해주는 나는 누가 이해해주나. 혼자 우는 밤 어제 밤 11시. 아이들 재우고 침대에 누웠다. 수진이 생각났다. 3년 사귄 남자친구랑 헤어진 거. 예린이 생각났다. 임신했는데 프로젝트 걱정하는 거. 민지 생각났다. 부모님 결혼 압박받는 거. 다 내 문제가 아니다. 근데 내 안에 쌓인다. 눈물이 났다. 남편한테도 말 못 한다. "그런 거까지 네가 들어줘야 해?" 할까 봐. 엄마한테도 말 못 한다. "회사 그만두고 애나 잘 키워" 할까 봐. 여성 CEO 모임에서도 말 못 한다. 다들 강한 척하니까. 그래서 혼자 운다. 이게 여자 대표의 숙제인가. 그래도 듣는다 오늘 아침. 출근했다. 수진이가 먼저 인사했다. "대표님, 어제 말씀 드려서 좀 후련했어요. 감사해요." "응, 힘들면 언제든지." 예린이가 배 만지며 지나갔다. "대표님 덕분에 마음 편하게 다니고 있어요." "몸 조심해." 민지가 보고서 들고 왔다. "오늘 집중 잘 됐어요. 듣기만 해주셔도 도움 돼요." "다행이다." 무겁다. 여전히. 근데 안 들을 수는 없다. 왜냐면 나도 누군가 들어줬으면 했으니까. 창업 초기에, 첫 아이 낳고 복귀했을 때, 투자자 미팅에서 "애 있으시죠?" 질문 받았을 때. 아무도 안 들어줬다. 그래서 나는 듣는다. 팀원들의 업무 문제도, 개인 문제도. 대표니까 듣는 게 아니라, 여자니까 듣는 것도 아니라. 그냥 사람이니까. 경계선은 어디인가 근데 솔직히 모르겠다. 어디까지 들어줘야 하나. 업무와 개인의 경계. 대표와 언니의 경계. 회사와 상담소의 경계. 지난주 운영팀 회의에서 나왔다. "대표님, 우리 회사 복지 중에 '심리 상담 지원' 추가하면 어떨까요?" 순간 뜨끔했다. 아. 내가 그 역할을 하고 있었구나. 전문가도 아닌 내가. "좋은 생각이다. 알아보자." 월 50만원이면 전 직원 월 1회 상담 가능하다고 한다. 비싸다. 근데 필요하다. 나도 필요하다. 솔직히. 여성 대표의 보이지 않는 노동 투자자 보고서에는 안 나온다. 매출, 성장률, 직원 만족도. 숫자로 나온다. 근데 이건 안 나온다. 팀원 한 명 한 명의 삶을 듣고, 안고, 조정하는 시간. 이게 내 업무 시간의 30%다. 화요일 오후 2시간, 목요일 오후 1시간, 금요일 저녁 1시간. 이 시간에 나는 대표가 아니다. 그냥 듣는 사람이다. 남자 대표들은 이 시간을 전략 회의에 쓴다. 투자 미팅 준비한다. 네트워킹한다. 나는 휴지 건네고 있다. 이게 맞나 싶다가도, 또 듣는다. 왜냐면 안 들으면 팀이 무너지니까. 숫자로 안 나오는 무너짐. 롤모델은 없다 한 달 전. 여성 창업가 네트워킹 갔다. 선배 대표님께 조심스럽게 물었다. "팀원들 개인 문제까지 들어주시나요?" "아니, 그건 선 그어야지. 업무만 챙겨." "근데 여자 팀원들이 자꾸..." "그래도 안 돼. 경계 확실히 해야 회사 굴러가." 고개는 끄덕였는데, 마음은 안 따라갔다. 나는 못 그러겠더라. 다른 선배는 이렇게 말했다. "나도 너처럼 했어. 근데 번아웃 왔어. 결국 심리상담 받았지." "..." "네가 모두를 구할 순 없어. 네 자신부터 챙겨." 맞는 말이다. 아는데. 실천이 안 된다. 오늘도 듣는다 오후 4시. 마케팅팀 수진이가 또 왔다. "대표님, 저 요즘 상담 치료 받기로 했어요." "잘했다." "회사에서 지원해주신다고 들었어요. 감사해요." "당연한 거야. 필요하면 써." "대표님도 받으세요. 진짜로." "...나?" "네. 대표님이 제일 힘들어 보여요." 순간 울컥했다. 참았다. 여기서 울면 안 된다. "고마워. 생각해볼게." 수진이가 나가고, 혼자 남았다. 창밖을 봤다. 강남 빌딩들이 보인다. 어디선가 다른 여자 대표도 이러고 있겠지. 팀원 얘기 들어주고, 혼자 삭이고, 또 내일 출근하고. 보이지 않는 노동. 숫자로 안 나오는 리더십. 여자라서 지는 무게.무겁지만 놓을 수 없다. 이게 내가 만들고 싶었던 회사니까.
- 28 Dec, 2025
체력 관리는 여유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다
새벽 5시, 알람 없이 눈이 떠진다 눈을 뜨자마자 피곤하다.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어제 몇 시에 잤더라. 12시? 1시? 계산해보니 4시간.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온몸이 무겁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커피 먼저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거실로 나온다. 바닥에 레고 밟는다. "아야" 소리 내면 애들 깬다. 입 다물고 참는다.커피 내린다. 이게 오늘 몇 번째 커피일까. 아니다, 아직 첫 번째다. 오늘이 시작됐으니까. 체력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소모품이 됐다 예전엔 관리했다. 주 3회 필라테스. 비타민도 챙겨 먹었다. 11시 전엔 잤다. 지금은 뭐가 남았나. 비타민은 서랍에 만료일 지나서 들어있다. 필라테스 멤버십은 3개월째 안 쓴다. 11시에 자는 날은... 언제였지. "대표님 건강관리 어떻게 하세요?" 인터뷰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대답한다. "아침 조깅이요, 명상도 하고요." 거짓말이다. 실제론 이렇다. 아침은 건너뛴다. 점심은 서서 먹는다.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이다.운동? 웃긴다. 회사 가는 게 운동이다. 계단 오르는 게 운동이다. 아이들 안아주는 게 근력운동이다. 피곤이 기본값이 되면 생기는 일들 아침에 눈 뜨면 피곤하다. 점심 먹으면 더 피곤하다. 저녁엔 정신이 없다. 밤엔 또 잠이 안 온다. 이게 루프다. 미팅 중에 멍 때린다. "대표님?"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아, 네. 그러니까 제 말은..." 무슨 말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CFO가 말한다. "대표님 얼굴이 많이 안 좋으신데요." "괜찮아요, 원래 이래요." 거짓말이다. 원래 안 이랬다. 집에 오면 애들이 달려든다. "엄마 같이 놀자!" "응, 엄마 좀만 앉아있을게." 소파에 앉는다.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안 일어난다. 10분만, 10분만 더.남편이 본다. "무리하지 마." "안 하고 있어." 또 거짓말이다. 내가 무너지면 15명이 무너진다 회사 직원 15명. 이 사람들한테 월급 줘야 한다. 투자자한테 실적 보고해야 한다. 아이 둘 키워야 한다. 남편한테 괜찮은 아내여야 한다. 내가 쓰러지면? 생각하기 싫다. 작년에 독감 걸렸다. 40도 열 나는데도 출근했다. "대표님 집에 가세요." "아니야, 오늘 미팅 있어." 미팅 중에 어지러워서 쓰러질 뻔했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 후론 컨디션 관리한다고 했다. 했나? 안 했다. 왜냐면 시간이 없으니까. 여유가 없으니까. 나 하나 챙기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니까. 직원들한테 말한다. "워라밸 중요해요, 무리하지 마세요." 나는? 매일 무리한다. 주말도 일한다. 새벽도 일한다. 체력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근데 어떻게?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이러다 큰일 납니다." 건강검진 결과가 안 좋다. "스트레스 관리하세요, 운동하세요." 알아요. 근데 어떻게요? 하루가 24시간이다. 수면 4시간. 출퇴근 2시간. 회사 10시간. 아이들 4시간. 식사랑 씻기 2시간. 남은 시간 2시간. 이 시간에 운동하라고? 명상하라고? 자기계발하라고? 웃긴다. 이 2시간도 실제론 없다. 갑자기 터지는 일들로 사라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최소한이라도 지킨다. 비타민은 먹는다. 아침에 한 알. 물은 마신다. 텀블러 들고 다닌다. 계단은 오른다. 엘리베이터 대신. 이게 관리냐고? 지금 내겐 이게 전부다. 여성 CEO는 더 힘들다는 말 남자 대표들 모임 갔다. 다들 골프 얘기한다. "주말에 18홀 돌았어요." 나는? 주말에 아이들 놀이터 갔다. 그것도 남편이 출장 가면 못 간다. "대표님도 골프 치세요, 인맥도 쌓이고." "네... 배워볼게요." 배울 시간이 어디 있나. 여자 대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육아는 기본이다. 집안일도 내 몫이다. "남편이 도와주잖아" 라고 하는데,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해야 하는 거다. 근데 현실은 내가 8할 한다. 투자자 미팅에서 들었다. "애 둘 키우시면서 회사도 하시네요. 대단하세요." 남자 대표한테 저런 말 안 한다. 왜 나한테만 하나. 시어머니 말씀. "며느리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뜻은 이거다. "애나 제대로 키워." 친정엄마는 걱정하신다. "네가 쓰러지면 어떡하니." 다들 걱정한다. 근데 대안은 없다. 그래도 버티는 이유 왜 이러고 사나. 나도 가끔 생각한다. 회사 접고 편하게 살까. 남편 월급으로도 살 수 있다. 애들이랑 시간 보내는 것도 좋겠다. 근데. 회사 가면 직원들이 있다. 내가 만든 팀이다. 이 사람들 믿고 왔다. 고객들도 있다. "이 서비스 너무 좋아요" 메시지 온다. "육아하는 엄마들 덕분에 살아요."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구나. 딸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도 커서 회사 만들래." "왜?" "엄마처럼 멋있게 살고 싶어서." 그 순간 눈물 날 뻔했다. 내가 보여주는 거다. 여자도 할 수 있다고. 엄마여도 할 수 있다고. 힘들어도 할 수 있다고. 체력 관리, 생존 문제가 맞다 건강검진 결과 봤다. 의사 선생님이 심각하게 말한다.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큰 병 올 수 있어요." 무섭다. 5년이면 딸이 중학생이다. 아들은 초등학생이다. 회사는 시리즈B쯤 갈 거다. 그때 내가 없으면? 체력 관리는 사치가 아니다. 생존 문제다. 내가 살아야 회사가 산다. 내가 건강해야 아이들 키운다. 그래서 결심했다. 매일 30분. 무조건 30분은 나를 위해 쓴다. 운동이든, 산책이든, 그냥 누워있는 것이든. 주말에 2시간. 아이들 재우고 나만의 시간. 남편한테 양해 구했다. 한 달에 한 번. 친정엄마한테 애들 맡기고 병원 간다. 건강검진 결과 챙긴다. 이게 전부냐고? 지금은 이게 전부다. 완벽한 관리는 포기했다 예전엔 완벽주의자였다. 뭐든 100% 해내야 했다. 지금은 60%면 된다. 아니, 50%도 괜찮다. 체력 관리도 마찬가지다. 매일 운동? 못 한다. 8시간 수면? 불가능하다. 규칙적인 식사? 어렵다. 근데 이것만은 지킨다.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병원 안 갈 정도로. 아이들 얼굴 볼 수 있을 정도로. 이게 현실적인 목표다. 직원들한테도 말했다. "나도 완벽하게 못 해요. 그래도 해요." 부끄럽다. 대표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근데 솔직한 게 낫다고 생각했다. 거짓말하는 것보다. 여자 선배 대표가 말했다. "우리는 그냥 살아남는 게 목표야." 맞다. 살아남는 것. 그게 지금 내 목표다. 오늘도 버텼다 퇴근한다. 시계 보니 8시. 집 가는 길. 지하철에서 잠깐 조는다. 10분 낮잠도 회복된다. 집 도착. 아이들 이미 잤다. 남편이 재웠다. 미안하고 고맙다. 냉장고 연다. 남편이 싸둔 도시락 있다. 데워서 먹는다. 샤워한다. 따뜻한 물이 온몸을 감싼다. 이게 오늘 유일한 휴식이다. 침대에 눕는다. 온몸이 아프다. 근데 오늘도 버텼다. 내일도 버틸 거다. 모레도. 언젠가는 덜 피곤한 날이 오겠지. 회사가 더 안정되면. 아이들이 더 크면. 시스템이 더 갖춰지면. 그때까지는. 그냥 버티는 거다. 살아남는 거다.체력 관리는 여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완벽하게는 못 해도, 최소한은 지킨다. 그게 오늘을 사는 방법이다.
- 26 Dec, 2025
친정엄마가 주 2회 아이들을 봐주시는 그 감사와 미안함
화요일 오후 5시 30분 초인종이 울렸다. 엄마다. "왔어." "네, 엄마." 현관문 열자마자 아이들이 달려간다. 나보다 할머니가 좋은 나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밥은 먹었어?" "아직이요." "또 안 먹었네. 너 요즘 많이 말랐어." 말랐다기보다 늙었다. 거울 볼 때마다 느낀다. 엄마가 부엌으로 간다. 냉장고 연다. 반찬통 꺼낸다. 어제 만들어 오신 거다. 김치찌개, 시금치무침, 계란말이. "애들 저녁 먹이고 씻기고 재워. 9시까지면 되지?" "네. 감사합니다." 감사하다는 말을 하루에 몇 번 하는지 모르겠다.주 2회, 화요일과 목요일 엄마가 와주시는 날이다. 없으면 회사를 못 돌린다. 화요일은 투자자 미팅 데이. 목요일은 전체 회의와 1:1 면담. 7시 전에 퇴근이 불가능한 날들이다. 남편? 야근 많다. 대기업 과장이 뭐 그리 바쁜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바쁘다. 나도 바쁘니까 뭐라 못 한다. 어린이집 하원 시간은 4시 30분. 초등학교 하교는 2시. 누가 데려오나. 베이비시터? 월 300만원. 시리즈A 받았지만 그 돈은 없다. 아니, 있어도 아깝다. 결국 엄마다. "엄마, 미안해요." "뭐가 미안해. 손주 보는 게 할머니 일이지." 일이 아니다. 엄마는 70살이다. 허리도 안 좋으시다. 무릎도 아프시다. 그래도 오신다. 버스 타고 50분. 우리 집까지.엄마의 70년대 엄마는 24살에 결혼했다. 25살에 나를 낳았다. 결혼하고 회사 그만뒀다. 당연한 거였다. 1970년대니까. 아빠가 벌었고, 엄마가 집을 지켰다. 나와 동생을 키웠다. 빨래하고 밥하고 청소하고.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 엄마가 늘 하시던 말이다. 공부해서 좋은 직장 다니라고. 경제적으로 독립하라고. 그래서 나는 공부했다. 대학 나왔다. 11번가 MD 했다. 연봉 6천. 그런데 창업했다. 엄마는 반대했다. "안정적인 게 최고야. 결혼도 했는데." 결혼했으니 더 안전하게 살라는 뜻이었다. 나는 안 들었다. 내 삶은 내가 산다고 했다. 지금 엄마가 내 아이들을 봐주신다. 아이러니다. 감사와 미안함의 무게 엄마 없으면 불가능하다. 인정한다. 남편 월급으로는 베이비시터 못 쓴다. 내 회사 수익으로도 아직은 무리다. 손익분기점 근처니까. 엄마가 안 와주시면? 회사를 접어야 한다. 아니면 아이들을 포기하거나. 둘 다 못 한다. 그래서 감사하다. 진심으로. 그런데 미안하다. 더 진심으로. 엄마는 나를 키우느라 30년을 썼다. 이제 손주를 또 키운다. 엄마의 삶은 언제 시작되나. "엄마, 요즘 뭐 하고 싶은 거 있으세요?" "없어. 이거면 돼." 이거면 되는 게 아니다. 엄마도 살아야 한다. 엄마의 시간도 있어야 한다. 근데 나는 그걸 뺏고 있다.세대 간 계약서 엄마 세대는 자식 위해 산다. 그게 당연하다고 배웠다. 우리 세대는? 나를 위해 산다고 배웠다. 커리어도 쌓고 자아실현도 하고. 그런데 아이를 낳으면 다시 돌아간다. 엄마 세대처럼. 희생하고 포기하고. 아니, 포기는 못 한다. 커리어도 지키고 싶다. 그래서 더 힘들다. 결국 윗세대한테 도움을 받는다. 엄마한테, 시어머니한테. 시어머니는 "회사 그만두고 애나 키워라" 하신다. 엄마는 그 말 안 하신다. 대신 몸으로 지원하신다. 어느 게 더 나은가. 모르겠다. 둘 다 무겁다. 목요일 저녁 8시 47분 회의 끝났다. 택시 탔다. 집 도착 8시 50분 예상. 엄마한테 문자 보냈다. "거의 다 왔어요. 10분 후 도착이요." "ㅇㅋ" 엄마도 이모티콘 쓰신다. 내가 가르쳐드렸다. 집 앞 도착. 엘리베이터 탄다. 9층. 초인종 누른다. 엄마가 문 연다. 피곤한 얼굴이다. "애들 잤어. 숙제도 다 했어." "고생하셨어요." "괜찮아. 가봐야지." "저녁은요?" "집 가서 먹을게." 9시에 저녁을 먹으러 가신다. 50분 버스 타고. 택시 타고 가시라고 5만원 드렸다. 안 받으신다. "괜찮아. 버스 편해." 편한 게 아니다. 아끼시는 거다. 나한테 부담 안 주려고. 현관에서 엄마를 본다. 엘리베이터 타신다. 손 흔드신다. 나도 손 흔든다. 문 닫는다. 거실 소파에 앉아서 조용하다. 아이들 잔다. 남편은 아직 안 왔다. 냉장고 연다. 엄마가 만들어주신 반찬들. 김이 다 식었다. 전자레인지에 데운다. 혼자 먹는다. 맛있다. 엄마 손맛이다. 눈물 난다. 뭐가 이렇게 미안한지. 내가 할 수 있는 것 엄마한테 뭘 드릴 수 있을까. 돈? 드린다. 매달 50만원. 용돈이라고. 안 받으려 하셔서 계좌로 넣는다. 선물? 한다. 명절 때, 생신 때. 옷이랑 건강식품이랑. 여행? 보내드리고 싶다. 아빠랑 같이. 근데 엄마가 안 가신다. "너희 애들 누가 봐." 결국 시간이다. 엄마의 시간을 내가 쓰고 있다. 언젠가 갚을 수 있을까. 아니, 갚는다는 표현 자체가 틀렸다. 엄마는 빚이라고 생각 안 하신다. 그게 더 무겁다. 여성 CEO 모임에서 지난주 모임에서 나온 얘기다. "친정엄마 없으면 창업 못 했어요." 5명 중 4명이 고개 끄덕였다. 나머지 한 명? 시어머니가 봐주신다고. 운 좋은 케이스다. "근데 미안하지 않아요?" 다들 웃었다. 쓴웃음이었다. "미안하죠. 근데 어쩌겠어요. 해야죠." 해야 한다. 그래서 한다. 근데 이게 맞나 싶을 때가 있다. 부모님 노년을 또 육아에 쓰게 하는 게. "우리가 성공하면 되죠. 그게 보답이죠." 성공. 그게 뭘까. Exit? 100억짜리 매각? 아니면 그냥 오래 버티는 것? 모르겠다. 일단 한다. 월요일 아침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 이번 주는 제가 일찍 들어갈게요. 화목 안 오셔도 돼요."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그냥 엄마 쉬세요." "괜찮아. 내가 갈게." "엄마." "응?" "사랑해요." "...갑자기 왜 그래. 이상한 애." 전화 끊으셨다. 근데 30초 후 문자 왔다. "나도♡" 하트 이모티콘이 두 개였다. 결론 같은 거 친정엄마 없으면 불가능하다. 인정한다. 감사하고, 미안하고, 또 감사하다. 언젠가 엄마가 편히 쉬실 수 있게. 그때까지 버틴다. 회사 키운다. 돈 번다. 엄마한테 여행 보내드린다. 아빠랑 같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다.감사는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성공으로 하는 거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는다.
- 11 Dec, 2025
직원 15명 중 12명이 여성인 팀을 이끄는 방식
직원 15명 중 12명이 여성인 팀을 이끄는 방식 채용 공고에 '여성 우대'라고 쓴 적은 없다 그냥 그렇게 됐다. 첫 직원을 뽑을 때였다. 이력서 30장 중에 여성이 25장이었다. 육아용품 이커머스라서 그런가 싶었다. 근데 개발자 뽑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원자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면접 보면서 알았다. 다들 비슷한 이유로 이 회사를 선택했다는 걸. "대표님도 엄마시니까... 이해해주실 것 같아서요." "전 직장에선 육아휴직 쓰고 복귀하니까 눈치가..." "아이 아프면 조퇴해야 하는데, 여기선 괜찮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15명 중 12명이 여성이 됐다. 계획한 건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생리통으로 재택 신청한 팀원에게 'OK' 보낼 때 월요일 아침 8시. 슬랙 메시지가 왔다. "대표님, 오늘 생리통이 심해서... 재택 가능할까요?" 답장 보냈다. "그럼요. 푹 쉬세요." 3초 만에. 고민 없이. 남자 대표였다면? 어땠을까. 어색했을까. '그 정도로?' 생각했을까. 나는 안다. 생리통이 진짜 일 못 할 정도일 때가 있다는 걸. 진통제 먹고 버티면서 키보드 치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그 팀원은 그날 저녁 9시까지 일했다. 집에서 편하게. 통증 가라앉고 나서. 오히려 더 많은 걸 해냈다. 이게 공감 리더십이다. 여성 팀원들은 이런 걸 말할 수 있다. "생리통이요", "아이 열이 나서요", "유치원 면담이 있어요". 눈치 안 봐도 된다. 대표도 똑같으니까.회의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목요일 오후 3시. 주간 회의. 마케팅 팀장이 말했다. "대표님, 다음 주 캠페인 론칭일이 아이 입학식이랑 겹쳐서요. 이틀만 앞당기면 안 될까요?" 개발팀 리드가 덧붙였다. "저도 그날 학교 상담 있어서... 오전엔 빠져야 할 것 같아요." 남자들만 있는 회의였다면? 이런 얘기가 나왔을까. 우리 회의실에선 자연스럽다. 아이 얘기, 육아 얘기, 학교 일정. 일정 조율할 때 먼저 고려되는 게 '아이들 스케줄'이다. 그래서 우리 팀 일정표는 특이하다. 칼라 코드가 세 개다. 빨강(업무 중요), 파랑(미팅), 초록(육아 일정). 초록 블록 먼저 박고, 나머지를 맞춘다. 비효율적일까? 아니다.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서로 배려하니까. 누가 힘들면 다른 사람이 커버한다. 자연스럽게. "나 내일 아이 아파서 반차 쓸게. A 미팅 대신 가줄 사람?" "내가 갈게. 대신 금요일 B 미팅 부탁해." 거래다. 공정한.한계도 있다 솔직히 말한다. 다 좋은 건 아니다. 작년 여름. 투자 IR 준비하던 때. 3명이 동시에 휴가였다. 아이들 여름방학. 어쩔 수 없다. 남은 사람들은? 죽어라 일했다. 그때 생각했다. '남자 직원 비율이 좀 더 높았으면...' 육아 부담 없는 사람들이 더 있었으면 했다. 미안했다. 남은 팀원들한테. "우리도 엄마라서 이해는 하는데..." 그 말 뒤에 숨은 피곤함이 보였다. 공감만으론 부족하다.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바꿨다. 여름방학 시즌엔 프리랜서 2명 계약. 출산휴가 전엔 미리 후임 교육. 학기 초엔 중요 프로젝트 런칭 안 함. 완벽하진 않다. 여전히 구멍 날 때 있다. 그래도 전보단 낫다. 남자 직원 3명이 말하는 것 우리 회사 남자는 3명이다. 개발자 둘, 디자이너 하나. 궁금했다. 불편하지 않냐고. 개발팀 막내가 웃으며 말했다. "형들이 부러워해요. 여기 분위기." "뭐가?" "야근 안 해도 눈치 안 보이고. 칼퇴 당연하고. 딴 데선 상상도 못 하는 거래요." 디자이너도 거들었다. "저 전 회사에서 밤 11시까지 일했거든요. 여긴 7시면 사무실 텅텅 비잖아요. 처음엔 이상했는데, 지금은 좋아요." 남자들한테도 좋은 회사다. 워라밸이 확실하니까. 여성이 많다고 남자가 불편한 게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문화가 만들어진다. 투자자 미팅에서 듣는 질문 작년 시리즈A 투자 받을 때. 어떤 VC 파트너가 물었다. "팀 구성이... 여성이 많네요. 출산휴가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웃었다. 속으로. 남자 CEO한테도 똑같이 물을까? 대답했다. "출산은 리스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라이프 사이클입니다. 저희는 그걸 시스템으로 관리해요. 교육 기간, 인수인계, 프리랜서 풀. 다 준비돼 있습니다." 그 VC는 결국 투자 안 했다. 괜찮다. 우리한테 투자한 곳은 달랐다. 여성 파트너가 리드였다. 그녀는 물었다. "여성 팀원이 많다는 게 강점이라고 보시나요?" "네. 육아용품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고객이 우리고, 우리가 고객이에요." 그 투자는 성사됐다. 15억. 엄마들이 만드는 제품의 디테일 우리 제품 기획 회의는 다르다. "이 기저귀 가방, 아빠들은 안 멜 것 같은데요. 너무 분홍색이에요." "유모차 후크, 이 무게론 장바구니 못 걸어요. 직접 테스트해봤거든요." "수유복 설명에 '외출 시 편리'는 빼요. 실제론 불편해요." 다 경험에서 나온다. 우리 팀 12명 중 엄마가 8명이다. 직접 써본 제품. 직접 겪은 불편함. 그게 다 기획에 들어간다. 남자들만 있었다면? 설문조사하고, 리서치하고, 추측했을 거다. 우리는 안다. 이미. 작년에 출시한 '외출용 수유 케이프'. 대박이었다. 월 매출 800만원. 경쟁사 제품이랑 뭐가 다르냐고? 작다. 가볍다. 파우치에 쏙 들어간다. 우리 디자이너가 직접 가방 10개 테스트해서 만든 크기다. "기저귀 3개, 물티슈, 여벌 옷, 케이프 넣으면 딱이에요." 이게 공감의 힘이다. 새벽 5시, 혼자 우는 날 솔직히 말한다. 힘들다. 여성 팀 이끄는 게 자랑스럽지만, 동시에 무겁다. 팀원들이 말한다. "대표님 덕분에 일할 수 있어요." 그 말이 고맙지만, 압박이다. 내가 무너지면? 이 사람들도 무너진다. 그래서 아픈데 출근한다. 피곤해도 웃는다. "괜찮아요, 나도 엄마라 다 이해해요" 라고 말한다. 근데 나는? 누가 이해해줄까. 새벽 5시. 아이들 깨기 전. 혼자 운다. 아무도 모르게. '엄마 대표'라는 롤모델이 되려니까 힘들다. 완벽해야 할 것 같다. 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고, 팀도 잘 이끌고. 근데 다 못 한다. 어제는 딸 숙제 검사 못 했다. 오늘은 회의 중에 졸았다. 내일은 뭘 못 할까.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지난달. 팀원 한 명이 1년 육아휴직 들어갔다. 떠나기 전에 말했다. "대표님, 저 여기 돌아올게요. 꼭요." 그 말이 뭔지 안다. 전 직장에선 못 했던 말이다. 육아휴직 쓰면 복귀 자리가 없었으니까. 우리 회사는 다르다. 육아휴직 3명 다 복귀했다. 자리가 있다. 기다려준다. 그게 자랑이다. 여성이 일할 수 있는 회사. 엄마가 대표인 회사. 아이 있어도 커리어 포기 안 해도 되는 회사. 나 혼자 만든 건 아니다. 우리 12명이 함께 만들고 있다. 힘들지만 의미 있다. 5년 후에는? 직원 50명 중 40명이 여성이었으면 좋겠다. 그중 절반은 엄마였으면 좋겠다. 그때도 여전히 생리통으로 재택 신청하면 3초 만에 'OK' 보낼 수 있는 회사. 아이 행사 때문에 미팅 옮기자고 말할 수 있는 회사. 그런 회사를 만들고 있다. 지금. 공감 리더십의 진짜 의미 공감은 무조건 이해해주는 게 아니다. 함께 해결책을 찾는 거다. "아이 아파서 못 나올 것 같아요." "그럼 이 업무는 누가 커버할까? A씨 괜찮아? 내일 B씨가 대신하고." 이해하되, 시스템으로 풀어낸다. "생리통이 심해서요." "그럼 오늘은 쉬고, 내일 컨디션 좋을 때 집중해서 하자." 배려하되, 책임도 함께 진다. 여성 팀원이 많다고 특별 대우하는 게 아니다. 인간적으로 대하는 거다. 각자의 상황을 존중하는 거다. 남자든 여자든, 엄마든 아빠든, 다 삶이 있다. 그 삶을 무시하고 일만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 회사는 그걸 인정한다. 당연하게.직원 15명 중 12명이 여성인 팀을 이끈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그냥 인간답게 일하는 거다. 그게 전부다.
- 09 Dec, 2025
저녁 7시 퇴근, 그 다음 2시간이 실은 하루 중 가장 바쁜 시간
퇴근이 아니라 2교대 시작 7시에 사무실 나온다. 퇴근이라고 부르지만, 사실 아니다. 2교대 시작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립스틱 지운다. 가방에서 아이들 간식 꺼내 들고. 현관문 열기 전에 숨 한 번 크게 쉰다. "엄마!" 문 열자마자 달려든다. 7살 민준이가 먼저, 초등 2학년 지원이가 뒤따라. 가방도 못 내려놓고 안는다. 이 순간은 진짜다. 하루 중 가장 진짜인 순간.7시 10분, 전쟁 시작 "배고파 죽겠어요!" 민준이가 냉장고 연다. "숙제 검사 먼저 해주세요." 지원이가 가방 뒤진다. 시계 본다. 7시 12분. 재울 때까지 2시간 48분 남았다. 냉장고 연다. 어제 만들어둔 미역국, 밥 3공기, 계란 6개. 계획대로면 7시 반에 밥상 차린다. 민준이 손 씻기러 끌고 간다. 지원이 숙제장 펼친다. 국어 받아�기 10개, 수학 문제 5개. "엄마 이거 모르겠어." "잠깐만, 동생 손 씻기고." "엄마 지금 봐줘야 돼요!" 목소리 높아진다. 지원이 눈에 눈물 고인다. 숨 쉰다. "미안, 지금 바로 볼게." 민준이 손에 물만 묻히고 나온다. 다시 끌고 들어간다. 비누 쓰라고, 손가락 사이사이 씻으라고. 7시 22분. 계획보다 8분 밀렸다.밥상머리가 회의실보다 어렵다 7시 35분에 밥상 앉는다. 계획보다 5분 늦었지만, 괜찮다. "잘 먹겠습니다." 민준이가 숟가락 들기 전에 말한다. "학교에서 뭐 했어?" 지원이한테 묻는다. "그냥요." "그냥은 무슨." "친구들이랑 놀았어요." 더 물으면 짜증난다는 거 안다. 초등 2학년은 그렇다. "민준아, 유치원 재밌었어?" "네! 오늘 블록 놀이 했어요. 근데 준서가요..." 민준이는 다르다. 하루 종일 이야기를 쏟아낸다. 준서가 어쨌고, 선생님이 뭐라 했고. 지원이 밥 안 먹는다. 반찬만 골라먹는다. "밥 먹어." "배불러요." "반찬만 먹었잖아." "그래도 배불러요." 싸우기 싫다. "그럼 3숟가락만." 협상한다. 임원 미팅보다 어렵다. 밥 먹으면서 민준이 우유 쏟는다. 지원이가 "에이 바보" 한다. 민준이 운다. 일어나서 키친타월 뜯는다. "바보 아니야. 실수할 수 있지." 지원이한테 말한다. "언니가 동생한테 그렇게 말하는 거 아니야." 7시 58분. 밥 먹는 데 23분 걸렸다. 설거지는 나중에. 지금은 아이들.목욕탕이 싸움터 8시 5분. "목욕하자." 둘 다 싫다고 한다. TV 보고 싶다고. "10분만 보고 할게요." 지원이가 협상한다. "안 돼. 지금." 민준이 끌고 욕실 들어간다. 울면서 들어간다. 물 틀고, 온도 맞추고. 샤워기로 머리 감긴다. "눈에 들어가요!" "눈 감아." "물 차가워요!" "따뜻한데?" 샴푸 칠하고, 헹구고. 몸 씻기고, 나온다. 수건으로 닦는다. 머리 말리고, 로션 바르고. 옷 입힌다. "지원아, 네 차례." 지원이는 혼자 한다고 한다. 초등학생이니까. "머리 잘 감아." "알아요." 10분 뒤에 확인한다. 샴푸 안 했다. 머리에 물만 묻혔다. "지원아." "뭐예요." "머리 안 감았지?" "감았어요!" 거짓말하는 거 안다. 오늘 싸우기 싫다. "내일은 제대로 감아." "네." 8시 47분. 목욕에 42분 걸렸다. 잠들기 전 30분 9시. 이불 덮어준다. "책 읽어주세요." 민준이가 그림책 들고 온다. "오늘은 엄마가 피곤해서..." "하나만요. 짧은 거요." 못 이긴다. 앉는다. "옛날 옛적에..." 읽다가 목소리 갈라진다. 아이들 보면 눈물 날 것 같다. 참는다. 지원이도 옆에 온다. "나도 듣고 싶어요." 둘이 양옆에 붙는다. 따뜻하다. 책 끝나고 불 끈다. "잘 자." 문 나가려는데 민준이가 부른다. "엄마." "왜?" "사랑해요." 뒤돌아본다. 어둠 속에서 민준이 눈이 반짝인다. "나도." 목소리 떨린다. 9시 30분, 진짜 하루가 끝난다 거실 소파에 앉는다. 움직일 수가 없다. 2시간 반. 시계로는 2시간 반이었다. 근데 몸은 8시간 일한 것 같다. 아니, 더. 회사에서는 앉아서 일한다. 집에서는 서서, 뛰면서, 안으면서 일한다. 회사에서는 말로 한다. 집에서는 온몸으로 한다. 휴대폰 본다. 투자자한테 온 메일 3통. 직원 슬랙 멘션 5개. 나중에. 지금은 못 한다. 소파에 누워서 천장 본다. 남편 10시에 온다. 보통 그렇다. 아이들 재운 거 고맙다고 할 거다. 고맙다는 게 웃긴다. 내 아이들인데. 근데 화내기 싫다. 오늘은. 돌이킬 수 없는 시간 아이들이 "엄마" 부르는 시간은 정해져 있다. 초등 2학년. 6살. 지원이 몇 년 뒤면 "엄마" 안 부른다. 방문 닫고 혼자 있고 싶어 한다. 민준이도 그렇게 된다. 7시부터 9시 반. 이 2시간 반은 돌아오지 않는다. 회사 미팅은 다시 잡는다. 투자 유치는 내년에도 한다. 근데 지원이가 "책 읽어주세요" 하는 건? 민준이가 "엄마 사랑해요" 하는 건? 몇 년 없다. 그래서 7시에 퇴근한다. 이사회에서 뭐라든. 투자자가 저녁 미팅 제안하든. "7시는 안 됩니다." 이유 설명 안 한다. 설명해봤자 모른다. 아이 없는 남자 투자자들은. "CEO면 좀 더 유연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웃으면서 말한다. "유연한 게 아니라 우선순위입니다." 밤 10시, 노트북 다시 연다 남편 들어온다. "애들 잤어?" "응." 씻으러 들어간다. 나는 노트북 연다. 메일 확인한다. 투자자 메일. "다음 주 화요일 저녁 7시 미팅 어떠세요?" 답장 쓴다. "화요일 오전 10시나 오후 2시는 어떠신가요?" 보낸다. 직원 슬랙. "내일 회의 안건 추가해도 될까요?" "좋아요. 아침에 봐요." 답장 빠르다. 밤 10시에도 일한다. 미안하다. 내가 밤에 답장하니까 직원들도 하는 거다. 근데 멈출 수가 없다. 회사도 내 아이다. 4년 키운. 둘 다 놓을 수 없다. 그래서 이렇게 산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밤 12시에 자면서. 피곤하다. 근데 후회는 없다. 민준이 "엄마 사랑해요" 들었으니까.7시부터 9시 반, 하루 중 가장 바쁘고 가장 소중한 시간이다.
- 09 Dec, 2025
점심은 미팅 겸 식사가 기본값이 된 날들
점심은 미팅 겸 식사가 기본값이 된 날들 오늘도 점심은 샌드위치 오늘 점심 메뉴? 투자자 미팅이다. 어제는? 파트너사 미팅. 그제는? 신입 면접. 벌써 3주째다. 혼자 앉아서 밥 먹은 기억이 없다. 아침 7시 반, 아이들 등원시키고 차에서 먹은 김밥이 첫 끼다. 신호 대기 중에 두 줄 먹고, 주차장 들어가면서 마지막 한 줄. 맛? 기억 안 난다. 삼키기만 했다. "대표님, 오늘 1시 투자사 미팅 있으세요." "네, 알아요. 어디서 만나기로 했죠?" "강남역 근처 이탈리안이요." 또 파스타다. 요즘 파스타만 먹는다. 투자자들이 좋아해서. 내가 먹고 싶은 건 순두부찌개인데, 미팅 테이블에서 순두부찌개 먹는 대표는 없다.씹는 횟수를 세어본 적 있나 점심 미팅은 1시간 30분이었다. 실제로 먹은 시간은? 10분도 안 된다. "저희 서비스가 타겟하는 건요..." 포크질 한 번. "엄마들의 큐레이션 니즈인데요..." 물 한 모금. "MAU는 지난달 대비 23% 증가했고요..." 빵 한 입. 투자자가 묻는다. "대표님, 음식 괜찮으세요? 별로 안 드시네요." 웃으면서 대답한다. "아, 맛있어요. 그냥 얘기하다 보니." 거짓말이다. 맛있는지 아닌지도 모르겠다. 맛을 음미할 시간이 없다. 씹는 건 10번 정도? 삼키는 게 목표다. 미팅 끝나고 나온다. 배는 반쯤 찬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애매하다. 이 상태가 익숙해졌다. 사무실 돌아오는 길에 편의점 들른다. 단백질바 두 개 산다. 오후 3시쯤 허기지면 먹는 용도. 이게 요즘 내 간식이자 반 끼니다.혼자 먹는 밥이 사치가 된 이유 4년 전엔 아니었다. 창업 초기, 팀원 3명이었을 때. 점심시간이 되면 같이 회의실 문 닫고 치킨 시켰다. 배달 오는 30분 동안 딴 얘기 했다. 누가 연애한다는 둥, 어제 넷플릭스에서 뭘 봤다는 둥. 그땐 밥이 밥이었다. 지금은? 팀원 15명, 투자자 3곳, 파트너사 10개. 일주일에 미팅이 평균 12개다. 절반이 점심 시간대다. "점심 같이 하시죠." 이 말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다. 거절하면 관계가 틀어진다. "시간 없으세요?" 하는 말투에 서운함이 섞인다. 특히 투자자한테. 돈 받아놓고 밥도 안 같이 먹냐는 뉘앙스. 그래서 받아들인다. 계속. 월요일 투자사, 화요일 파트너사, 수요일 신규 미팅, 목요일 멘토링, 금요일 네트워킹. 점심이 업무의 연장이 됐다. 혼자 먹는 밥? 그건 이제 사치다. 아니, 사실은 외로움이다.엄마의 밥은 애초에 없다 근데 생각해보니 익숙하긴 하다. 엄마 된 이후로, 내 끼니는 늘 마지막이었다. 아이들 먼저 먹이고, 남편 먼저 먹이고, 나는 설거지하면서 남은 거 먹는다. 차가운 밥, 식은 국. 이게 10년이다. 회사 다닐 땐 그래도 구내식당 혼자 앉아서 먹었다. 30분이라도 온전히 내 시간이었다. 창업하고? 그 30분도 사라졌다. 아침은 차 안에서, 점심은 미팅하면서, 저녁은 아이들 먹이면서. 내가 언제 제대로 앉아서 먹나 세어봤다. 일주일에 2~3번? 그것도 혼자 사무실에서 컵라면 먹을 때. 여자 대표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밥 먹는 것도 퍼포먼스야. 투자자 앞에선 예쁘게 먹어야 하고, 직원들 앞에선 '대표님도 먹네요' 하는 모습 보여줘야 하고. 진짜 배고픈 건 참아야 해." 맞다. 배고프다고 말하면 약해 보인다. 끼니 거른다고 하면 관리 못 한다고 본다. 특히 여자 대표한테는. 남자 대표들은 "바쁘다"고 하면 멋있다. 나는 "챙겨 먹어야죠" 소리 듣는다. 3500원짜리 삼각김밥의 위안 오늘 미팅 끝나고 배가 고팠다. 편의점 들렀다. 삼각김밥 하나, 바나나우유 하나. 3500원. 차 안에서 먹었다. 다음 일정까지 20분 남았다. 혼자 먹는 유일한 시간이다. 김밥 뜯는다. 한 입 베어 문다. 제대로 씹는다. 20번, 30번. 맛이 느껴진다. 참치마요 맛. 단무지 식감. 밥알 하나하나. 이상하게 눈물이 났다. 그냥 밥 먹는 게 이렇게 위로가 될 줄 몰랐다. 누구 눈치 안 보고, 말 안 하고, 그냥 먹는 것. 이게 이렇게 그리웠나. 바나나우유 빨대 꽂는다. 한 모금 마신다. 달다. 어렸을 때 먹던 맛이다. 엄마가 사줬던 그 맛. 20분이 금방 지나간다. 알람이 울린다. 다음 미팅 10분 전이다. 김밥 포장지 구겨서 봉투에 넣는다. 백미러 보고 립스틱 고친다. 다시 대표 모드로 돌아간다. 오늘 저녁 메뉴? 아이들 급식 메뉴판 봤더니 햄버거다. 그럼 집에서는 가벼운 거 먹어야지. 샐러드? 아니면 그냥 굶을까. 근데 남편이 문자 보냈다. "오늘 회식이야. 애들 저녁 부탁해." 그래, 어차피 내 저녁은 없었다. 언젠가는 주말이다. 아이들이 놀이터 간다고 한다. 남편이 데리고 나갔다. 2시간 정도 혼자 있을 수 있다. 냉장고 연다. 뭐 먹을까 고민한다. 사실 뭐든 상관없다. 혼자 먹을 수 있다는 게 중요하다. 라면 끓인다. 계란 하나 넣는다. 김치 꺼낸다. 식탁에 앉는다. TV 틀지 않는다. 핸드폰도 뒤집어 놓는다. 그냥 밥만 먹는다. 후루룩 소리 낸다. 누가 뭐래도 상관없다. 내가 먹고 싶은 소리다. 뜨겁다. 혓바닥이 데인다. 그래도 좋다. 이게 제대로 먹는 거다. 10분 만에 비운다. 국물까지 다 마신다. 배가 든든하다. 진짜 든든하다. 설거지하면서 생각한다. 언젠가는 점심을 점심으로만 먹는 날이 올까. 미팅 없이, 그냥 밥만 먹는 날. 30분 온전히 내 시간인 날. 올 것 같기도 하고, 안 올 것 같기도 하다. 근데 괜찮다. 지금도 버티고 있으니까. 3500원짜리 삼각김밥으로도 위로받을 수 있으니까. 어차피 엄마의 밥은 늘 남은 밥이었고, 대표의 밥은 늘 업무의 연장이었다. 둘 다인 사람의 밥은? 사치다. 하지만 언젠가는 누리고 싶다. 그냥 밥 먹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하루.오늘 점심은 투자사 미팅, 내일 점심도 파트너사 미팅이다. 그래도 괜찮다. 차 안에서 먹는 삼각김밥이 있으니까.
- 06 Dec, 2025
시리즈A 15억, 손익분기점 근처, 그 사이의 떨림
시리즈A 15억, 손익분기점 근처, 그 사이의 떨림 15억이 통장에 들어온 날 작년 11월 23일. 통장에 15억이 찍혔다. '떴다.' 슬랙에 올렸다. 직원들이 환호했다. 남편이 샴페인 사왔다. 엄마한테 전화했다. "엄마, 투자 나왔어." 엄마가 울었다. 그날 밤 혼자 통장 봤다. 15억. 150,000,000원. 숫자가 길었다. 무서웠다.투자 유치 과정은 7개월이었다. IR 자료 만들고, 피칭하고, 거절당하고. 다시 만들고, 다시 피칭하고, 또 거절당하고. "여성 타겟 사업은 시장이 작아요." "대표님, 육아하면서 스케일업 가능하세요?" "남편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남자 대표들한테 묻지 않는 질문들. 그래도 결국 한 곳이 믿어줬다. 40대 여성 파트너가 있는 VC였다. "저도 아이 둘 키우면서 일했어요. 힘들죠." 그 말에 울뻔했다. 8000만원과 손익분기점 사이 지금 월 매출 8000만원. 작년 이맘때는 4500만원이었다. 성장했다. 손익분기점은 9200만원. 계산해봤다. 직원 15명 인건비, 사무실 임대료, 마케팅 비용, 서버비, 잡비. 딱 9200만원. 1200만원 차이. 가깝다. 너무 가깝다. 근데 안 닿는다.지난달은 8300만원이었다. "이번 달은 될 것 같아요!" CFO가 말했다. 설렜다. 이번 달은 7800만원. 광고 집행 잘못했다. 전환율이 떨어졌다. ROI가 안 나왔다. "다음 달은 꼭 넘을 거예요." 똑같은 말 반복한다. 6개월째. 투자자 보고서 쓸 때마다 떨린다. "손익분기점 언제쯤 예상하세요?" 질문이 온다. "3분기 안으로요." 대답했다. 벌써 2분기 중반이다. 직원들 월급날의 무게 매달 25일. 월급날. 총 급여 4200만원. 클릭 한 번. 돈이 나간다. 통장 잔액 본다. 11억 2천. 작년 11월엔 15억이었다. 8개월에 3억 8천. 한 달 평균 4750만원씩 타는 거다. 계산기 두드린다. 11억 2천 ÷ 4750만원 = 23.5개월. 2년 남았다.2년 안에 손익분기점 넘어야 한다. 아니면 시리즈B 투자 받아야 한다. 둘 다 안 되면. 생각 안 한다. 못 한다. 마케팅팀 신입이 어제 말했다. "대표님, 여기서 일하는 게 너무 좋아요. 워라밸도 지켜주시고." 웃어줬다. 속으론 '2년 안에 네 월급 내가 못 줄 수도 있어' 생각했다. 안 보여줬다. 보여주면 안 된다. 대표는. 투자자 미팅의 온도차 분기마다 투자자 미팅 한다. 보고한다. 실적, 계획, 고민. 저번 주 미팅. "매출 성장률은 좋은데, 손익은 왜 계속 마이너죠?" 설명했다. 마케팅 투자, 인력 충원, 물류 개선. 성장하려면 쓸 수밖에 없다고. "그래도 너무 오래 걸리는 거 아닌가요?" 목이 막혔다. "다른 포트폴리오사는 벌써 BEP 넘었는데." 비교당했다. 다른 회사랑. 남자 대표 회사. "알겠습니다. 속도 내겠습니다." 대답했다. 나오면서 화장실 갔다. 거울 봤다. 웃었다. 눈물 안 나왔다. 다행이었다. 아이들이 "엄마 회사 망하면 어떡해?" 딸이 지난주에 물었다. "엄마, 엄마 회사 크게 성공하면 우리 부자 되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 "그럼 망하면?" 멈췄다. "망하지 않아." "근데 만약에?" "...엄마가 다시 취직하면 돼." 딸이 안심했다. "다행이다." 나는 안심 안 됐다. 15억 받았다고 성공한 게 아니다. 시작일 뿐이다. 아니, 시작보다 더 무거운 뭔가다. 투자금은 빚이다. 갚아야 한다. 돈으로가 아니라 성과로. 아이들한테 설명 못 한다. "엄마는 지금 15억으로 회사 키우는 중이야. 근데 매달 5천만원씩 쓰고 있어. 8천만원 벌면서. 그래서 2년 안에 1억 이상 벌어야 해. 안 그러면..." 말을 못 잇는다. 손익분기점이 보이는 착각 어제 마케팅팀이 보고했다. "대표님, 신규 프로모션 기획했어요. 이거 하면 이번 달 1억 갑니다." 설렜다. "예산은?" "1500만원이요." 계산했다. 매출 1억, 비용 1500만원 추가, 그럼 순이익은... 마이너스 800만원. "보류." "네?" "일단 보류. 다시 계획해봐." 팀원 얼굴이 실망했다. 미안했다. 성장과 수익. 둘 다 잡아야 한다는데, 동시에 못 잡는다. 투자 받기 전엔 '돈만 있으면' 생각했다. 돈 생기니까 '어떻게 쓸까'가 문제다. 빨리 크면 돈 빨리 탄다. 천천히 가면 투자자가 불안해한다. 그 사이 어딘가에 답이 있다는데, 못 찾겠다. 같은 시기 창업한 남자 대표 대학 동기 준호. 같은 해 창업했다. 걔는 시리즈B 받았다. 50억. 저번 주 만났다. "누나, 요즘 어때? 우리는 이제 손익분기점 넘어서 좀 숨통 트였어." 축하한다고 했다. 진심이었다. "근데 누나는 아직이야? 15억 받은 거 작년이잖아." "응. 거의 다 왔어." "힘내. 누나도 곧 될 거야. 근데 애들은 누가 봐줘? 힘들지?" 또 그 질문. 준호 아이도 둘이다. 근데 준호한테는 아무도 안 물어본다. "애 보느라 힘들죠?" 준호 와이프가 육아 전담한다. 준호는 일만 한다. 나는 엄마이면서 대표다. 둘 다 100% 해야 한다. 그게 규칙이다.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지만. 밤 11시의 엑셀 시트 아이들 재웠다. 남편은 먼저 잤다. 노트북 켰다. 엑셀 열었다. 재무제표 본다. 시나리오 짠다. 시나리오1: 이번 달 9천 돌파, 다음 달 손익분기점. 시나리오2: 올해는 계속 마이너스, 내년 1분기에 BEP. 시나리오3: 시리즈B 투자 유치, 12개월 더 버틴다. 시나리오4: ... 4번은 안 쓴다. 생각도 안 한다. 숫자 만지면 마음이 정리된다. 감정은 복잡한데, 숫자는 명확하다. 11억 2천. 23.5개월. 월 매출 8천. 손익분기점 9200. 격차 1200. 1200만원. 직원 한 명 월급이다. 그 정도 차이. 근데 안 좁혀진다. 6개월째. 컵라면 끓였다. 먹으면서 캘린더 봤다. 다음 주 화요일: 투자자 미팅. 금요일: 딸 학예회. 다다음 주 월요일: 시어머니 생신. 빨간 펜으로 표시한 날들. 절대 못 빼먹는 일정들. 회사 일정은 파란 펜. 옮길 수 있다. 미룰 수 있다. 빨간 펜 일정은 못 옮긴다. 옮기면 '나쁜 엄마', '나쁜 며느리' 된다. 여성 창업가 모임에서 들은 말 지난달 모임. 선배 대표님이 말했다. "다들 착각하는 게 있어. 투자 받으면 성공한 줄 알아. 아니야. 거기서부터 지옥이야." 웃었다. 다들 웃었다. 쓴웃음. "투자금은 마이너스통장이야. 갚아야 해. Exit으로. 근데 Exit 확률이 얼마야? 5%?" 누군가 물었다. "그럼 왜 했어요?" "안 하는 것보다 나으니까. 해봐야 아는데, 해보면 후회하는데, 그래도 해야 하니까." 역설이었다. 나도 안다. 15억 없었으면 여기까지 못 왔다. 15억 있어서 이렇게 힘들다. 직원 15명 책임진다. 투자자한테 보고한다. 손익분기점 넘어야 한다. 시리즈B 받아야 한다. 엄마 역할 한다. 아내 역할 한다. 역할이 너무 많다. 나는 한 명인데. 그래도 9시 출근은 한다 아침 5시 일어났다. 어제 밤 1시에 잤다. 4시간. 커피 내렸다. 노트북 켰다. 이메일 확인했다. 긴급한 거 두 개. 답장 보냈다. 7시. 아이들 깨웠다. 아침 먹였다. 딸 준비물 챙겼다. 아들 옷 입혔다. "엄마, 오늘 빨리 와." "응, 일찍 올게." 거짓말이다. 오늘 저녁 7시 미팅 있다. 등원시키고 출근했다. 9시 사무실 도착. "대표님, 커피 드릴까요?" 인턴이 물었다. "응, 고마워. 아메리카노." 회의 시작했다. 마케팅 전략. 매출 분석. 신규 제품 론칭 일정. 집중했다. 피곤한 거 안 보이게. "대표님, 괜찮으세요? 얼굴이 안 좋으신데." "응? 아니야, 괜찮아. 계속해." 거울 안 본다. 보면 무너질 것 같다. 손익분기점 너머를 상상할 때 가끔 상상한다. 손익분기점 넘는 날. 통장에 돈이 쌓이는 날. 투자자한테 "저희 이제 흑자 전환했어요" 보고하는 날. 직원들한테 성과급 주는 날. 아이들한테 "엄마 회사 잘 돼" 말하는 날. 남편한테 "여보, 이제 좀 숨통 트였어" 말하는 날. 시어머니가 "우리 며느리 대단해" 인정하는 날. 그날이 올까? 온다. 와야 한다. 안 오면 안 된다. 근데 확신은 없다. 확률 게임이다. 열심히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운도 필요하다. 타이밍도 필요하다. 시장도 봐야 한다. 변수가 너무 많다. 통제 못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도 한다. 할 수밖에 없다. 여기까지 왔으니까. 8001만원의 의미 이번 달 목표 세웠다. 8001만원. 작년보다 높다. 지난달보다 높다. 손익분기점보다는 낮다. 근데 괜찮다. 한 계단씩. 팀원들한테 말했다. "이번 달 목표는 8001만원. 딱 1만원이라도 더." "왜 8001이에요?" "작년엔 8000이 목표였어. 이번엔 그것보다 높아야지." 1만원. 아무것도 아니다. 커피 두 잔 값. 근데 의미가 있다. 계속 올라가는 것. 멈추지 않는 것. 손익분기점까지 1200만원. 멀다. 근데 작년엔 4700만원이었다. 3500만원 좁혔다. 1년에. 그럼 1200만원은? 4개월? 6개월? 모르겠다. 근데 언젠가는 닿는다. 계속 가면. 떨리는 게 당연하다 누가 물었다. "대표님은 무섭지 않아요?" "무섭지." "그럼요?" "그래도 해." 무섭지 않은 척 안 한다. 피곤한 척 안 한다. 힘든 척 안 한다. 그냥 솔직하다. "나도 무서워. 근데 해야 돼." 떨린다. 손익분기점 앞에서. 15억 잔액 보면서. 투자자 보고서 쓸 때. 떨리는 게 정상이다. 안 떨리면 이상한 거다. 이 돈으로 15명 먹여 살린다. 가족 먹여 살린다. 회사 키운다. 꿈 이룬다. 안 떨릴 수가 없다. 근데 떨리면서도 한다. 손 떨리면서 키보드 친다. 목소리 떨리면서 발표한다. 마음 떨리면서 결정한다. 떨림을 받아들인다. 떨림과 함께 간다.15억과 손익분기점 사이. 그 틈에서 산다. 떨리지만, 간다.
- 02 Dec, 2025
투자자가 물었다: '아이 둘이 있으시는데, 시간이 괜찮으세요?'
투자자가 물었다 시리즈A 미팅. 10시 정각. 투자사 대표가 먼저 입을 열었다. "아, 김대표님. 아이 둘이 있으시는데, 시간이 괜찮으세요?" 나는 웃음을 지었다. 자연스럽게. "네, 시스템을 잘 만들어놨어요. 팀에 믿을만한 리더들이 있고요." 투자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심은 여전했다. 돌아오는 길에 생각했다. 남자 CEO도 아이 있는 사람 많다. 김OO, 박OO... 다들 둘, 셋 있다. 근데 누가 걔넘한테 '시간 괜찮으세요?'라고 묻나. 묻는 사람 본 적 없다. 나는 왜 이 질문을 받는 건가. 엄마니까? 창업가이기 전에 엄마라는 전제가 있단 말인가. 그래서 나는 시간이 부족한 사람이고, 그래서 투자할 가치가 낮다는 거인가.처음 받은 질문은 아니었다 작년 상반기 시드 라운드. 다른 투자사였다. "육아는 어떻게 하세요? 회사 성장하면 시간이 더 부족해질 텐데." 그다음 년도. 또 다른 투자자. "팀원 중에 엄마들이 많으신데, 야근이나 주말 출근 할 때 괜찮아요?" 패턴이 보였다. 나는 여성 창업가 네트워크에 물었다. 모두가 같은 경험을 했다. 신혜경 대표는 "넷 중 셋이 애 있다고 했을 때 투자 수익률이 떨어진다는 얘기까지 들었어"라고 했다. 한수정 대표는 "인터뷰 때 '아, 그럼 아빠 도와줄 사람이 있으세요?'라고 물어서 웃다가 화났어"라고 했다. 남자 CEO들은 안 받는 질문이다.그 밤 노트북 앞에서 아이들을 재우고 밤 11시. 노트북을 켰다. 투자자 이메일을 다시 읽었다. 투자 조건들. 실적 목표. 마일스톤. 다 이해했다. 근데 그 질문이 자꾸 떠올랐다. '시간이 괜찮으세요?' 이 질문 뒤에는 뭐가 숨어있나. 첫 번째: 너는 일을 제대로 못 할 거라는 의심. 두 번째: 아이들 때문에 회사를 팽개칠 거라는 예상. 세 번째: 여자는 결국 엄마 역할을 우선시한다는 선입견. 나는 지금 딸 학교 운동회를 못 갔다. 아들 첫 한글 수업도 못 했다. 남편 보고 '다녀와'라고 했다. 미안함도 죄책감도 있었다. 근데 그렇다고 나는 회사를 덜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더 생각한다. 밤 11시부터 새벽 1시까지 서핑한다. 마케팅 데이터. 경쟁사 분석. 신입 이직 이유. 일요일 아침에 몰래 슬랙을 본다. 직원 메시지. 클레임. 솔루션. 나는 엄마이면서 동시에 회사를 위해 시간을 낸다. 그런데 투자자는 이 둘을 배타적으로 본다. 내가 엄마라는 건, 내가 경영능력이 떨어진다는 뜻인가.통계와 현실 사이 나는 찾아봤다. 여성 창업가 자금 조달 통계. 한국 스타트업 투자 중 여성 창업가 비율: 8%. 전년도 대비 감소했다. 감소했다. 여성 창업가 중 자녀 있는 경우: 70%. 그 중 시리즈A 이상 자금 조달에 성공한 비율: 22%. 남성 창업가 중 자녀 있는 경우: 65%. 그 중 시리즈A 이상 자금 조달: 58%. 숫자는 말한다. 너무 명확하게. 투자자는 남자 CEO가 일과 가정을 병행해도 그걸 '효율성'이라고 부른다. 여자 CEO가 하면 '시간 관리 능력'을 의심한다. 같은 행동인데 다르게 평가된다. 내 동생 남편은 대기업 임원이다. 아이 셋 있다. 누가 그 사람한테 '시간 괜찮으세요?'라고 물어본 적 없다. 오히려 '와, 잘하시네요'라고 한다. 똑같이 아이를 낳았고, 똑같이 일하고 있는데. [IMAGE_4] 나는 뭐라고 대답했나 미팅 때로 돌아가자. 투자자: "아이 둘이 있으시는데, 시간이 괜찮으세요?" 내 대답: "네, 시스템을 잘 만들어놨어요. 팀에 믿을만한 리더들이 있고요." 솔직한 대답이었나? 아니다. 진짜 대답은 이거였어야 한다. "시간이 부족하죠. 근데 그건 제 경영 능력의 증거입니다. 한정된 자원으로 최대 성과를 내는 법을 배웠거든요. 현재 월 매출 8000만원. 손익분기점 근접. 직원 만족도 4.7점. 이 수치들이 제 시간 관리 능력을 말해주지 않나요?" 근데 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너무 방어적으로 들릴까봐. 겁냈다. 혹시 '쓸데없는 감정섞은 대답'이라고 느껴질까봐. 여자라는 이유로 더 따져질까봐. 그래서 웃으며 둘러댔다. "시스템이 있어요." 나약했나. 그럼 뭐 어쩌겠나. [IMAGE_5] 결국 혼자 정리해야 했다 투자를 받긴 받았다. 15억. 조건은 통과했다. 근데 그 질문은 남아있다. 나는 생각한다. 이게 내 문제인가, 투자자의 문제인가. 둘 다다. 내 문제는 내가 이 질문을 받을 때 자신 있게 답하지 못했다는 것. 투자자의 문제는 여전히 여자는 시간이 부족할 거라고 가정한다는 것. 근데 바꿀 수 있는 건 뭔가. 나는 투자자를 바꿀 수 없다. 투자자는 구사정(舊思定)에 빠져있다. 여자+엄마=업무 능력 저하. 이 공식은 그들 머리에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을 명확하게 만드는 것이다. 숫자로. 성과로. 팀의 만족도로. 재투자율로. 그래서 맡은 일을 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난다. 아이들 등원시킨 후 출근한다. 점심은 미팅으로 해결한다. 저녁 7시 퇴근해서 아이 봐준다. 밤 10시 다시 일을 한다. 이건 포기가 아니다. 이건 선택이다. 투자자가 의심해도, 시어머니가 뭐라고 해도, 나는 안다. 내가 뭐를 하고 있고, 왜 하는지. [IMAGE_6] 그 이후 미팅 다음 주에 투자자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혹시 시간 때문에 경영 체계 구축할 때 고민 있으신 분 있으신가요? 우리가 외부 경영 컨설턴트 지원해주고 싶어서요." 처음에는 혼란스러웠다. 좋은 제안인가, 내 능력을 의심하는 건가. 여성 CEO 모임에서 물어봤다. 신혜경 대표가 웃었다. "아, 그건 투자자 나름의 성장이야. 최소한 의식은 했단 거지." 맞다. 그게 뭐든 간에, 투자자가 그 질문에 대해 생각한 거다. 내 대답이 뭔지는 몰라도. 나는 컨설턴트를 받지 않기로 했다. 대신 답장을 썼다. "감사합니다. 저희는 현재 경영 체계가 잘 작동하고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직원 50명, 100명으로 늘어날 때 그런 지원이 필요하면 꼭 연락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짧은 이메일. 명확한 톤. 나는 감사하지만, 흔들리지 않는다는 신호. 투자자는 3일 후에 답변을 보냈다. "좋습니다. 필요할 때 언제든. 응원합니다." 응원한다. 그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투자 후 발생할 리스크에 대한 사전 대비인지는 모른다. 근데 뭐 상관인가. 나는 여기 있고, 일은 계속된다. [IMAGE_7] 솔직히 답하자면 투자자가 물었던 "시간이 괜찮으세요?"에 대한 진짜 대답은 이거다. 시간이 부족하다. 매우. 아이들이랑 시간도 부족하다. 남편이랑 대화할 시간도 없다. 운동할 시간, 친구 만날 시간, 책 읽을 시간. 다 부족하다. 근데 이건 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직원들도 비슷하다. 강지은(27)은 엄마 아파서 주말마다 시골 내려간다. 박은영(32)은 아직 결혼 못 했는데, 회사에서는 그걸 왜 못 했냐고 은근히 묻는다. 신수영(35)은 '아이 두 명 있으니까 야근 빼달라'는 제의를 거절하지 못했다. 이 모든 게 여자라는 이유로 정당화된다. 나는 직원들한테 '워라밸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근데 나는 지키지 않는다. 이게 가장 큰 모순이다. 투자자가 나한테 물었던 질문을. 나는 내 직원들한테는 절대 묻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안다. 이 질문이 얼마나 상처가 되는지. [IMAGE_8] 마지막으로 다음 투자자 미팅이 있다. 내일 2시. 이번엔 다른 투자사다. 사람도 다르다. 혹시 또 같은 질문을 받을까. 받으면 어떻게 할까. 그땐 답할 거다. 명확하게. "시간은 부족합니다. 근데 저는 그 부족한 시간을 전략으로 채웠습니다. 현재 저희 팀의 생산성은 업계 평균 140% 입니다. 직원 1인당 매출은 5300만원. 마진율은 32%. 이게 제 시간 부족함을 증명하지 않나요? 오히려 이게 제 능력을 증명하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덧붙일 거다. "아, 그리고. 이 질문이 필요하신 이유가 뭔지 궁금합니다. 혹시 시간이 부족하면 회사가 망하는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럼 대기업 임원들은 대부분 아이가 있는데요. 그분들한테는 같은 질문을 안 하시죠?" 아, 근데 이건 너무 공격적이겠다. 그냥 이렇게 하자. "시간이 부족하면 효율적이 되거든요. 그게 저한테 준 가장 큰 자산입니다." 웃으면서. 자신 있게.밤 11시 30분. 아이들은 자고 남편은 소파에 누워있다. 나는 여전히 노트북 켜있다. 내일 피칭 준비. 그 투자자는 누군지, 어떤 포트폴리오가 있는지, 어떤 점이 중요한지. 모두 찾아봤다. 시간은 부족하다. 근데 나는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