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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0만원
- 08 Dec, 2025
월 매출 8000만원, 이제 이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알겠어
월 매출 8000만원, 이제 이 숫자가 뭘 의미하는지 알겠어 8000만원이라는 숫자 작년 12월이었다. 처음으로 월 매출 8000만원을 찍었다. 팀원들이 박수쳤다. 나도 웃었다. 투자자한테 카톡 보냈다. "8000 찍었습니다!" 답장 왔다. "축하합니다. 손익은요?" 그때 알았다. 나 아무것도 몰랐구나.3년 전 창업했을 때. 내가 꿈꿨던 건 "큰 숫자"였다. 매출 1억. 10억. 100억. 숫자가 크면 성공한 거라고 믿었다. 벤처캐피탈 미팅 갈 때도. "저희 목표는 연 매출 50억입니다"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고개 끄덕였다. 나는 뿌듯했다. 바보였다. 15명의 급여명세서 지난주 금요일 오후 3시. 경리 박대리가 내 책상에 서류 쌓았다. "대표님, 이번 달 급여 확인 부탁드려요." 15장. 직원 15명 급여명세서. 한 장씩 넘겼다. 김주임 세전 320만원. 이과장 세전 450만원. 최대리 육아휴직 복귀, 단축근무, 세전 280만원. 계산했다. 인건비 합계 5200만원. 4대보험 회사 부담분 900만원. 6100만원. 매출 8000만원에서 6100만원. 남는 건 1900만원.여기서 끝이 아니다. 사무실 월세 550만원. 강남 위워크, 처음엔 멋있어 보였다. 지금은 그냥 비싼 공간이다. 재고 관리 창고비 200만원. 물류비 300만원. 마케팅비 400만원.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 세무·법무 자문료 150만원. 각종 SaaS 구독료 80만원. 계산기 두드렸다. 1900만원에서 1680만원. 남은 돈 220만원. 월 매출 8000만원의 정체다. 220만원. 나의 월급은 어디에 최대리가 물었다. 작년 말에. "대표님은 월급 얼마 받으세요?" 웃었다. "나? 나는 남는 거 받지." 그가 눈 커졌다. "그럼 이번 달은요?" "220만원? 그냥 회사 통장에 놔둬야지." "왜요?" "다음 달에 뭐 터질지 모르잖아." 그는 아무 말 안 했다. 미안한 표정이었다. 내가 괜히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나는 대표니까."집에 와서 남편한테 말했다. "이번 달도 월급 못 받았어." 그가 한숨 쉬었다. "그럼 이번 달 생활비는?" "당신 급여로." "다음 달은?" "모르지. 매출 더 나오면." "언제까지 이럴 거야?" "손익분기점까지." "그게 언제인데." "곧." 둘 다 알고 있었다. '곧'이 언제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걸. 성장의 함정 시리즈A 투자 받을 때. 투자심사역이 물었다. "매출 성장률이 좋네요. 분기별로 20% 이상." "네.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적자가 계속되고 있는데, 이유가?" "성장을 위한 투자입니다." 그는 고개 끄덕였다. 나는 통과했다고 생각했다. 15억 투자 받았다. 기뻤다. 팀원들 데리고 회식했다. "우리 이제 제대로 할 수 있어!" 6개월 뒤. 통장 잔액 9억. 6억이 어디 갔나. 사람 뽑았다. 5명. 개발자 3명, 마케터 1명, 디자이너 1명. 인건비 월 2000만원 증가. 사무실 확장했다. 위워크 더 큰 곳으로. 월세 550만원에서 850만원. 재고 늘렸다. 신제품 론칭. 초기 재고 구매비 1억 2000만원. 계산 안 했다. "투자금 있으니까" 이 생각만 했다. 3개월 전. CFO 역할 하는 공동창업자가 말했다. "대표님, 이러다가 1년 안에 돈 떨어져요." "매출 올리면 되지." "매출 올려도 마진이 너무 낮아요. 지금 구조로는." "그럼 어떻게?" "인건비 줄이거나, 마케팅비 줄이거나, 마진 높이거나." 세 개 다 불가능해 보였다. 사람은 이미 부족했고. 마케팅 안 하면 매출 떨어지고. 마진 높이면 고객이 떠나간다. 그날 밤. 처음으로 알았다. 성장이 곧 성공이 아니라는 걸. 빠르게 크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직원들의 얼굴 작년 가을. 김주임이 사표 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니요. 그냥 다른 기회가 생겨서." 거짓말이었다. 나중에 다른 팀원한테 들었다. "회사가 불안하대요. 계속 적자라고." 가슴이 철렁했다. 다음 날 전체 미팅 소집했다. "우리 회사 상황 투명하게 말할게." 매출 수치 보여줬다. 비용 구조 설명했다. 현금 흐름 공유했다. "우리 아직 적자야. 하지만 손익분기점 가까워지고 있어. 3분기엔 흑자 전환 목표야." 다들 조용히 들었다. 회의 끝나고. 최대리가 내 방에 왔다. "대표님." "응." "저희 급여는 계속 나오는 거죠?" "당연하지." "대표님 급여는요?" "...나는 괜찮아." 그가 나갔다. 혼자 남았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책임진 건 숫자가 아니구나. 15명의 생계구나. 피로도라는 숫자 새벽 5시 알람. 일어났다. 아이들 깨기 전 2시간. 노트북 켰다. 슬랙 확인. 메시지 42개. 이메일 확인. 읽지 않음 67개. 커피 내렸다. 첫 모금. 손목 시계 봤다. 만보기 기능. 어제 걸음 수 3200걸음. 권장량의 절반도 안 된다. 운동? 올해 헬스장 두 번 갔다. 거울 봤다. 다크서클. 흰머리 또 늘었다. 38세. 50세처럼 보인다. 체중계 올라갔다. 54kg. 결혼 전 48kg. 살 빠지는 게 아니라. 근육 빠지고 뱃살 붙는 거다. 지난달 건강검진. 의사가 물었다. "스트레스 많으세요?" "네." "수면 시간은?" "5시간?" "운동은?" "...못 하고 있어요." "이러시면 안 됩니다. 간수치 높고, 혈압 경계선이에요. 30대인데." 처방전 받았다. 영양제 3종. 수면제 1종. 약국에서 계산했다. 월 6만원. 웃겼다. 직원들 건강검진비는 회사가 내면서. 내 건강은 뒷전이었다. 그래도 해야 하는 이유 어제 저녁. 7살 아들이 물었다. "엄마는 뭐 하는 사람이야?" "회사 대표지." "대표가 뭔데?" "음... 일을 만드는 사람?" "재밌어?" "...응. 재밌어." 거짓말이었다. 재밌는 날보다 힘든 날이 더 많다. 근데 또 거짓말만은 아니었다. 작년 크리스마스. 고객 한 명이 메일 보냈다. "대표님 회사 덕분에 애 키우는 게 조금 덜 힘들어졌어요. 큐레이션 해주시는 제품들 다 좋더라고요. 감사합니다." 그날 울었다. 사무실에서. 혼자. 지난주 화요일. 최대리가 말했다. "대표님, 저 여기 와서 일하는 게 처음으로 의미 있게 느껴져요. 전 직장에서는 그냥 부품 같았거든요." 그날도 울었다. 화장실에서. 혼자. 이런 순간들. 8000만원이 의미하는 진짜 이유. 계산법이 바뀌었다 요즘은 계산기 두드릴 때. 순서가 바뀌었다. 예전: 매출 - 비용 = 이익 지금: 매출 - 인건비 - 나의 건강 - 가족 시간 = ? 답이 안 나온다. 계산이 안 된다. 근데 이게 맞는 것 같다. 이번 달 매출 8500만원 찍었다. 예전 같으면 좋아했을 거다. 근데 어제 계산했다. 인건비 6100만원. 고정비 1700만원. 남은 돈 700만원. 예전보다 나아졌다. 하지만. 이번 달 내가 받은 것:수면 시간: 하루 5시간 아이들과 시간: 주말 4시간 남편이랑 대화: 주 2회 30분 나를 위한 시간: 0계산이 맞나? 700만원이 이걸 보상하나? 모르겠다. 손익분기점이라는 착각 투자자들은 묻는다. "손익분기점 언제 돌파하시겠어요?" 나는 답한다. "3분기 목표입니다." 그들은 고개 끄덕인다. 근데 나는 안다. 손익분기점 돌파해도. 내 손익분기점은 안 돌파한다는 걸. 회사가 흑자 나는 순간. 나는 여전히 적자다. 건강 적자. 가족 적자. 나 자신 적자. 지난주 여성 CEO 모임. 10명 모였다. 한 언니가 물었다. "다들 본인 월급 받고 있어?" 7명이 손 안 들었다. "건강검진 제대로 받은 사람?" 4명만 손 들었다. "가족들이 이해해줘?" 침묵. 우리 다 알고 있었다. 성공의 대가를. 숫자 뒤의 숫자를.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오늘 아침. 딸이 학교 가면서 말했다. "엄마, 우리 반 친구가 그러는데 엄마가 회사 대표래. 진짜야?" "응." "멋있다!" 그 한마디에. 지난 4년이 의미 있어졌다. 계산이 안 맞는다. 숫자가 안 맞는다. 손익이 안 맞는다. 그래도 한다. 왜? 잘 모르겠다. 아마도. 8000만원이라는 숫자 뒤에. 15명의 월급날 웃음이 있고. 고객들의 감사 메일이 있고. 딸의 "멋있다" 한마디가 있어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 스스로에게 증명하고 싶어서. "여자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엄마도 할 수 있다"가 아니라. "나도 할 수 있다"를. 새로운 계산법 요즘 내 계산법: 월 매출 8000만원 = 직원 15명의 안정 = 나의 피로도 120% = 가족의 이해와 희생 = 내일에 대한 불안 60% = 그래도 계속하는 이유 100% 답은 여전히 안 나온다. 근데 이제 알겠다. 답이 안 나오는 게 정상이라는 걸. 모든 창업자가 이 계산을 한다는 걸.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풀어간다는 걸. 다음 달 목표. 매출 9000만원. 근데 그것보다. 내 진짜 목표.주 1회 아이들 등교 같이하기 남편이랑 데이트 1회 나를 위한 시간 주 2시간 직원들 얼굴 더 자주 보기 커피 대신 물 마시기숫자로 안 되는 것들. 근데 이게 더 중요한 것들. 이제 알겠다. 8000만원이 뭘 의미하는지. 성공의 숫자가 아니라. 과정의 숫자라는 걸. 끝이 아니라 중간이라는 걸. 그리고 이 중간을 버티는 게. 진짜 경영이라는 걸.계산기를 덮었다. 내일 또 두드리겠지만,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