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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2 Dec, 2025
새벽 5시, 엄마 CEO의 골든타임 일과
새벽 5시, 엄마 CEO의 골든타임 일과 알람이 울린다 새벽 5시. 휴대폰 화면이 켜진다. 나는 눈을 감은 상태로 손을 뻗어 알람을 끈다. 남편은 여전히 자고 있다. 침대 옆 아이들 침대에서 작은 숨소리가 들린다. 규칙적이고 깊은 숨. 이게 지금 내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평화로운 시간이다. 침대에서 나온다. 발이 찬 바닥에 닿는다. 화장실에 간다. 세수한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본다. 어제 밤 11시에 잤으니까 6시간. 나쁘지 않다. 나쁘지 않은 정도면 이제 괜찮은 편이다. 옷을 갈아입는다. 회사에 입을 옷이 아니라 사무실 카디건. 침대에서 입었던 티셔츠 그대로도 괜찮은데, 마음가짐의 문제다. 냉장고를 연다. 어제 준비해둔 커피가 있다. 아메리카노. 서너 모금에 마신다. 이제 5시 15분.2시간의 진짜 일 이게 골든타임이라고 깨달은 건 언제였나. 대아이 학교 보내고 나서 회사 가면 회의가 3개, 이메일 100개, 슬랙 알림 50개. 집중력을 모으려는 찰나마다 누군가 문을 두드린다. "대표님, 잠깐 여쭤봐도 돼요?" 당연히 돼야 한다. 난 대표다. 문을 열어야 한다. 그런데 새벽 5시부터 7시까지는 아무도 문을 두드리지 않는다. 슬랙도 조용하다. 투자자 메일도 없다. 직원도 깨어나지 않았다. 고객 클레임도 잠든 시간이다. 오직 내 노트북과 내 생각만 있다. 전략 기획서를 연다. 요즘 고민이던 거. Q3 신사업 진출 계획. 저번 주 투자자 미팅에서 나온 피드백. "큐레이션만 하면 차별성이 없어 보이는데요." 차별성. 맞다. 그게 지금 문제다. 노트북 앞에서 1시간 반을 쓴다. 타닥타닥타닥. 손가락으로만 사고한다. 내 사고는 타이핑 속도와 같다.현재: 육아용품 큐레이션, 의존성 높음 문제: 차별성 부족, 마진율 낮음 기회: 커뮤니티 연결, 심화된 정보 제공 추진: 구독형 콘텐츠? 라이브 커머스? 전문가 매칭?이 생각들을 회사에서 출근 후에 정리하려고 했으면 언제 했을까. 회의 때문에, 전화 때문에, 직원 회의 때문에 절대 못 했다.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진실 근데 이게 지속 가능할까. 이 생각이 요즘 자주 든다. 새벽 5시에 깨는 게 시스템인지 아니면 체력 낭비인지. 회사에서 주간회의 때 직원들 한테 말한다. "우리는 워라밸이 중요해요. 야근 금지. 저도 8시엔 나가요." 그 말은 거짓이 아니다. 정말 8시에 나간다. 그런데 10시에 다시 켜진다. 노트북을. 새벽 5시 루틴을 시작한 지 8개월. 3주 정도 쉰 날도 있다. 감기 걸렸을 때. 그 3주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났나. 아무것도 아니다. 세상은 계속 돌아갔다. 투자자도 기다렸다. 시장도 움직였다. 근데 내 회사는 멈추지 않았다. 직원들이 돌렸다. 그럼 이 새벽 2시간은 뭐지. 자기기만일 수도 있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잖아"라는 자위. "나는 충분히 노력하고 있어"라는 핑계. 그런데 한편으로는 진짜다. 이 시간에 나온 아이디어들이 지난분기 제품 개발로 이어졌다. 신입 온보딩 프로세스를 다시 짠 것도 이 시간이었다. 시리즈A 투자 피치 자료의 첫 버전도. 회사가 성장하는 부분들 대부분이 이 2시간에서 나왔다. 그래서 계속한다. 어떻게 보면 그게 다다. 계속하는 것. 유지하는 것. 그래도 뭔가 빠진다 새벽 5시부터 7시는 업무 시간이다. 근데 회사 일이 아닌, 진짜 경영 생각을 하는 시간이다. 미시적 관리가 아니라 거시적 전략. 직원 급여 계산이 아니라 회사의 5년 로드맵. 고객 한 명 한 명이 아니라 시장의 흐름. CEO로서의 생각. 엄마가 아닌 나로서의 생각. 근데 이마저도 슬랙을 켜거나, 이메일을 열 때마다 끊긴다. 누군가는 이미 일을 시작했다. 미국 시간대의 투자자. 싱가포르 시간대의 공급업체. 세계는 24시간 돈다. 7시가 되면 나는 다시 엄마가 된다. 아이들 깨울 준비. 학교 가방 챙기기. 아들 기저귀 확인. 밥 먹어라, 우유 마셔라, 양치질 해라. 목소리가 자동으로 낮아진다. 부드러워진다. 대표였던 내가 사라진다. 출근 길에 차 안에서 노트북에 적었던 메모들을 다시 본다. 사무실 도착 30분 전. 이 내용들을 어떻게 직원들한테 설명할 것인가. 어떻게 미팅 안건으로 만들 것인가. 5분. 3년이 5분 만에 끝난다. 새벽 CEO에서 아침 엄마. 엄마에서 점심시간 대표. 대표에서 저녁 엄마. 밤 10시 다시 CEO. 그 사이를 쉼 없이 넘나든다.5시는 기적인가, 착각인가 솔직한 대답: 둘 다다. 새벽 5시에 깬다는 것 자체가 이미 착각이다. 나 혼자는 이 시간을 견딜 수 없다. 친정엄마가 주 2회 아이들을 봐주신다. 남편이 육아를 분담한다. 회사가 작아서 직원들이 자율적으로 움직인다. 다 떨어지면 이 루틴은 무너진다. 그걸 안다. 근데 기적도 맞다. 이 2시간이 없었으면 내 회사는 지금 여기 있지 않다. 15억 투자를 받는 순간도 몇 가지 빅 아이디어가 필요했는데, 그 아이디어들이 언제 나왔나. 자명하다. 그래서 계속한다. "이게 지속 가능한가"라는 질문에는 다른 질문으로 답한다. "지속 가능하지 않으면 언제 멈춰야 하나." 아이들이 크면 멈춘다고 생각했다. 딸이 초등학교 올라갔을 때도 "이제 좀 나아지겠지"라고 생각했다. 근데 더 바빠졌다. 학교 행사 소식이 카톡으로 온다. 학용품을 챙겨줘야 한다. 숙제를 봐줘야 한다. 그래서 새벽 5시가 더 필요해졌다. 투자자들을 만날 때마다 같은 질문을 받는다. "두 분 계신데 일과 가정 어떻게 하세요?" 남자 CEO한테는 안 묻는 질문이다. 난 알고 있다. 저 질문 뒤에 숨어있는 의심. "그래도 괜찮으세요?"라는, 반은 걱정이고 반은 의심. 내 대답은 짧다. "새벽 5시에 깹니다." 그럼 투자자들은 고개를 끄덕인다. 뭔가 이해가 된 것처럼. "아, 그렇군요. 그럼 괜찮겠네요." 그게 다다. 나는 새벽 5시에 깬다. 그러니까 괜찮다. 그러니까 된다. 오늘도 5시가 온다 내일 새벽도 알람이 울린다. 그걸 끄고 다시 자고 싶을 날도 있을 거다. 출근해서 직원들이 "대표님 좀 피곤해 보여요"라고 물을 때도 있을 거다. 남편이 "좀 자고 일해"라고 할 때도 있을 거다. 근데 나는 계속 일어날 거다. 왜냐면 새벽 5시에만 나는 온전히 나기 때문이다. 엄마도 아니고, CEO도 아니고, 누군가의 아내도 아닌. 그냥 나. 나의 생각을 타닥타닥 두드리는 손가락들. 내 미래를 그려보는 노트북. 내 꿈을 담는 2시간. 그게 기적인지 착각인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다. 나는 매일 아침 그 선택을 한다. 침대에서 나올 것을 선택한다. 그것으로 충분하다.내일 새벽도 알람이 울린다. 나는 눈을 뜬다. 또 다른 2시간이 시작된다.