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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라는
- 16 Dec, 2025
육아용품 이커머스라는 선택, 엄마로서의 경험이 경쟁력이 되다
육아용품 이커머스라는 선택, 엄마로서의 경험이 경쟁력이 되다 시작은 아기 물티슈였다 둘째를 낳고 3개월쯤 됐을 때다. 새벽 2시에 기저귀를 갈다가 물티슈가 떨어졌다. 예비로 사둔 게 있었는데, 뜯어보니 완전히 다른 제품이었다. 향이 너무 강했다. 아기 엉덩이에 닿자마자 빨갛게 올라왔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산 게 뭔지도 모르고 샀다는 걸.새벽에 검색했다. "물티슈 추천", "아기 물티슈 순위", "민감성 피부 물티슈". 나온 결과는 천차만별이었다. 블로그는 광고 같고, 커뮤니티는 의견이 너무 많고, 쇼핑몰은 뭘 믿어야 할지 모르겠고. 그냥 포기하고 샀다. 제일 비싼 걸로. 다음날 남편한테 물었다. "이거 뭐 보고 샀어?" 남편도 몰랐다. 그냥 급해서 샀다고. 우리는 한 달에 물티슈만 8만원어치를 쓰고 있었다. 뭘 쓰는지도 모르고. 11번가 MD 시절의 의문 나는 11번가에서 5년간 MD를 했다. 생활용품 카테고리였다. 육아용품도 담당했다. 그때는 몰랐다. 이게 얼마나 어려운 카테고리인지. 데이터만 봤다. 판매량, 클릭률, 전환율. 숫자로만 제품을 평가했다. "이 제품이 왜 팔리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팔리면 그만이었다. 아이를 낳고 나서야 알았다. 엄마들이 뭘 원하는지. 단순히 "좋은 제품"이 아니었다. "내 아이에게 맞는 제품"이었다. 그 차이는 엄청났다.11번가에서 제일 많이 팔린 물티슈가 있었다. 한 달에 15만 개씩 나갔다. 나도 그걸 샀다. 둘째한테 써봤다. 피부에 안 맞았다. 그제야 의문이 들었다. "이게 제일 잘 팔리는데, 왜 내 아이한테는 안 맞지?" 답은 간단했다. 모든 아이가 다르니까. 근데 이커머스는 그걸 반영 못 했다. 그냥 "베스트셀러" 배지만 달아놨다. 엄마들은 그걸 믿고 샀다. 나처럼. 퇴사를 결심한 건 그 순간이었다. 2019년 8월 23일. 둘째가 돌 지나고 복직한 지 3개월째. 회사 화장실에서 울면서 사표를 썼다. 엄마 100명을 만났다 창업하기 전에 3개월간 엄마들을 만났다. 카페에서, 놀이터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100명 넘게 인터뷰했다. 질문은 하나였다. "육아용품 살 때 제일 어려운 게 뭐예요?" 답은 비슷했다. "뭘 사야 할지 모르겠어요." "정보가 너무 많아요." "광고인지 진짜 후기인지 구분이 안 돼요." 한 엄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냥 내 아이랑 비슷한 아이 키우는 엄마가 추천해주면 좋겠어요. 딱 우리 애 상황에 맞는 거요." 그게 답이었다. 나는 노트에 정리했다. "개인화된 큐레이션. 아이 개월 수, 피부 타입, 알레르기 여부에 따라 다른 추천." 지금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건데, 당시엔 아무도 안 하고 있었다.인터뷰하면서 깨달은 게 또 있다. 엄마들은 엄청 똑똑했다. 성분표를 외우고, 제조사를 비교하고, 해외 직구까지 했다. 그 노력이 너무 아까웠다. 이걸 한 곳에 모으면 되겠다 싶었다. "엄마들의 경험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자." 첫 번째 MVP는 구글 스프레드시트였다. 엄마들이 쓴 제품 리뷰를 수작업으로 정리했다. 개월 수별로, 피부 타입별로, 가격대별로. 밤새 작업했다. 아이들 재우고 새벽 3시까지. 한 달 만에 300개 제품 정보가 쌓였다. 지인 엄마들한테 공유했다. 반응이 뜨거웠다. "이거 돈 내고 쓰고 싶어요." 그 말이 확신을 줬다. 투자자들의 질문 시드 투자를 받으러 다닐 때였다. 20곳 넘게 미팅했다. 대부분 남자였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 질문이 비슷했다. "이거 왜 필요해요? 그냥 쿠팡에서 사면 되지 않나요?" 설명했다. 쿠팡은 빠르지만 선택을 안 도와준다고. 엄마들은 빠른 배송보다 정확한 선택을 원한다고. 특히 아이 피부에 닿는 건. "아, 그렇군요. 근데 시장이 작지 않나요?" 작지 않다. 한국 육아용품 시장 규모가 8조다. 이커머스 비중이 40%고 계속 늘어난다. 숫자를 댔다. "아, 네. 그런데... 대표님, 아이 키우면서 회사 운영 가능하세요?" 그 질문이 제일 많았다. 20곳 중 15곳에서 물었다. 남자 창업자한테는 안 물어본다는 거 안다. 근데 나한테는 물었다. 처음엔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이죠. 시간 관리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열 번째쯤 되니까 화가 났다. "대표님은 아이 있으세요? 있으시면 제게 그런 질문 안 하셨을 거예요." 그렇게 말한 곳에서 투자가 들어왔다. 아이러니했다. 그 파트너도 나중에 말했다. "솔직함이 좋았어요. 그리고 그 화가 진심이 느껴졌어요." 시드로 3억 받았다. 2020년 2월. 코로나 터지기 직전이었다. 코로나가 준 기회 코로나는 재앙이었다. 근데 우리한테는 기회였다. 오프라인 매장이 문을 닫았다. 엄마들이 아이 데리고 백화점 가기 힘들어졌다. 온라인으로 다 해결해야 했다. 우리 가입자가 폭증했다. 한 달에 1000명씩 늘었다. 근데 문제가 생겼다. 물량이었다. 공급사들이 재고를 안 줬다. 큰 플랫폼한테만 줬다. 우리는 작았으니까. 직접 발로 뛰었다. 경기도 파주에 있는 물티슈 공장을 찾아갔다. 대표님을 만났다. 60대 남자분이었다. "저희한테 물량 좀 주세요. 조금만이라도요." "당신네 회사는 작잖아. 왜 줘야 하는데?" 설명했다. 우리 플랫폼에 있는 엄마들이 얼마나 진심으로 제품을 고르는지. 한 번 좋다고 하면 계속 산다고. 그게 브랜드한테 얼마나 가치 있는 충성 고객인지. "내 딸도 애 키워. 힘들어해. 당신 말 이해간다." 그분이 물량을 줬다. 작은 거래처보다 더 많이. 그게 첫 번째 브랜드 파트너십이었다. 지금도 거래한다. 엄마 직원들과의 약속 직원을 뽑기 시작했다. 첫 조건은 "육아 경험"이었다. 엄마가 아니어도 됐다. 조카를 키운 경험, 동생을 돌본 경험, 뭐든 좋았다. 육아를 이해하는 사람. 지금 15명 중 12명이 엄마다. 워킹맘이다. 나를 포함해서. 첫 팀 미팅 때 약속했다. "학교 행사는 무조건 간다. 누구도 눈치 안 준다. 나도 간다." 실천하고 있다. 완벽하지는 않다. 근데 노력한다. 지난주에 우리 팀 디자이너가 아이 학예회 때문에 오후 2시에 조퇴했다. 아무도 뭐라 안 했다. 당연한 거니까. 그 대신 일할 때는 집중한다. 회의는 30분 넘기지 않는다. 슬랙 메시지는 핵심만 쓴다. 야근은 절대 미덕이 아니다. 효율이 올라갔다. 남자 직원들도 좋아한다. "여기는 일과 삶이 확실히 분리돼요." 그 말이 제일 뿌듯하다. 데이터로 본 엄마의 선택 지금 우리 플랫폼에 2만 명이 있다. 월 거래액이 8000만원이다. 작다. 근데 의미 있는 숫자가 있다. 재구매율 78%. 고객이 한 번 사면 평균 5.3번 더 산다. 이게 우리의 경쟁력이다. 큰 플랫폼은 30%도 안 된다. 왜 다시 올까. 데이터를 분석했다. 답은 간단했다. "맞았으니까." 우리는 아이 정보를 받는다. 개월 수, 피부 타입, 알레르기, 이전에 쓴 제품. 그걸 바탕으로 추천한다. 엄마들이 후기를 남긴다. "정말 우리 애한테 딱 맞아요." 그 후기가 다른 엄마한테 간다. 비슷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한테. "우리 애랑 똑같네요. 저도 사봐야겠어요." 선순환이다. 지난달에 제일 많이 팔린 제품은 대형 브랜드가 아니었다. 소규모 제조사의 무향 물티슈였다. 알레르기 있는 아이 엄마들이 찾았다. 광고 하나 안 했는데 500개가 팔렸다. 그 제조사 대표님이 전화를 했다. "어떻게 된 거예요? 갑자기 주문이 몰려서..." 설명했다. 우리 플랫폼의 가치를. "좋은 제품은 알아서 팔립니다. 엄마들이 찾아내니까요." 실패도 있었다 다 좋은 얘기만 있는 건 아니다. 작년에 AI 추천 시스템을 도입했다. 6개월 개발했다. 2억 들어갔다. 론칭했다. 망했다. 왜? 엄마들이 안 믿었다. "이게 진짜 내 아이한테 맞는 거예요?" 알고리즘이 뭔지 설명해도 안 믿었다. "다른 엄마가 추천해주는 게 더 좋아요." 깨달았다. 기술이 답이 아니었다. 공감이 답이었다. 엄마들은 데이터보다 경험을 믿었다. "나도 그랬어요"라는 말이 알고리즘보다 강했다. AI 시스템 버렸다. 대신 "엄마 매칭" 기능을 만들었다. 비슷한 아이를 키우는 엄마끼리 연결해주는 거. 서로 제품을 추천하고 경험을 나눈다. 이게 먹혔다. 체류 시간이 3배 늘었다. 실패가 방향을 알려줬다. 우리는 기술 회사가 아니었다. 커뮤니티 회사였다. 딸아이의 질문 지난주 금요일이었다. 딸아이 학교 공개 수업이 있었다. 참석하기로 했다. 캘린더에 블록해뒀다. 근데 당일 아침에 투자자 미팅 요청이 왔다. 그날 점심밖에 시간이 없다고. 시리즈B 리드 투자자였다. 거절하기 어려웠다. 딸한테 말했다. "미안해, 엄마가 오늘 중요한 미팅이 있어서..." 딸이 물었다. "엄마 회사가 애기 키우는 엄마들 도와주는 거 아니에요?" 할 말이 없었다. 미팅을 거절했다. 학교에 갔다. 딸이 손을 잡았다. "엄마가 오니까 좋아요." 그 말에 울컥했다. 회사로 돌아와서 생각했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엄마들을 돕겠다면서 정작 내 딸한테는 못 해주고 있는 건 아닌지. 답은 아직 모르겠다. 근데 확실한 건 있다. 이 고민 자체가 나의 경쟁력이다. 이걸 이해하는 사람만이 이 사업을 할 수 있다. 시리즈A 투자 후 올해 초에 시리즈A를 받았다. 15억이었다. 밸류는 80억. 투자 설명회에서 한 말이 있다. "우리는 육아용품을 파는 회사가 아닙니다. 엄마들의 경험을 유통하는 회사입니다." 어떤 투자자가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죠?" "엄마로 산다는 건 매일 선택의 연속입니다. 뭘 먹일지, 뭘 입힐지, 뭘 발라줄지. 그 선택이 아이의 건강과 직결됩니다. 근데 정보는 너무 많고 시간은 없습니다. 우리는 같은 경험을 한 엄마들의 선택을 보여줍니다. 그게 가장 정확한 추천입니다." 투자가 결정됐다. 리드 투자자가 말했다. "대표님의 진정성이 느껴졌습니다. 이건 단순한 이커머스가 아니에요." 맞다. 이건 단순한 이커머스가 아니다. 내 삶이다. 지금 이 순간 새벽 5시다. 아직 어둡다. 커피를 내렸다. 노트북을 켰다. 어제 못 본 슬랙 메시지가 37개다. 그중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고객 후기였다. "제 아기가 아토피가 심했는데, 여기서 추천받은 로션 쓰고 좋아졌어요. 감사합니다." 이런 메시지를 볼 때마다 생각한다. 잘하고 있다고. 힘들지만 의미 있다고. 창 밖이 밝아온다. 6시가 됐다. 딸아이가 일어날 시간이다. 노트북을 덮는다. 아침을 준비한다. 엄마로서의 삶과 대표로서의 삶. 둘을 완벽하게 분리할 수 없다. 근데 그게 내 강점이다. 두 삶이 겹치는 곳에서 비즈니스가 나왔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시작된다. 엄마이자 대표로서. 완벽하지 않지만 진심을 담아서.육아 경험이 경쟁력이 될 줄 몰랐다. 근데 됐다. 이게 내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