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5명 중 12명이 여성인 팀을 이끄는 방식

직원 15명 중 12명이 여성인 팀을 이끄는 방식

직원 15명 중 12명이 여성인 팀을 이끄는 방식

채용 공고에 ‘여성 우대’라고 쓴 적은 없다

그냥 그렇게 됐다.

첫 직원을 뽑을 때였다. 이력서 30장 중에 여성이 25장이었다. 육아용품 이커머스라서 그런가 싶었다. 근데 개발자 뽑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지원자 절반 이상이 여성이었다.

면접 보면서 알았다. 다들 비슷한 이유로 이 회사를 선택했다는 걸.

“대표님도 엄마시니까… 이해해주실 것 같아서요.”

“전 직장에선 육아휴직 쓰고 복귀하니까 눈치가…”

“아이 아프면 조퇴해야 하는데, 여기선 괜찮을 것 같아서요.”

그렇게 15명 중 12명이 여성이 됐다. 계획한 건 아니었다. 그냥 자연스럽게.

생리통으로 재택 신청한 팀원에게 ‘OK’ 보낼 때

월요일 아침 8시. 슬랙 메시지가 왔다.

“대표님, 오늘 생리통이 심해서… 재택 가능할까요?”

답장 보냈다. “그럼요. 푹 쉬세요.”

3초 만에. 고민 없이.

남자 대표였다면? 어땠을까. 어색했을까. ‘그 정도로?’ 생각했을까.

나는 안다. 생리통이 진짜 일 못 할 정도일 때가 있다는 걸. 진통제 먹고 버티면서 키보드 치는 게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그 팀원은 그날 저녁 9시까지 일했다. 집에서 편하게. 통증 가라앉고 나서. 오히려 더 많은 걸 해냈다.

이게 공감 리더십이다.

여성 팀원들은 이런 걸 말할 수 있다. “생리통이요”, “아이 열이 나서요”, “유치원 면담이 있어요”. 눈치 안 봐도 된다. 대표도 똑같으니까.

회의실에서 나오는 이야기들

목요일 오후 3시. 주간 회의.

마케팅 팀장이 말했다. “대표님, 다음 주 캠페인 론칭일이 아이 입학식이랑 겹쳐서요. 이틀만 앞당기면 안 될까요?”

개발팀 리드가 덧붙였다. “저도 그날 학교 상담 있어서… 오전엔 빠져야 할 것 같아요.”

남자들만 있는 회의였다면? 이런 얘기가 나왔을까.

우리 회의실에선 자연스럽다. 아이 얘기, 육아 얘기, 학교 일정. 일정 조율할 때 먼저 고려되는 게 ‘아이들 스케줄’이다.

그래서 우리 팀 일정표는 특이하다.

칼라 코드가 세 개다. 빨강(업무 중요), 파랑(미팅), 초록(육아 일정). 초록 블록 먼저 박고, 나머지를 맞춘다.

비효율적일까? 아니다.

오히려 더 효율적이다. 서로 배려하니까. 누가 힘들면 다른 사람이 커버한다. 자연스럽게.

“나 내일 아이 아파서 반차 쓸게. A 미팅 대신 가줄 사람?” “내가 갈게. 대신 금요일 B 미팅 부탁해.”

거래다. 공정한.

한계도 있다

솔직히 말한다. 다 좋은 건 아니다.

작년 여름. 투자 IR 준비하던 때. 3명이 동시에 휴가였다. 아이들 여름방학. 어쩔 수 없다.

남은 사람들은? 죽어라 일했다.

그때 생각했다. ‘남자 직원 비율이 좀 더 높았으면…’ 육아 부담 없는 사람들이 더 있었으면 했다.

미안했다. 남은 팀원들한테. “우리도 엄마라서 이해는 하는데…” 그 말 뒤에 숨은 피곤함이 보였다.

공감만으론 부족하다.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래서 바꿨다.

여름방학 시즌엔 프리랜서 2명 계약. 출산휴가 전엔 미리 후임 교육. 학기 초엔 중요 프로젝트 런칭 안 함.

완벽하진 않다. 여전히 구멍 날 때 있다. 그래도 전보단 낫다.

남자 직원 3명이 말하는 것

우리 회사 남자는 3명이다. 개발자 둘, 디자이너 하나.

궁금했다. 불편하지 않냐고.

개발팀 막내가 웃으며 말했다. “형들이 부러워해요. 여기 분위기.”

“뭐가?”

“야근 안 해도 눈치 안 보이고. 칼퇴 당연하고. 딴 데선 상상도 못 하는 거래요.”

디자이너도 거들었다. “저 전 회사에서 밤 11시까지 일했거든요. 여긴 7시면 사무실 텅텅 비잖아요. 처음엔 이상했는데, 지금은 좋아요.”

남자들한테도 좋은 회사다. 워라밸이 확실하니까.

여성이 많다고 남자가 불편한 게 아니다. 오히려 건강한 문화가 만들어진다.

투자자 미팅에서 듣는 질문

작년 시리즈A 투자 받을 때. 어떤 VC 파트너가 물었다.

“팀 구성이… 여성이 많네요. 출산휴가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하시나요?”

웃었다. 속으로. 남자 CEO한테도 똑같이 물을까?

대답했다. “출산은 리스크가 아니라 자연스러운 라이프 사이클입니다. 저희는 그걸 시스템으로 관리해요. 교육 기간, 인수인계, 프리랜서 풀. 다 준비돼 있습니다.”

그 VC는 결국 투자 안 했다. 괜찮다.

우리한테 투자한 곳은 달랐다. 여성 파트너가 리드였다. 그녀는 물었다.

“여성 팀원이 많다는 게 강점이라고 보시나요?”

“네. 육아용품 시장을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니까요. 고객이 우리고, 우리가 고객이에요.”

그 투자는 성사됐다. 15억.

엄마들이 만드는 제품의 디테일

우리 제품 기획 회의는 다르다.

“이 기저귀 가방, 아빠들은 안 멜 것 같은데요. 너무 분홍색이에요.” “유모차 후크, 이 무게론 장바구니 못 걸어요. 직접 테스트해봤거든요.” “수유복 설명에 ‘외출 시 편리’는 빼요. 실제론 불편해요.”

다 경험에서 나온다.

우리 팀 12명 중 엄마가 8명이다. 직접 써본 제품. 직접 겪은 불편함. 그게 다 기획에 들어간다.

남자들만 있었다면? 설문조사하고, 리서치하고, 추측했을 거다. 우리는 안다. 이미.

작년에 출시한 ‘외출용 수유 케이프’. 대박이었다. 월 매출 800만원.

경쟁사 제품이랑 뭐가 다르냐고?

작다. 가볍다. 파우치에 쏙 들어간다. 우리 디자이너가 직접 가방 10개 테스트해서 만든 크기다. “기저귀 3개, 물티슈, 여벌 옷, 케이프 넣으면 딱이에요.”

이게 공감의 힘이다.

새벽 5시, 혼자 우는 날

솔직히 말한다. 힘들다.

여성 팀 이끄는 게 자랑스럽지만, 동시에 무겁다.

팀원들이 말한다. “대표님 덕분에 일할 수 있어요.” 그 말이 고맙지만, 압박이다.

내가 무너지면? 이 사람들도 무너진다.

그래서 아픈데 출근한다. 피곤해도 웃는다. “괜찮아요, 나도 엄마라 다 이해해요” 라고 말한다.

근데 나는? 누가 이해해줄까.

새벽 5시. 아이들 깨기 전. 혼자 운다. 아무도 모르게.

‘엄마 대표’라는 롤모델이 되려니까 힘들다. 완벽해야 할 것 같다. 일도 잘하고, 육아도 잘하고, 팀도 잘 이끌고.

근데 다 못 한다. 어제는 딸 숙제 검사 못 했다. 오늘은 회의 중에 졸았다. 내일은 뭘 못 할까.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지난달. 팀원 한 명이 1년 육아휴직 들어갔다.

떠나기 전에 말했다. “대표님, 저 여기 돌아올게요. 꼭요.”

그 말이 뭔지 안다.

전 직장에선 못 했던 말이다. 육아휴직 쓰면 복귀 자리가 없었으니까.

우리 회사는 다르다. 육아휴직 3명 다 복귀했다. 자리가 있다. 기다려준다.

그게 자랑이다.

여성이 일할 수 있는 회사. 엄마가 대표인 회사. 아이 있어도 커리어 포기 안 해도 되는 회사.

나 혼자 만든 건 아니다. 우리 12명이 함께 만들고 있다.

힘들지만 의미 있다.

5년 후에는? 직원 50명 중 40명이 여성이었으면 좋겠다. 그중 절반은 엄마였으면 좋겠다.

그때도 여전히 생리통으로 재택 신청하면 3초 만에 ‘OK’ 보낼 수 있는 회사. 아이 행사 때문에 미팅 옮기자고 말할 수 있는 회사.

그런 회사를 만들고 있다. 지금.

공감 리더십의 진짜 의미

공감은 무조건 이해해주는 게 아니다.

함께 해결책을 찾는 거다.

“아이 아파서 못 나올 것 같아요.” “그럼 이 업무는 누가 커버할까? A씨 괜찮아? 내일 B씨가 대신하고.”

이해하되, 시스템으로 풀어낸다.

“생리통이 심해서요.” “그럼 오늘은 쉬고, 내일 컨디션 좋을 때 집중해서 하자.”

배려하되, 책임도 함께 진다.

여성 팀원이 많다고 특별 대우하는 게 아니다. 인간적으로 대하는 거다. 각자의 상황을 존중하는 거다.

남자든 여자든, 엄마든 아빠든, 다 삶이 있다. 그 삶을 무시하고 일만 하라는 건 말이 안 된다.

우리 회사는 그걸 인정한다. 당연하게.


직원 15명 중 12명이 여성인 팀을 이끈다는 건, 특별한 게 아니다. 그냥 인간답게 일하는 거다. 그게 전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