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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
- 28 Dec, 2025
체력 관리는 여유 문제가 아니라 생존 문제다
새벽 5시, 알람 없이 눈이 떠진다 눈을 뜨자마자 피곤하다. 자도 잔 것 같지 않다. 어제 몇 시에 잤더라. 12시? 1시? 계산해보니 4시간. 침대에서 일어나는데 온몸이 무겁다. 머리가 안 돌아간다. 커피 먼저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거실로 나온다. 바닥에 레고 밟는다. "아야" 소리 내면 애들 깬다. 입 다물고 참는다.커피 내린다. 이게 오늘 몇 번째 커피일까. 아니다, 아직 첫 번째다. 오늘이 시작됐으니까. 체력은 관리 대상이 아니라 소모품이 됐다 예전엔 관리했다. 주 3회 필라테스. 비타민도 챙겨 먹었다. 11시 전엔 잤다. 지금은 뭐가 남았나. 비타민은 서랍에 만료일 지나서 들어있다. 필라테스 멤버십은 3개월째 안 쓴다. 11시에 자는 날은... 언제였지. "대표님 건강관리 어떻게 하세요?" 인터뷰에서 자주 받는 질문이다. 대답한다. "아침 조깅이요, 명상도 하고요." 거짓말이다. 실제론 이렇다. 아침은 건너뛴다. 점심은 서서 먹는다. 저녁은 편의점 도시락이다.운동? 웃긴다. 회사 가는 게 운동이다. 계단 오르는 게 운동이다. 아이들 안아주는 게 근력운동이다. 피곤이 기본값이 되면 생기는 일들 아침에 눈 뜨면 피곤하다. 점심 먹으면 더 피곤하다. 저녁엔 정신이 없다. 밤엔 또 잠이 안 온다. 이게 루프다. 미팅 중에 멍 때린다. "대표님?" 부르는 소리에 화들짝. "아, 네. 그러니까 제 말은..." 무슨 말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CFO가 말한다. "대표님 얼굴이 많이 안 좋으신데요." "괜찮아요, 원래 이래요." 거짓말이다. 원래 안 이랬다. 집에 오면 애들이 달려든다. "엄마 같이 놀자!" "응, 엄마 좀만 앉아있을게." 소파에 앉는다. 일어나려고 하는데 몸이 안 일어난다. 10분만, 10분만 더.남편이 본다. "무리하지 마." "안 하고 있어." 또 거짓말이다. 내가 무너지면 15명이 무너진다 회사 직원 15명. 이 사람들한테 월급 줘야 한다. 투자자한테 실적 보고해야 한다. 아이 둘 키워야 한다. 남편한테 괜찮은 아내여야 한다. 내가 쓰러지면? 생각하기 싫다. 작년에 독감 걸렸다. 40도 열 나는데도 출근했다. "대표님 집에 가세요." "아니야, 오늘 미팅 있어." 미팅 중에 어지러워서 쓰러질 뻔했다. 그때 깨달았다. 아, 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 그 후론 컨디션 관리한다고 했다. 했나? 안 했다. 왜냐면 시간이 없으니까. 여유가 없으니까. 나 하나 챙기는 게 사치처럼 느껴지니까. 직원들한테 말한다. "워라밸 중요해요, 무리하지 마세요." 나는? 매일 무리한다. 주말도 일한다. 새벽도 일한다. 체력 관리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근데 어떻게?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이러다 큰일 납니다." 건강검진 결과가 안 좋다. "스트레스 관리하세요, 운동하세요." 알아요. 근데 어떻게요? 하루가 24시간이다. 수면 4시간. 출퇴근 2시간. 회사 10시간. 아이들 4시간. 식사랑 씻기 2시간. 남은 시간 2시간. 이 시간에 운동하라고? 명상하라고? 자기계발하라고? 웃긴다. 이 2시간도 실제론 없다. 갑자기 터지는 일들로 사라진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최소한이라도 지킨다. 비타민은 먹는다. 아침에 한 알. 물은 마신다. 텀블러 들고 다닌다. 계단은 오른다. 엘리베이터 대신. 이게 관리냐고? 지금 내겐 이게 전부다. 여성 CEO는 더 힘들다는 말 남자 대표들 모임 갔다. 다들 골프 얘기한다. "주말에 18홀 돌았어요." 나는? 주말에 아이들 놀이터 갔다. 그것도 남편이 출장 가면 못 간다. "대표님도 골프 치세요, 인맥도 쌓이고." "네... 배워볼게요." 배울 시간이 어디 있나. 여자 대표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육아는 기본이다. 집안일도 내 몫이다. "남편이 도와주잖아" 라고 하는데, 도와주는 게 아니라 같이 해야 하는 거다. 근데 현실은 내가 8할 한다. 투자자 미팅에서 들었다. "애 둘 키우시면서 회사도 하시네요. 대단하세요." 남자 대표한테 저런 말 안 한다. 왜 나한테만 하나. 시어머니 말씀. "며느리가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야?" 뜻은 이거다. "애나 제대로 키워." 친정엄마는 걱정하신다. "네가 쓰러지면 어떡하니." 다들 걱정한다. 근데 대안은 없다. 그래도 버티는 이유 왜 이러고 사나. 나도 가끔 생각한다. 회사 접고 편하게 살까. 남편 월급으로도 살 수 있다. 애들이랑 시간 보내는 것도 좋겠다. 근데. 회사 가면 직원들이 있다. 내가 만든 팀이다. 이 사람들 믿고 왔다. 고객들도 있다. "이 서비스 너무 좋아요" 메시지 온다. "육아하는 엄마들 덕분에 살아요."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아, 내가 하는 일이 의미 있구나. 딸아이가 말한다. "엄마, 나도 커서 회사 만들래." "왜?" "엄마처럼 멋있게 살고 싶어서." 그 순간 눈물 날 뻔했다. 내가 보여주는 거다. 여자도 할 수 있다고. 엄마여도 할 수 있다고. 힘들어도 할 수 있다고. 체력 관리, 생존 문제가 맞다 건강검진 결과 봤다. 의사 선생님이 심각하게 말한다. "이대로 가면 5년 안에 큰 병 올 수 있어요." 무섭다. 5년이면 딸이 중학생이다. 아들은 초등학생이다. 회사는 시리즈B쯤 갈 거다. 그때 내가 없으면? 체력 관리는 사치가 아니다. 생존 문제다. 내가 살아야 회사가 산다. 내가 건강해야 아이들 키운다. 그래서 결심했다. 매일 30분. 무조건 30분은 나를 위해 쓴다. 운동이든, 산책이든, 그냥 누워있는 것이든. 주말에 2시간. 아이들 재우고 나만의 시간. 남편한테 양해 구했다. 한 달에 한 번. 친정엄마한테 애들 맡기고 병원 간다. 건강검진 결과 챙긴다. 이게 전부냐고? 지금은 이게 전부다. 완벽한 관리는 포기했다 예전엔 완벽주의자였다. 뭐든 100% 해내야 했다. 지금은 60%면 된다. 아니, 50%도 괜찮다. 체력 관리도 마찬가지다. 매일 운동? 못 한다. 8시간 수면? 불가능하다. 규칙적인 식사? 어렵다. 근데 이것만은 지킨다. 쓰러지지 않을 정도로. 병원 안 갈 정도로. 아이들 얼굴 볼 수 있을 정도로. 이게 현실적인 목표다. 직원들한테도 말했다. "나도 완벽하게 못 해요. 그래도 해요." 부끄럽다. 대표가 이러면 안 되는데. 근데 솔직한 게 낫다고 생각했다. 거짓말하는 것보다. 여자 선배 대표가 말했다. "우리는 그냥 살아남는 게 목표야." 맞다. 살아남는 것. 그게 지금 내 목표다. 오늘도 버텼다 퇴근한다. 시계 보니 8시. 집 가는 길. 지하철에서 잠깐 조는다. 10분 낮잠도 회복된다. 집 도착. 아이들 이미 잤다. 남편이 재웠다. 미안하고 고맙다. 냉장고 연다. 남편이 싸둔 도시락 있다. 데워서 먹는다. 샤워한다. 따뜻한 물이 온몸을 감싼다. 이게 오늘 유일한 휴식이다. 침대에 눕는다. 온몸이 아프다. 근데 오늘도 버텼다. 내일도 버틸 거다. 모레도. 언젠가는 덜 피곤한 날이 오겠지. 회사가 더 안정되면. 아이들이 더 크면. 시스템이 더 갖춰지면. 그때까지는. 그냥 버티는 거다. 살아남는 거다.체력 관리는 여유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다. 완벽하게는 못 해도, 최소한은 지킨다. 그게 오늘을 사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